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목표, 건강한 '시니어'의 삶이다.

by 김성훈



지난달, 새해를 맞아 양평 용문사 인근에 계신 사찰의 주지 스님을 찾아뵈었다.

몇 해 전부터 인연을 이어오며 가끔씩 안부를 나누던 분이다. 겨울이 한창이었지만 그날은 햇살이 유난히 밝아서, 오후의 햇빛이 스님 방 안 깊숙이까지 스며들고 있었다.

스님께서 정성껏 우려주신 보이차 한 잔을 앞에 두고 마주 앉았다. 찻잔 위로 안개처럼 피어오르는 김을 바라보며, 차분하고 고요한 시간 속에 잠시 몸과 마음을 내려놓았다. 차 한 모금을 머금자 묵직하면서도 부드러운 향이 온몸으로 퍼졌다.

말이 많지 않아도 괜히 마음이 편안해지는 순간이었다. 잠시 침묵이 흐른 뒤, 스님께서 잔잔한 목소리로 질문을 건네셨다.


“인생의 목표가 있으신가요.

어떤 목표를 가지고 살아가고 계신가요?”


그 질문은 단순했지만, 그날의 햇살만큼이나 깊숙이 마음속으로 들어왔다. 늘 바쁘게 살아오며 스스로에게 수없이 던졌을 법한 질문이었지만, 조용한 산사에서 마주하니 그 무게가 전혀 다르게 느껴졌다.

차향과 함께 흘러간 그 한마디 질문은, 그날의 방문을 오래도록 기억에 남게 하는 따뜻한 여운으로 남았다.


인생의 목표가 있으신가요.

어떤 목표를 가지고 살아가고 계신가요.??


생(生)의 목표


이해인 글.


인생의 7할을 넘게 걸어왔고 앞으로의 삶이 3할도 채 안 남은 지금,

내 남은 생의 목표가 있다면 그것은 건강한 노인이 되는 것이다.


나이가 들어 늘어나는 검버섯이야 어쩔 수 없겠지만,

옷을 깔끔하게 입고 남의 손 빌리지 않고 내 손으로 검약한 밥상을 차려 먹고 싶다.


눈은 어두워져 잘 안 보이겠지만 보고 싶은 것만 보는 편협한 삶은 살지 않겠다.


청력은 약해져 잘 듣지 못하겠지만 귀를 열어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따뜻한 사람이 되겠다.


이가 성하지 않아 잘 씹지 못하더라도 꼭 필요한 때만 입을 열어 상처 주는 말은 하지 않는 사람으로 살고 싶다.


다리가 아파 예전처럼 걷지 못하더라도

느린 걸음으로 많은 곳을 여행하며

여행지에서 만난 좋은 것들과 배운 것을 삶 속에서 실천하는 여유 있는 노년을 살고 싶다.


어린 시절부터 줄곧 들어온

“무엇이 되고 싶으냐”는 질문에 이제는 이렇게 답하고 싶다.

“나는 건강한 노인이 되고 싶다.”

나이가 들면 깨닫게 된다.

건강한 사람이 가장 부자이고,

건강한 사람이 가장 행복하며,

건강한 사람이 가장 성공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이해인 시인의「생의 목표」에 담긴 이 문장은 나이가 들수록 점점 더 깊이 마음에 와닿는다.

젊은 시절 우리는 무엇이 되고 싶은지, 얼마나 더 올라갈 수 있는지를 묻는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질문은 바뀐다.

어떻게 늙고 싶은가, 어떤 시니어의 삶으로 남고 싶은가로.


이순(耳順), 삶의 중심이 바뀌는 나이.

나이 60을 넘어서면서 삶에는 많은 변화가 일어난다. 이순(耳順), 듣는 귀가 순해진다는 나이에 접어들면 우리는 예상하지 못했던 내면의 변화를 마주하게 된다.

그 변화는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오는 것이 아니라 조용히, 그러나 확실하게 우리의 가치관과 인생관을 재편한다.

젊은 시절 중요하다고 믿었던 것들이 서서히 색을 잃어가고, 그동안 무심코 지나쳤던 것들이 삶의 중심으로 떠오르기 시작한다.

이러한 변화는 때로는 당황스럽지만 동시에 깊은 해방감과 평온함을 가져다준다.


나이가 들면 건강은 삶의 1순위가 된다.

60대가 되면 건강은 더 이상 당연한 것이 아니라 매일 감사해야 할 선물이 된다.

젊은 시절에는 건강을 희생하면서까지 일하고 성취하려 했지만 이제는 모든 계획과 결정의 중심에 건강이 삶의 1순위로 자리 잡는다.

아침에 눈을 떴을 때 몸이 아프지 않다는 것, 계단을 오르내릴 수 있다는 것,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식사를 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지 절실하게 느끼게 된다.

정기검진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고, 운동과 올바른 식습관은 습관을 넘어 생존의 문제가 된다.

건강한 하루하루는 가족과 더 오래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이며, 하고 싶은 일을 계속할 수 있는 기회라는 인식이 자연스럽게 자리 잡는다.


인생의 '골든타임'은 바로 지금이다.

60 이후의 삶은 경제적 안정, 건강 관리, 사회적 관계, 자기 계발 이 네 가지 요소를 균형 있게 실천하는 것이 은퇴 후의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핵심이다.

인생이란 젊을 때는 길고, 늙을 때는 짧게 느껴진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대부분의 사람은 젊을 때 그 시간을 낭비한다.

기회는 나중에 오지 않는다.

지금 이 순간이 인생의 골든타임이다.

많은 사람들은 건강보다 성공을 택하지만

건강은 돌보지 않으면 천천히 무너지는 또 다른 위험이다.

젊은 시절의 무절제한 생활은 나이 들어 반드시 후회로 돌아온다. 지혜로운 사람은 인생의 절정기에도 건강을 우선으로 한다.

그들은 성공과 건강을 바꾸지 않고 건강을 선택한다.

진짜 지혜는 무모한 성공보다 건강을 우선하는 데 있다.


내가 하는 말(言)이 내 몸을 만든다.

인생의 비밀은 단 하나다.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시간은 훨씬 빠르게 흐른다는 사실이다.

사람은 자신이 말하는 버릇대로 늙고 병들어간다.

세상의 3대 거짓말 중 하나가 노인들의 “빨리 죽어야지”라는 말이라는 이야기를 젊은 시절에는 웃으며 들었다.

그러나 세월이 화살같이 흐른 지금, 지인이나 친구들을 만나면 어디가 아프다는 이야기들이 자연스럽게 오간다.

“무릎이 아프다.” “허리가 성하지 않다.”

“갈수록 기력이 떨어진다.” “나이는 못 속인다.”

“오래 살고 싶은 생각이 별로 없다.”

하지만 의사들은 경고한다.

이런 체념조의 말을 무심코 하는 것 자체가 몸에 매우 해롭고 면역력 저하로 이어진다고 말한다.

“나는 이미 늙었다”라고 말하는 순간 몸과 마음의 노화 시계는 째깍째깍 움직이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행복의 공식, 말버릇을 바꾸는 것이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

답은 의외로 단순하다. 의식적으로라도

“나는 건강하다.” “나는 즐겁다.”

“나는 아직 젊다.” 이런 말을 하는 버릇을 들이면 된다.

일본의 사토 토미오 박사는 "사람은 말하는 버릇으로 노화한다."라고 말했다.

긍정적인 말을 반복하면 그 말이 무의식 속에 입력되어 모든 것이 잘 돌아가게 만드는 ‘행복의 공식’으로 바뀐다는 것이다.

젊게, 활기차게, 기분 좋게 말하는 버릇은

뇌와 몸의 상태를 플러스로 바꾸고,

뇌는 젊음을 유지하도록 자동적으로 움직인다.

노화 시계를 늦추고 성장 호르몬 분비를 촉진하는 선순환이 만들어진다.

하라다 후미오 박사 또한 “병은 말하는 버릇으로 고쳐진다”라고 말했다.

무심코 하는 말이 의식을 바꾸고, 그 의식이 행동과 습관을 바꾼다고 했다.


건강한 시니어는 준비의 결과다.

나이가 들수록 건강은 가장 큰 자산이 된다.

허리가 꼿꼿하고 활기찬 걸음을 유지하는 사람을 보면 오랜 시간 자신을 잘 돌보아왔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예전의 화려함은 사라질 수 있어도 건강한 사람의 말과 태도, 마음에서 풍기는 향기는 오래 남는다.

우리는 건강을 지켜주는 작은 습관들을 소중히 여기며 살아가야 한다.

‘예방은 치유보다 낫다’는 말처럼 오늘의 작은 실천이 내일의 건강과 행복을 지켜줄 것이다.


인생의 후반기는 결코 쇠퇴와 퇴보의 시기가 아니며, 희망차고 충만한 황금기가 될 수 있다.

그 비밀은 당신이 시니어의 삶에서 어떤 목표를 갖는가에 달려 있다.

인생 전체에서 은퇴자의 삶이 갖는 의미를 이해하고, 후반부의 삶을 어떤 방향으로 전환하느냐에 따라 시니어 삶은 아름다운 여정이 될 수 있다.


건강한 시니어는 결코 우연히 오지 않는다.

지난달 양평의 산사에서 주지 스님을 만나 나눈 짧은 대화는 오래도록 마음에 남아 있다.

스님께서 조용히 건네신 말씀처럼, 은퇴자의 건강함은 하늘이 주는 선물이 아니라 스스로의 삶에서 차곡차곡 준비해 온 선택의 결과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제 “무엇이 되고 싶으냐”는 질문에 나는 이렇게 답을 한다.

나는 건강한 사람으로, 건강한 시니어의 삶으로 생을 마무리하고 싶다.

그것이면 인생의 목표로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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