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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훈 Dec 21. 2024

행복을 주는 사람

매년 연말에는 어김없이 우리 사회 곳곳에서 불우한 이웃을 돕자는 모금과 자선냄비 캠페인이 시작된다.

이맘때쯤 뉴스나 방송에서는 늘 같은 멘트가 따라붙는다. “경기가 어려워지면서 나눔의 손길이 점점 줄고 있다.” 그래서인지 마음 한구석이 씁쓸하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예전보다 훨씬 풍요로워졌지만, 서로 돕고 나눔은 과거만 못한 듯 보인다.


생각해 보면, 아무리 곳간에 양식이 가득해도 ‘아직 부족하다’고 느끼는 사람에게는 나눌 여유란 없다.

통장에 99억 원이 있는 사람은 그 부족한 1억 원을 채워 100억 원을 만들어야만 비로소 만족을 한다.

30평대 아파트를 마련하면 40평대로, 다시 50평대로 끊임없이 더 큰 집을 꿈꾼다.

사람의 욕심이란 끝이 없고, 그 끝없는 욕망은 행복의 여유를 갉아먹는다.


행복이란 무엇일까? 행복은 소유가 아니라 마음에서 비롯된다.

행복 지수가 높은 사람들은 바라는 것이 적다. 감사할 줄 알고, 지금 가진 것으로도 충분하다는 마음이 넉넉하다. 행복은 곧 아량이다. 남을 돌아보고 나눌 줄 아는 마음의 여유가 생길 때, 우리는 비로소 진정한 행복에 닿는다.

우리 삶의 궁극적인 목적 역시 결국 행복이다. 돈을 벌고 높은 자리에 올라가는 것도, 힘들게 공부하고 일하는 것도 모두 행복해지기 위해서다.

그런데 우리는 종종 주객이 전도된 삶을 산다. 높은 지위나 많은 재산이 곧 행복을 보장하지 않음에도, 그것이 행복의 전부인 양 착각하며 살아간다.


오래전, 40대 후반 때 친구들과 경주 보문리조트에서 연말 모임을 가진 적이 있다. 밤새 이야기를 나누고 새벽녘에 사우나로 향했다. 아직 문을 열기 전이라 기다리며 이런저런 농담을 섞어가며 세월이 참 빠르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벌써 중년이라니, 별로 한 것도 없는데 세월은 왜 이리 빠르게 흘러가는지.” 우리의 푸념은 새벽 공기에 묻혀 맴돌았다.


그때였다. 사우나 문을 열 준비를 하던 한 노인이 우리 쪽으로 다가오더니 물었다.

“올해 나이가 어떻게 들 되나요?”

“우린 40대 후반입니다,”라고 대답하자, 그 노인은 웃으며 말했다.

“참 좋은 나이입니다. 내가 40대 후반이라면 못할 게 없을 겁니다. 청춘의 나이가 부럽습니다. 내 나이는 이제 71세랍니다.”


그 말에 우리는 마치 얼음물에 뛰어든 듯 정신이 번쩍 들었다. 더는 할 말을 잃고 조용히 고개를 숙였다. 돌아보니 우리가 푸념할 이유란 없었다. 불평 대신 감사할 나이였다.


또 다른 이야기는, 새벽 강남 고속버스터미널에서 만난 환경미화원 한 분이 이런 말을 했다.

“내가 새벽에 나와 대합실을 깨끗이 치우면, 출근하는 사람들이 기분 좋게 하루를 시작하겠죠. 그 사람들이 또 주위 사람들을 기분 좋게 만들고요.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기분 좋은 하루를 보낸다면, 그걸로 제 하루는 충분히 보람됩니다.”


이 말을 들으며 깨달았다. 성공이란 이런 것이 아닐까? 내가 있는 자리에서 그 자리를 빛내고, 내 주변의 사람들이 행복해진다면, 지위나 명예와 관계없이 그 사람이야말로 진정으로 성공한 사람이 아닐까?


한 대학원 심리학 교수는 강의에서 이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내가 지구의 한 구석을 쓸고 있다고 생각하세요. 그 작은 구석을 쓸고 있는 일이 곧 지구 전체를 밝히는 일입니다. 이렇게 자기 일을 바라보면, 그 가치는 높아지고 행복 지수는 올라갑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나이도, 직업도, 지위도 아니다.

중요한 것은 내 마음의 행복이다.

행복은 지금 이 순간을 충분히 감사하며, 내가 서 있는 자리에서 의미를 발견할 때 찾아온다.


올해 연말, 우리 모두 자신의 구석을 쓸며 행복의 빛을 나눠보면 어떨까?

내가 그 자리에 있음으로써 그 자리가 빛나고, 내 주변의 사람들이 행복해지는 삶.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성공이고, 행복의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마음이 행복한 사람은 아무것도 소유하지 않고 있는 것처럼 보이나 실제로는 모든 것을 소유하며 행복을 주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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