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리함의 역설, 첨단 자동차 앞에서 멈춰 선 마음

by 김성훈


지난주, 아내와 함께 집 근처 벤츠자동차 전시장을 다녀왔다. 지금 타고 있는 차가 어느덧 12년을 넘기다 보니, 바꾸어야 할 시기가 되었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자동차는 사람들의 '발' 노릇을 하는 중요한 생활 수단이다. 어느 집은 가족 수만큼 차를 보유하기도 하고, 요즘은 사람 생애 동안 평균 6.5대의 자동차를 소유한다고도 한다. 대개 첫 차는 20대 후반이나 30대 초반에 구입하고, 마지막 차는 60대 후반에서 70대 초반에 산다고 하니, 평균적으로 6~7년마다 차를 바꾸는 셈이다.


생각해 보면 나 역시 이번이 여섯 번째 차다. 40대 초반부터는 회사에서 제공하는 차량을 주로 이용했고, 해외 주재 근무 16년 동안은 집에 있는 차는 거의 쓰지 않았다. 그러다 코로나 이후 귀국하며 본격적으로 집에서 차를 타기 시작했고, 그 차는 대부분 아내가 이용했다. 주행거리는 길지 않지만, 아우디 승용차도 이제는 세월의 흔적을 비켜가지 못한다. 그래서 이번 차가 생애 마지막 차량이 될지도 모른다는 마음으로, 좀 더 신중하고 의미 있게 접근하고 있다.



전시장에서 본 최신 벤츠 차량은 한마디로 '차'라기보다 '디지털 기기'에 가까웠다. 시동은 버튼이 아닌 터치스크린에서 이루어지고, 차량 내 모든 조작이 스마트폰과 연결된 대형 화면을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설명을 들으며 나조차 적응하는 데 시간이 좀 걸릴 것 같다고 했더니, 직원은 "두세 시간만 익히면 됩니다"라며 웃었다. 하지만 예전 방식에 익숙한 우리 세대에게는 이조차 쉽지 않은 일이다.

아내는 설명을 듣는 내내 점점 표정이 어두워졌다. 스마트폰 기능도 다 쓰기 어려워하는데, 움직이는 자동차 안에서 인공지능 기반의 터치스크린을 조작한다는 건 자신 없다고 했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사용은 더 쉬워졌다고들 하지만, 꼭 그런 것만은 아닌 듯하다. 편리함을 목표로 만들어진 시스템이 오히려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불편함이 되어 돌아오기도 한다.


전시장을 다녀온 이후 아내는 더 이상 새 차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다. 오히려 “이제 운전은 여기서 그만해야 할지도 모르겠어요”라는 말까지 꺼냈다. 세상이 너무 빨리 변하고 있다는 것을 실감한다. 자동차조차도 우리 세대의 속도를 기다려주지 않는 것 같았다.

더불어 요즘 자동차 시장의 흐름도 내연기관에서 전기차로 급격히 넘어가고 있다. 유럽과 중국을 중심으로 전기차의 점유율은 빠르게 높아지고 있으며, 내연기관차는 이제 생산 중단을 앞두고 있는 단계다. 전시장 직원의 말에 따르면, 원래 올해부터는 내연기관 차량 생산을 중단하려 했지만, 기술적 한계로 계획이 다소 연기되었다고 한다. 특히 겨울철 배터리 성능 저하, 화재 위험, 충전 인프라 문제 등은 아직도 전기차의 과제로 남아 있다.

그러나 머지않아 1,000km 이상을 달릴 수 있는 배터리가 상용화되면, 전기차는 지금보다 훨씬 매력적인 선택지가 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전기차는 충전소 부족, 높은 가격 등 여러 측면에서 불편함을 안고 있다. 반면 내연기관 차량은 비교적 저렴하고 인프라도 잘 갖춰져 있어 아직까지는 현실적인 대안이 된다.



문제는 선택이다. 전기차냐, 내연기관차냐. 첨단 기술이냐, 익숙함이냐. 생애 마지막 차가 될지도 모른다는 마음으로 자동차를 고르는 일은, 단순한 소비의 문제가 아니다. 내가 앞으로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무엇에 더 가치를 두는지까지도 함께 묻게 된다.

나는 기술적으로 완벽한 차보다는, 내 삶에 조화롭게 스며들 수 있는 차를 원한다. 예쁘고 빠르기보다는, 안정적이고 편안한 차. 그리고 무엇보다 아내와 함께 마음 편히 탈 수 있는 차 말이다. 자동차는 삶의 한 부분이지만, 나이가 들어갈수록 그 역할은 단순한 이동 수단을 넘어서, 기억과 함께하는 '동반자'가 된다.


자동차 기술은 앞으로 더 빨리, 더 똑똑하게 발전할 것이다. 자율주행, 무인자동차, 친환경 전기차의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하지만 그 변화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리고 그 속도에 맞추지 않아도 되는 사람들도 있다. 지금 내 앞에 놓인 선택은 그저 차 한 대가 아니다. 익숙한 삶과 새로운 기술 사이에서의 균형을 찾는 과정이다.



그래서 우리는 아직도 차를 사지 못하고 있다. 신중에 신중을 더하고 있다. 아마도 이 망설임이야말로, 우리 부부가 생애 마지막 차를 고르는 가장 인간적인 과정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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