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후 ‘40년’을 보내려면, 집은 그저 잠만 자는 공간이 아니라 하루 대부분을 머무는 생활 터전이 됩니다. 특히 몸이 예전 같지 않다는 걸 서서히 느끼는 시기이니, 주거 환경이 편리해야 할 뿐 아니라 주변 사람들과의 교류가 원활해야 마음도 편안해집니다.
최근 한 박사 논문에 따르면, 45~55세 남녀 예비 은퇴자 500명을 대상으로 ‘은퇴 후 주거지를 정할 때 무엇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가’ 묻자, 생활 편의시설(63.2%)이 가장 많았고, 그다음이 주변 자연환경(61.4%)이었습니다. 뒤이어 자녀와의 접근성(32.6%), 친구·친지와의 교류(18.2%)가 이어졌지요. 결국 은퇴자들은 주거 환경과 이웃과의 교류가 조화로운 주거지를 원한다는 뜻입니다.
복지 선진국 스웨덴에서는 ‘은퇴자가 자신의 집에서 생을 마감할 수 있도록’ 주거정책을 펴고 있습니다. 어느 78세 은퇴자의 사례를 보면, 아파트 입구에 휠체어 경사로가 설치돼 있고 집 안 거실·화장실·부엌을 연결하는 곳에 손잡이가 달려 있었습니다. 이처럼 정부가 직접 주거를 개조해 주어, 나이 들어도 불편 없이 생활하도록 돕지요.
한편, 우리나라에서도 십여 년 전 수도권 근교로 은퇴자들이 이주해 집을 짓는 붐이 일었다가, 도시 인프라와 교류의 불편함 때문에 다시 도심으로 회귀하는 현상이 벌어졌습니다. 일본에서도 이미 고령층이 교외 요양원 대신 도심으로 돌아오는 이른바 ‘유턴(U-turn)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통계를 보면 국내 베이비부머는 평균 85~90세 정도 살 것으로 생각한다고 답했는데, 세계적인 인구학자들은 평균수명 100세 시대를 넘어 150세까지 예측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은퇴 후 생각보다 더 긴 세월을 살아야 한다면, 결국 건강관리와 경제적 대비, 그리고 편의시설·교류가 편한 주거환경이 필수라는 의미입니다.
은퇴 후 40년을 어떻게 보낼지 고민될 때, 주거 환경과 주변의 사람들과의 교류에 편리한 주거지를 고려해야 합니다. 길어진 수명만큼, 편의시설과 자연환경, 가족·친지와의 접근성을 충분히 검토하고, 무엇보다 건강과 재정을 미리 준비해야 은퇴 이후 삶의 질도 높아집니다. 결과적으로 ‘오래 사는 것’이 아니라 ‘풍요롭고 편안하게 오래 사는 것’이 은퇴 이후 삶의 중요한 조건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