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투자는 위기(危機)다, 위험과 기회가 늘 함께한다.

by 김성훈


며칠 전, 오랜만에 전 직장 선배에게서 연락이 왔다. 늘 만나는 장소는 같았다. 지하철 3호선 신사역 5번 출구 앞. 선배가 보자고 한 이유는 부동산 문제 때문이었다.


선배는 10여 년 전 대기업 본부장을 끝으로 퇴직한 뒤, 한남동과 이태원에 수익형 부동산을 사들였다. 특히 이태원 세계음식거리에 위치한 건물은 호주에서 귀화한 유명 방송인이 임차하면서 유명세를 탔다. 덕분에 건물 가격은 빠르게 상승했고, 불과 6년 만에 두 배 가격으로 팔 수 있었다. 한남동 부동산 역시 뉴타운 개발 덕분에 큰 수익을 얻었다.


하지만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투자에서 가장 위험한 적은 바로 '욕심'이었다. 이태원에서 크게 성공한 선배는 자신감이 넘쳤고, 그 성공의 의욕이 그를 과감한 투자의 유혹으로 이끌었다. 그는 신사동의 제법 규모가 있는 건물을 무리하게 대출을 받아 매입했다. 짧은 시간 내 큰 수익을 기대한 위험한 결정이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위기가 찾아왔다. 통째로 빌딩을 임차해서 사용하던 게임 개발회사가 사업 위기로 1년째 월세를 내지 못하면서 막대한 이자부담을 고스란히 떠안게 됐다. 급히 팔고 싶었지만, 부동산 빌딩 매매시장은 이미 얼어붙었고 매수자를 찾는 일조차 쉽지 않았다.



"그때 너무 자신만만했어. 욕심이 이렇게 된 거지."

선배는 자책하듯 한숨을 내쉬었다.


투자의 가장 위험한 순간은 성공 후 찾아오는 자만심이다. 작은 성공이 오히려 큰 위험을 불러오는 경우가 많다. 욕심은 작은 것을 잃게 하고, 결국에는 모든 것을 앗아가기도 한다.


부동산과 주식. 사람들은 이 두 가지 투자 수단을 자주 비교한다. 주식은 빠르게 결과가 나오고 언제든 현금화가 쉽지만, 급격한 변동성이 있다. 반면, 부동산은 긴 호흡을 가지고 투자해야 하며, 현금화가 쉽지 않다.


그러나 부동산은 '한정된 자산'이라는 강점이 있다. 마크 트웨인의 말처럼, "세상에서 가장 현명한 투자자는 '땅'을 산 사람이다." 하지만 이것도 쉽지 않다. 부동산은 정부 정책과 반대로 행동해야 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예측이 어렵다. "정부가 집을 사지 말라고 할 때 사라. 정부가 투자를 장려할 때 팔아라." 이 역설적인 지혜는 부동산 투자에서 종종 맞아떨어진다.


투자의 본질은 결국 심리다. 욕심과 두려움이 우리의 이성을 흔들고 판단을 흐리게 한다. 사람들은 싸게 사서 비싸게 파는 기본 원칙조차 지키지 못하고 정반대로 행동하곤 한다.


워런 버핏은 이렇게 말했다. "공포에 사라. 환희에 팔아라." 하지만 현실에선 꼭대기에서 사고 바닥에서 파는 경우가 너무 많다. 이것이 바로 ‘십중팔구의 법칙’이다. 10명 중 한두 명만 성공하는 이유다.



성공한 사람의 이야기만 세상에 퍼지고, 실패한 사람들의 아픈 경험은 사라진다. 그렇기에 투자는 남의 말이나 소문에 흔들려서는 안 된다. 자신만의 원칙과 냉정한 판단을 끝까지 지켜야 한다.


그날 저녁, 선배와 신사동 건물의 해결책을 고민했지만 뚜렷한 답을 찾지 못했다. 어쩌면 기다림이 최고의 전략일지도 모른다. IMF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결국 이긴 사람은 기다림을 선택한 사람들이었다.


"폭풍이 지나가기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폭풍 속에서도 흐름을 타는 법을 배워야 한다." 인생과 투자는 닮아 있다.


선배와 저녁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발걸음이 무거웠다. 이태원 건물을 성공적으로 팔던 몇 년 전 선배의 밝은 모습과 오늘 그의 어두운 모습이 너무나도 대조적이었다.


투자로 성공하기란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을 다시 한번 절감했다.


투자도 인생과 닮았다. 때론 욕심을 내려놓고, 때론 흐름을 기다리고, 때론 과감한 결단을 내려야 한다.


투자와 인생 모두 차분히 한 걸음씩 걸어갈 때, 비로소 진정한 성공과 마주할 수 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은퇴 후 5년, 다시 찾은 나의 삶