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에, 역삼동 건설인협회에서 약속한 면담 일정을 마친 뒤 점심을 겸해서 강남 신세계백화점 지하 1층에 있는 파이브 가이 햄버거 매장을 갔었다. 미국에 갈 때면 가끔 들렀던 햄버거 브랜드가 국내에 들어온 후로 한 달에 한두 번은 찾게 되는데, 아내는 나이 들어서까지 햄버거를 먹는다며 가끔 핀잔을 주곤 한다. 그러나 햄버거를 한 번씩 즐기는 나는 베이컨치즈버거와 음료를 시키며 점심으로 한 끼를 때우려 했다. 보통 주말엔 자리가 없어 한참 기다려야 하지만, 평일 이른 시간이라 매장은 한적했다.
음료를 가져와 자리에 앉으려는데, 옆자리에 있던 젊은이가 “감자칩 하나 드실래요?” 하고 말을 건넸다. 갑작스러운 호의에 의아했지만, 곧 이유를 들을 수 있었다. 파이브 가이의 감자칩이 워낙 많아 혼자 다 먹기 힘들다며, 눈이 맑은 청년이 함께 나눠 먹고 싶다는 것이었다. 보통 다른 햄버거 가게에서 주는 감자칩은 한 손에 잡힐 정도지만, 이곳에선 그 세 배쯤 되는 양이 나오니 이해가 되었다.
살갑게 감자칩을 건네는 청년에게 고마움을 표하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그는 지방에서 대학을 다니다 군 복무를 마치고 복학을 준비하는 스무세 살이었다. 서울에 들렀다가 내려가는 길에 유명한 미국식 햄버거를 먹으러 왔는데, 생각보다 엄청난 양의 감자칩에 적잖이 놀랐다는 것이다. 그 모습을 보니 내 젊은 시절이 떠올라, 어느새 자연스러운 공감대가 형성되었다.
나는 그에게 “앞으로는 무엇이든 시도해 보라”라고 조언을 했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실수로부터 배우는 경험이 결국 본인의 커리어를 단단하게 만든다고. 예전 해외 건설현장 책임자로 일했을 때, 회사에서 신입 여사원을 파견한 적이 있었는데. 그 여사원은 관광경영학과를 졸업했지만, 대학 시절 히말라야 트래킹 가이드를 2년간 했던 이색 경력을 갖고 있었고. 그러한 경험을 높이 산 회사는 그녀를 해외 현장에 기꺼이 투입했고, 그 후로도 그녀는 어느 해외현장에 가서도 열심히 일하는 ‘글로벌 인재’로 거듭났었다.
스티브 잡스가 스마트폰을 세상에 내놓기까지 숱한 실패를 경험했고, 에디슨은 9,999번의 실패 끝에 만 번째에서 발명에 성공했다는 예시를 들며, “실수와 실패는 본인의 커리어가 된다고” 얘기를 해주었다. 삼성전자 고 이건희 회장도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오히려 격려함으로써 혁신을 이룰 수 있다고 말했다. 그만큼 청년기에는 다양한 경험을 통해 스스로 가능성을 시험하고, 좌절하더라도 다시 일어서야 한다는 것이다.
나는 “복학해서 남은 2년여간 전공 관련 공모전이나 학술 발표 등에 적극 참여하라”라고 권하였다. 당장 입상하지 못해도 쌓인 시도와 경험은 훗날 그가 원하는 회사에 지원할 때, 훌륭한 커리어로 인정받을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 모든 과정이 미래의 도약대를 만들기 때문이다.
이처럼 감자칩 하나를 권하는 인연으로 만나게 된 젊은이에게, 나는 마음의 응원을 보냈다. 앞으로 그 청년은 무궁무진한 기회를 품고 다시 학교로 돌아가 열심히 미래를 위한 준비를 할 것이다. 열정으로 성공을 거듭하며 스스로 원하는 세상을 만들어 나가는 그 여정이 빛나기를 진심으로 바라며, 그가 눈망울을 반짝이며 자신의 꿈을 향해 멋진 삶을 살아가길 응원한다.
오랜만에 떠올린 내 젊은 시절의 에너지를 되새기며, 나 역시 앞으로의 삶에 새로운 설렘을 품게 되는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