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봄날, 양재천변에 만개한 벚꽃을 보러 온 한 사람이 “왜 이 동네는 시설이 이렇게 훌륭할까?”라며 궁금해했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서울의 여러 지역 중에서도 강남은 유독 도시 정비가 잘 되어 있습니다. 도로, 전기, 가스, 통신, 상 하수도, 버스, 전철 노선은 물론이고, 공항버스와 GTX 등 교통편이 고루 발달해 있으며, 대형 종합병원이나 백화점 쇼핑센터 유명음식점 같은 생활 인프라도 풍부합니다. 이러한 편리함과 화려함은 결코 우연이 아닙니다. 강남은 법인세, 재산세, 종합부동산세 등 각종 세금이 많이 걷히는 ‘부자 동네’이기 때문에, 그만큼 풍족한 예산이 지역 환경을 가꾸는 데 투입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지난 수십 년간 급속도로 발전하여 이제는 G8 수준의 선진국으로 거론되는 나라가 되었습니다. 인천공항은 세계 최고의 시설 중 하나로 손꼽히고, 공항철도와 공항버스가 연계되어 이른바 “흙 한 번 안 밟고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는 편리함을 누리는 사람이 많아졌습니다. 서울은 한강과 남산을 품은 도시로, 세계 여러 수도 중에서도 자연경관과 도시가 조화를 이룬 예쁜 도시로 꼽힙니다. 그리고 그 서울 안에서도 가장 비싼 땅값을 자랑하는 지역이 바로 강남입니다.
강남에는 사회적·경제적 지위를 갖춘 인사들이 많이 거주합니다. 유명 연예인, 운동선수, 전문직 종사자, 기업체 CEO나 임원 출신, 성공한 자영업자 등, 자산과 정보력을 갖춘 사람들이 모여 커뮤니티를 형성합니다. 이들에게 세금 문제는 중요한 관심사입니다. 자녀들에게 재산을 물려주는 상속과 증여가 빈번히 이루어지므로, 기본적인 세무 지식은 물론 고급 정보도 서로 공유합니다. 실제로 강남의 일부 부자들은 웬만한 세무사 못지않은 지식을 자랑하기도 합니다.
강남의 부자들은 ‘시간을 피하는 생활 패턴’을 보이곤 합니다. 예를 들어, 이른 아침시간에 멤버십 헬스클럽에서 운동이나 골프 연습, 수영 등을 하며 하루를 시작합니다. 출근 러시아워를 피해 아침을 먹고, 붐비지 않는 시간대인 11시쯤 고급 식당에서 점심을 즐깁니다. 이후에는 한가로운 낮 시간을 집이나 개인 사무실에서 보내거나, 취미활동(헬스, 서예, 바둑, 독서, 음악 연주 등)에 집중합니다. 어떤 이들은 사우나나 스파를 통해 피로를 푼 뒤, 다시 만나서 부동산·금융·세금 정보 등을 교환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직장인들이 퇴근하기 전인 늦은 오후 무렵 일찍 저녁 식사를 하고, 자신들의 일정을 마무리하고 집으로 돌아가 교통혼잡을 피합니다.
이렇듯 ‘붐비는 시간을 피하고 자신들의 동선 안에서 쾌적함을 누리는’ 것이 강남 부자들의 특징이라 볼 수 있습니다. 거주지 반경 몇 백 미터 이내에 웬만한 편의시설이 모여 있어, 멀리 이동하지 않아도 생활이 가능합니다. 대형 병원이나 쇼핑몰, 지하철역, 고급 식당 등이 집 주변에 즐비하므로, 자연스레 높은 세금이 모이고 또다시 편의시설이 들어서는 선순환이 생기게 됩니다.
강남이 오늘날처럼 화려한 명성을 얻게 된 기간은 채 50년도 되지 않습니다. 1970년대부터 본격 개발된 강남 지역은 현대식 도시 기반 시설을 갖추면서 급격히 성장했습니다. 그전에는 종로 일대가 서울의 중심이었지만, 이제 많은 사람이 “강남까지 30분 이내”라는 문구를 내세워 파주, 동탄 등 서울 근교의 신도시 아파트 분양 광고를 할 정도로 강남의 가치는 절대적입니다.
유명인의 꿈이 “강남 건물주”가 되는 일이라거나, 대입을 위해 대치동 학군으로 전입하는 부모들이 적지 않다는 소문도 있을 만큼, 강남은 부와 성공의 상징이자 경쟁의 무대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흥미로운 점은, 현재 강남에서 태어나고 자란 ‘원강남 토박이’ 인구 비중은 5%도 채 안 된다는 사실입니다. 대부분은 서울 다른 지역이나 지방 출신으로, 기회와 경제력을 쫓아 강남에 자리 잡은 이들입니다. 결국 강남은 끊임없이 ‘손바뀜’이 일어나는 곳이며, 부를 축적한 사람이 강남으로 들어오고, 때로는 부의 세대교체가 이루어지기도 합니다.
한국에서는 부자에 대한 시선이 대체로 부정적인 편이라는 지적이 있습니다. “사촌이 논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옛말처럼, 가까운 지인이 성공하면 축하보다는 질투나 시기를 보낸다는 인식이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반면 미국이나 중국 일부 지역에서는 ‘부자들은 많은 세금을 내며, 그 사회에 투자하는 사람들’로 존중하기도 합니다. 실제로 한국의 부자들 역시 보유 자산만큼이나 각종 세금을 많이 냅니다. 부동산, 금융, 상속·증여 등에 걸쳐 10가지 이상 세목을 부담하는 경우도 드물지 않습니다.
강남은 편리한 교통, 밀집된 고급 시설, 우수한 교육 환경 등을 갖춘 ‘우리나라에서 대체 불가능한 지역’입니다. 그곳에 사는 부자들은 상대적으로 넓은 선택지를 활용해 자신들만의 라이프스타일을 만들어갑니다. 그러나 이것이 영원히 특정 계층만의 소유물은 아닐 것입니다. 강남 또한 시간이 흐르면 인구 이동이 일어나고, 신도시 개발과 맞물려 부와 인프라가 재편되기도 합니다.
오늘날 강남이 화려한 무대를 갖추게 된 배경에는 다양한 역사와 개인의 노력이 깃들어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하루 일상은 생각보다 단순한 도식으로만 설명하기는 어렵습니다. 분명한 것은, “돈이 있는 곳에 편의시설이 몰린다”는 자본주의 원리가 강남에서 극대화되어 나타난다는 점, 그리고 그 편리함과 이점을 누리는 이들이 우리 사회에서 부러움 혹은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는 사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