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반복의 힘, 그 지루함이 성공을 가져온다.

by 김성훈



어린 시절, 중학교 3학년이 되던 5월 초였다. 상급학교 진학을 위한 학부모 면담이 시작된 날, 나는 반에서 제일 먼저 어머니와 함께 담임 선생님을 찾아갔다. 담임 선생님은 역사 과목을 맡으신 분이었고, 나와 어머니를 보며 잠시 의아한 표정을 지으셨다.

그도 그럴 것이, 나는 학교 유도부 소속이었다. 운동특기자로 이미 같은 재단의 고등학교로 진학이 예정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그날, 운동이 아닌 공부로 새로운 길을 가고 싶다는 뜻을 전하러 간 것이었다.


그 시절 우리 집은 평범했다. 시청의 하급 공무원이던 아버지와 섬유공장에 출근하며 맞벌이를 하시던 어머니, 그리고 여섯 남매 중 둘째였던 나는 운동도 공부도 두드러지지 않는 평범한 학생이었다. 부모님은 늘 “운동보다는 공부를 해라” 하셨고, 그 바람이 결국 내 마음에도 남았다. 선생님은 “학년 말까지 열심히 공부하면 일반고에 원서를 써주겠다”라고 약속하셨다.

그날 이후 나는 유도부를 그만두고 정규 수업에 복귀했다. 그러나 오전 네 시간만 듣던 운동부 생활에서 하루 아홉 시간의 수업으로 돌아오자, 몸과 마음이 따라주지 않았다. 머리는 지끈거리고, 책의 내용들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성적은 반에서 중 하위권이었다.

급한 마음에 교과서와 참고서를 붙잡고 무작정 읽기 시작했다. 그때 깨달았다. 공부 잘하는 친구들은 ‘예습과 복습’을 반복하고 있었다. 그 단순한 습관이 성적을 결정짓고 있었다. 나도 그 길을 따라보기로 했다. 하루에도 몇 번씩 교과서를 읽고, 참고서를 읽어가는 공부를 반복했다. 처음엔 별다른 변화가 없었지만, 여름방학을 지나 가을 무렵엔 성적이 눈에 띄게 올랐다. 선생님은 약속대로 일반고등학교 원서를 써주셨고, 나는 원하던 학교에 입학을 할 수 있었다.



그 짧은 기간의 반복한 공부의 경험은 내 인생의 중요한 전환점이 되었다. ‘반복은 변화를 만든다’는 사실을 체득한 것이다.

대학에서 건축을 전공하며 작품전을 준비할 때도, 나는 설계안을 수십 번 고쳐 그리며 계획과 실시에 반복을 거듭했다. 결국 그 노력은 대상 수상으로 이어졌다. 이후 대기업 입사 시험과 전공 기술사 자격시험에서도 반복적인 학습이 합격의 원동력이 되었다.

반복은 단순한 되풀이가 아니다. 경험을 축적하고, 기억을 강화하며, 실력을 쌓아 창의적인 생각과 기술을 만들어내는 힘이다.


요즘의 신기술 개발도 마찬가지다. AI, 반도체, 자율주행, 바이오산업의 눈부신 성장은 수많은 데이터와 시행착오의 반복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오늘날의 인공지능 챗GPT 또한 ‘데이터 기반의 반복 학습’으로 진화해 왔다. 작은 오류를 수정하고, 패턴을 인식하고, 더 나은 답을 내기까지 수십억 번의 반복이 있었다. 인간의 학습과 다르지 않다.



며칠 전 홍대입구의 살사댄스동호희에서 다이어트를 겸한 살사 춤을 즐기는 한 지인과 이런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수많은 동작을 다 배우려 하니 너무 힘들어서, 잘하는 세 가지 동작만 반복했더니 주변에서 춤을 잘 춘다고 하더라.”

그는 반복의 본질을 깨달은 사람이었다. 하나를 완전히 익히면, 다음은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반복은 기술의 기반이자, 자신감의 뿌리다.


2025년 5급 공채에서 최연소로 합격한 21세 정모 씨는 “합격은 오로지 내 손에 달려 있다”는 마음으로 매일을 스스로 다그쳤다고 말했다.

그의 수험 생활은 철저한 반복 루틴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새벽 6시 20분부터 시작해 오전, 오후, 저녁까지 하루를 네 구간으로 나누어 공부했고, 이 패턴을 하루도 빠짐없이 반복적으로 이어갔다.

정 씨는 “하루라도 이 루틴을 깨면 다음 날이 더 힘들어질 것 같아 어제와 똑같은 하루를 반복하려 했다”며 “공부가 안 될 때도 결국 붙는 건 내 손에 달려 있다는 생각으로 마음을 다잡았다”라고 말했다.

그의 성공은 타고난 재능보다 반복된 루틴과 꾸준함의 결과였다.



역사 속 위대한 인물들도 마찬가지였다.

라이트 형제는 수없이 비행실험을 반복하며 하늘을 날았고, 타이거 우즈는 매일 같은 스윙을 수천 번 연습하며 세계 최고가 되었다.

무술 영화배우 이소룡은 말했다.

“나는 만 가지 킥을 한 번씩 연습한 사람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하지만 한 가지 킥을 만 번 연습한 사람은 두렵다.”

그의 말처럼, 반복의 깊이는 단순한 기술의 완성에 그치지 않는다. 그것은 자기 자신을 단련하는 과정이며, 지루함을 통과한 자만이 도달할 수 있는 숙련의 경지다. 그는 하루 500번 이상의 킥을 연습했고, 휴식 중에도 다리를 벽에 대고 자세를 유지하며 근육을 단련했다고 한다.

그가 강조한 것은 ‘양’이 아닌 ‘질 있는 반복’이었다. 꾸준함 속에서 실력이 다져지고, 실력 속에서 자신감이 피어난다.


결국 반복은 기억을 강화하고, 실수를 줄이며, 자신을 성장시키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공부든 일상이든, 반복을 통한 숙련이 없이는 어떤 성취도 지속될 수 없다.

발명왕 에디슨이 “나는 단지 수없이 실패를 반복했을 뿐이다”라고 말했듯, 위대한 결과는 반복의 산물이다.

오늘날 우리는 빠른 변화의 시대를 살고 있다. 그러나 세상이 아무리 변해도, 성공의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요즘같이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에도

끝없이 반복하고, 지루함을 견디고, 꾸준함을 이어가는 사람들이 있다.

그 사람이 결국 세상을 바꾸고, 자신을 바꾸는 사람, 성공하는 사람이다.

어려움이 있더라도 꾸준히 반복하면 작은 성취가 쌓여 성공에 이르게 된다.

결국, 꾸준한 반복과 포기하지 않는 태도가 어떤 목표든 성취로 이끄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어제도 내일도 아닌 지금, 이 순간을 살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