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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한 시니어들의 은퇴 증후군과 삶의 성찰

by 김성훈


벌써 은퇴한 지 만 6년이 지났다. 그동안 서울의 집과 양평에 지어놓은 세컨하우스를 오가며 살아온 세월 속에서 수많은 생각들이 머릿속을 오갔다.

눈부신 산업화를 이끌었던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하며, 한국 사회는 본격적인 고령화 시대에 진입했다. 인구의 14% 이상이 노년에 접어든 이 시대에, 앞만 보고 달려온 우리는 이제 ‘은퇴’라는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다.


은퇴의 의미와 변화된 새로운 역할.

은퇴는 단순히 직장을 그만두는 것이 아니다.

삶의 중심이었던 조직에서 벗어나, 새로운 사회적 역할로 전환되는 순간이다. 어떤 이들은 여유롭게 여가를 즐기며 제2의 인생을 시작하지만, 또 다른 이들은 일상의 변화와 고립감, 자기 정체성의 혼란 속에서 깊은 우울을 겪는다.


은퇴 증후군, 바쁘게 살아야 한다는 강박감을 내려놓아야 한다.

현대 사회는 ‘생산성과 활동성’을 미덕으로 여긴다.

이로 인해 많은 은퇴자들이 여전히 무엇인가에 쫓기듯 살아간다. 일정을 빼곡히 채우고, 자신을 증명하려 애쓰며, 바쁘지 않으면 죄책감을 느낀다. 결국 ‘은퇴 증후군’이라는 병리적 현상이 생겨나며, 무리한 스케줄은 건강까지 위협하게 된다.



삶의 만족과 통합을 위한 은퇴자의 마음가짐.

심리학자 에릭슨은 인간 발달의 마지막 과제로 ‘삶에 대한 만족과 통합’을 강조했다.

은퇴 후 삶은 지금껏 걸어온 여정을 돌아보며, 비록 완벽하진 않았지만 최선을 다해 살아온 자신을 인정하는 과정이다. 그러나 많은 이들이 여전히 ‘무언가를 해야만 한다’는 압박에 시달린다.


노년의 삶은 생산성이 아니라, 만족과 성찰에 집중되어야 한다.

달리지 않아도 된다. 돌아보고, 정리하고, 균형 잡힌 시선으로 삶을 바라보는 시간이 필요하다.


은퇴 준비, 미리부터 천천히 시작해야 한다.

은퇴는 갑자기 오는 것이 아니다.

수년 전부터 재정과 건강에 대한 조언을 받고, 현실적인 계획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여가생활은 평소 하고 싶었던 것 하나씩 실현하며, 봉사활동은 자신의 상황에 맞춰 정기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좋다.


무리한 욕심보다 중요한 것은 균형이다.

여러 활동을 동시에 하려 하기보다, 내게 맞는 속도로, 즐겁고 지속 가능한 삶을 만들어가야 한다.


가족과의 관계, 인간관계를 통한 삶의 안정감을 느낀다.

새로운 인간관계를 만드는 것도 좋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가장 가까운 사람들’과의 관계이다. 가족과의 소통과 이해는 은퇴 후 삶에 큰 안정감을 준다. 건강도, 운동도, 인간관계도 ‘내 몸과 마음에 맞게’ 조절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양평 세컨하우스에서의 전원생활을 살아본 환상과 현실은 큰 차이가 있었다.

누구나 한 번쯤은 자연과 더불어 사는 삶을 꿈꾼다.

하지만 나이가 많아지면서 전원의 적막과 고립감은 때로 상상 이상의 두려움으로 다가온다. 사람의 발길이 끊긴 조용한 마을, 도시에서 멀리 소외된 은퇴자들의 모습은 그 현실을 보여준다. 결국, 은퇴 후 생활은 ‘의료와 문화시설 삶의 연결고리가 있는 '도시에서 살아야 한다’는 의견이 많아지고 있다.


은퇴 후를 살아가는 인생의 후반전은 달리는 것이 아니라 천천히, 나를 돌아보고, 삶을 가꾸어 나가면 된다.

주는데 인색하지 마라, 되로 주면 말로 돌아온다.

하루 10분씩은 웃으면 인자한 어른으로 기억된다.

걱정은 단명의 주범이니 걱정할 가치 있는 일만 염려하자.

칭찬하고, 빈정대지 말고, 좋은 점만 보라.

세상을 밝게 보도록 하자 이왕이면 다홍치마다.

지난날은 다 지났다, 과거에 집착하지 마라.

고마운 기억만 남겨두고 괴로운 기억은 지워라.

지혜로운 사람과 어울려라 그 어울림은 나를 만든다.

좋은 일만 기록하라, 그것이 ‘행복 노트’다.

작은 기쁨을 크게 느껴자, 기쁨이 배로 늘어난다.

남기고 갈 것만 생각하라, 가진 것을 갖고 떠날 수는 없다.


지금, 이 순간이 남은 날들에서 가장 젊을 때다.

아직 치아가 성할 때 맛난 걸 먹고

다리가 움직일 때 열심히 다니고

눈이 잘 보일 때 세상을 구경하고

귀가 잘 들릴 때 좋은 말을 들으며

베풀 수 있을 때 나누며

배움을 즐겨하며 삶을 즐길 수 있을 때 마음껏 즐겨야 한다.



이것이 은퇴 후, 은퇴 증후군을 이겨내고 ‘잘 사는 방법’이라고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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