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처남들과 동생의 동네인 일산에서 스크린골프를 다녀왔다.
추운 겨울 날씨 탓에 필드를 나가기 어려워 실내에서 골프를 하기로 했다.
예전에, 한 선배가 은퇴 후에도 골프 멤버를 한 팀 구성할 수 있다면 그것은 신의 축복이라며 조언한 적이 있었다. 나는 은퇴한 지 5년이 지났고, 정기적으로 함께 운동하는 팀이 네 팀이 된다. 한 달에 네다섯 번 정도 필드에 나가며 골프를 하는데 이번 겨울은 유난히 추운 날씨와 잦은 눈 때문에 필드 대신 스크린골프를 오랜만에 쳤다.
스크린골프는 1년에 두세 번 정도 하다 보니 여전히 낯설다. 함께 간 막내 처남과 동생은 스크린골프를 자주 하는 편이라 익숙했지만, 나와 큰처남은 적응하기 어려웠다. 막내 처남이 경기 방식을 정하고 난이도도 프로 수준으로 설정했는데, 이는 처음 경험하는 방식이라 18홀을 마칠 때까지 적응하기 쉽지 않았다. 특히 퍼팅은 기계적인 특성을 이해하지 못해 어이없는 실수를 몇 번이나 했다.
막내 처남과 동생은 듀얼 스크린에 최적화된 감각으로 플레이했고, 필드에서의 핸디캡과는 정반대의 결과를 만들어냈다. 프로 모드의 민감한 설정은 클럽 스윙 속도와 공이 맞는 순간까지 정교하게 측정되었고, 필드에서와 같은 루틴으로 치면 전혀 다른 결과가 나왔다. 이를 통해 필드와는 다른 스크린골프만의 특징과 접근 방식을 경험했다.
요즘 도심과 근교에는 스크린골프장이 많아져 골프를 처음 접하는 사람들에게도 좋은 기회가 되고 있다. 날씨와 상관없이 여름에는 시원한 곳에서, 겨울에는 따뜻한 실내에서 즐길 수 있어 골프 인구가 크게 늘어난 데 기여하고 있다. 스크린골프의 장점 중 하나는 스윙 모드를 실시간으로 재생해 자신의 루틴을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필드와 마찬가지로 힘을 빼고 끝까지 피니시를 해야 방향성과 거리가 좋아지지만, 스크린에서는 무의식적으로 힘이 들어가 제대로 된 샷을 만들기 어려웠다.
18홀을 마친 후 나의 스코어는 +31 오버, 필드에서는 80대 후반인 현대캡이 무색해졌다. 큰처남 또한 필드에서는 싱글 골프인데 90대 타수를 기록했다.
스크린 골프의 프로 모드 라운딩은 스크린의 높은 난도를 체험할 수 있는 날이었다. 스크린은 필드와 달리 기계적 특성과 설정을 잘 이해해야 하고, 샷과 퍼팅의 방식도 다르다. 드라이버 샷 피니시는 헤드를 앞으로 던지듯 끝내야 하고, 시뮬레이션이 읽는 데이터를 고려해야만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었다.
스크린골프는 필드에서 느끼기 힘든 요소들을 익히기에 유용했다. 바람의 방향과 경사, 페어웨이의 업다운 상태를 세밀하게 읽어야 하고, 퍼팅 라인은 필드보다 더 예민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점도 새로웠다. 이 모든 경험이 필드에서의 거리와 방향성을 읽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았다.
요즘 스크린골프에 익숙한 직장인들 중에는 스코어 70대의 싱글골퍼들도 많다고 한다. 하지만 그들도 필드에 나가면 100타 가까운 점수를 기록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이는 필드와 스크린 골프라는 스포츠의 묘미이자 미스터리다.
필드와 스크린 모두 환경에 적응하고 코스의 특성을 파악하며 욕심을 내려놓아야 최적의 샷을 할 수 있다.
골프는 힘을 빼기까지 3년이 걸린다는 말처럼, 이번 스크린골프에서 얻은 것은 은퇴자의 삶에서도 힘을 빼고 자연스럽게 살아가야 한다는 생각으로 이어졌다.
스크린 라운딩을 마친 뒤, 처남 둘과 동생과 같이 태국 치앙마이의 아티타야로 다녀올 골프 날짜를 조율하기로 하고 일요일 오후의 스크린 에서의 라운딩을 마무리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