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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후 5년, 다시 찾은 나의 삶

by 김성훈



눈 깜짝할 사이에 은퇴 후 5년이 지났다.

현직에 있을 때 하루, 한 달, 일 년은 무수한 일들을 해내는 긴 시간이었다.

그러나 은퇴 후의 시간은 다르다.

매일 비슷한 일상을 반복하며 익숙한 주변을 오가다 보면, 하루가 너무나 빠르게 지나간다.


"인생의 속도는 나이에 2를 곱한 속도"라는 얘기도 있다.

그렇다면 나도 이미 시속 130km를 넘는 빠른 시간을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은퇴는 바쁘게 살았던 직장인의 삶을 뒤로하고, 새로운 세상에서 나만의 삶을 사는것이다.


퇴직 후 처음엔 해방감과 여유가 좋았다.

오랜 세월 몸담았던 직장을 떠나니 분주했던 사회생활에서 벗어나 한숨 돌릴 수 있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문득 생각이 들었다.

"이제 나는 무엇을 해야 할까?"

"이 많아진 시간을 어떻게 채워야 할까?"


은퇴 후의 삶은 단순한 ‘쉼’이 아니다.

그것은 또 다른 ‘시작’이다.

다만, 그 시작이 기대보다 막막함으로 다가올 때가 많다.



CEO에서 은퇴자로, 그리고 새로운 삶으로 살아가는 선배의 이야기를 해본다.


내가 아는 한 선배는 대기업 계열사의 CEO였다.

사원으로 시작해 전문경영인 자리에까지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이었다.

그의 회사에서 일과는 철저하게 계획되어 있었다.

운전기사가 이동을 책임졌고, 비서가 일정을 관리하며 하루하루가 치밀하게 돌아갔다.


그렇게 바쁘게 살다가 은퇴를 맞이했다.

그리고 어느 날, 그는 은행에서 번호표를 뽑고 순서를 기다리는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되었다.


"나는 회사에서 수천억 원의 프로젝트를 결정하던 사람이었는데, 이제는 통장 하나 만드는 것도 낯설다니…"


시내버스, 지하철 노선도는 복잡하게 느껴졌고, 동사무소에서 서류를 떼는 일조차 어색했다.


그는 말했다. "은퇴 후 첫 6개월이 가장 힘들었어. 나 자신이 쓸모없어진 것 같았거든."


그러나 그는 새로운 일상을 찾았다. 그리고 은퇴 후 성공적으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공통점을 발견했다.


새로운 공동체 속에서 살아가기를 시작했다.

은퇴 후의 삶이 외롭지 않으려면 새로운 공동체와 연결되어야 한다.


누군가는 봉사활동을 통해, 누군가는 멘토링을 통해, 또 누군가는 새로운 모임을 만들어 함께 살아간다.


그 선배도 처음엔 낯설어했지만, 그는 청년 창업가들을 돕는 멘토링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새로운 보람을 찾았다.


"예전에는 직원들에게 지시를 내렸지만, 지금은 젊은 친구들의 고민을 듣고 함께 해결책을 찾는 과정이 참 즐겁다네."


누군가를 돕는 삶, 그것은 결국 내 삶의 의미를 더욱 깊게 만들어 준다.


베푸는 삶 속에서 우리는 살아갈 이유를 발견한다.


내 삶의 즐거움을 찾아가는 삶을 살기로 했다.

오랜 세월, 우리는 가족을 위해, 직장을 위해, 사회를 위해 살아왔다.

그러나 이제는 나 자신을 위한 시간도 필요하다.


그 선배는 CEO 시절, 골프 외에는 취미가 없었다.

그러나 은퇴 후 그는 그림을 배우고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처음엔 낯설고 어색했지만, 점점 자신만의 개성이 담긴 작품을 그려내기 시작했다.


"

회사에서는 늘 결과와 성과를 중시했는데, 이제는 과정 자체를 즐길 수 있는 삶을 살고 있어."


취미는 단순한 소일거리가 아니다. 우리의 삶에 활력을 불어넣는 원천이 된다.


은퇴 후 건강한 삶이 곧 행복한 삶이다.

나이가 들수록 몸이 마음을 따라주지 않는다. 그러나 건강이 없다면 아무리 좋은 계획도 의미가 없다.


그 선배도 처음에는 집에만 머물렀다. 그러나 이제는 매일 아침 양재천을 따라 걷는다.


"처음엔 운동이 귀찮았는데, 하루 1시간씩 걷다 보니 몸도 가벼워지고 기분도 상쾌해지더군."

건강한 몸은 삶을 더 적극적으로 살아갈 힘을 준다.


작은 것에 감사하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

CEO 시절, 그는 성과와 목표에만 집중하느라 소소한 행복을 놓치고 살았다.


그러나 은퇴 후 그는 감사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아침에 양재천 물소리와 새소리를 들으며 걸었다."

"아내와 함께 마트에도 들리고,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았다."

"창업을 준비하는 젊은 친구들이 내 조언을 듣고 고맙다고 했다."


사람은 만족할 줄 모르면, 아무리 많은 것을 가져도 행복하지 않다.

그러나 작은 것에도 감사하면, 하루하루가 보물처럼 소중해진다.


과거의 영광이 아닌, 오늘을 살아가야 한다.

누구에게나 한때는 빛나던 좋은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우리는 과거에 머물러 있기보다, 오늘의 나로 살아가야 한다.


그 선배는 이렇게 말했다.

"처음에는 내 역할이 끝났다고 생각했어. 하지만 지금은 새로운 역할을 찾았지. 이제 나는 CEO가 아니라, 인생을 즐기는 사람이 되었어."


그는 이제 더 이상 화려했던 과거에 집착하지 않는다. 대신, 지금 이 순간을 충실하게 살아가고 있다.


은퇴 후, 후회 없는 삶을 위해 준비해야 한다.

우리는 모두 언젠가 은퇴를 맞이한다.

그리고 그때가 오면, 어떤 마음으로 살아가느냐가 우리의 남은 삶을 결정할 것이다.


그저 시간을 흘려보내기보다는, 새로운 공동체 속에서 의미를 찾고, 나만의 즐거움을 발견하며, 건강한 삶을 유지하고, 감사의 마음으로 하루를 채워가는 것.

이런 소소한 습관들이 모이면, 우리는 은퇴 후에도 성공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다.

그리고 그 삶은, 바로 우리 스스로가 만들어가는 것이다.


나는 종종 그 선배를 만나면 기분 좋게 밥값을 낸다.

내가 미처 가보지 못한 앞날을 멋지게 살아가고 있는 그의 이야기를 귀담아듣기 위해서.

그리고 그것을 내 앞날의 이정표로 삼기 위해서 밥값을 기분좋게 낸다.


"오늘도, 새로운 삶을 위한 한 걸음을 내디뎌 보자.

우리의 남은 인생이 더욱 아름답고 풍요로워지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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