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육군 신병훈련소에서 교관이 훈련병들에게 물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보고 싶은 사람이 누구인가?"
훈련병들의 대답은 대부분 두 가지였습니다.
"엄마!"
"어머니!"
같은 대상을 두고도 왜 누구는 '엄마'라 했고, 또 누구는 '어머니'라 했을까요?
그 차이가 궁금했던 교관은 다시 물었습니다.
"엄마와 어머니의 차이가 무엇인가?"
며칠 뒤, 한 신병이 조심스레 메모를 적어 제출했습니다.
"엄마는 내가 엄마보다 작았을 때 부르던 이름이고,
어머니는 내가 어머니보다 컸을 때 부르는 이름입니다."
아이였을 때는 "엄마"라고 부르며 응석을 부렸지만,
철이 들고 나서는 "어머니"라 부르며 조심스러워진다는 뜻이었습니다.
그런데 훈련소 첫 면회 날, 그 신병은 어머니를 보자마자
자신도 모르게 달려가 그녀를 끌어안고 외쳤습니다.
"엄마!"
그렇습니다.
세상 어디에도 '엄마'와 '어머니'를 명확하게 구분한 사전적 정의는 없지만,
‘엄마’라는 단어 속에는 세월을 초월한 그리움과 사랑이 담겨 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좋은 이름은 어머니요, 가장 아름다운 부름은 엄마이다."
– 김남조 시인 -
불교 경전 부모은중경(父母恩重經)에 따르면,
어머니는 우리를 낳을 때 3말 8되의 피를 흘리시고,
길러주실 때 8 섬 4말의 모유(母乳)를 주신다고 합니다.
그래서 엄마들은 또 하나의 증서를 갖고 있습니다. "골다공증."
나이 들어 뼈가 약해지는 이유는
그만큼 자식을 위해 헌신하며 모든 영양을 내어주었기 때문입니다.
은퇴 후 힘없는 아버지, 손님 같은 존재입니다.
어머니는 자식을 품고 눈물 흘리는 존재라면,
아버지는 뒤에서 묵묵히 땀을 흘리는 존재입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아버지는 가정에서 '손님'이 되어버립니다.
한 유학생이 있었습니다.
그는 어머니와는 매일 전화로 이야기를 나누었지만,
아버지와는 무심하게 지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문득 깨달았습니다.
"나는 아버지가 열심히 일해서 나를 유학까지 보내주셨는데,
정작 아버지께 감사의 말 한마디 제대로 전한 적이 없구나."
그는 스스로를 책망하며,
오늘만큼은 꼭 아버지께 감사의 마음을 전해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그리고 집에 전화를 걸었습니다.
마침 아버지가 받았습니다.
하지만 첫마디가 이랬습니다.
"엄마 바꿔줄게."
늘 가족들의 '전화 교환수' 역할을 해오셨던 탓일까요?
무의식적으로 나온 반응이었습니다.
유학생은 황급히 말했습니다.
"아니요, 오늘은 아버지와 이야기하려고요."
그러자 아버지는 잠깐 멈칫하시더니 이렇게 물었습니다.
"왜, 돈 떨어졌냐?"
그 순간 아들은 가슴이 먹먹해졌습니다.
아버지는 자식들에게 그저 '돈 주는 사람'이었을 뿐이었을까요?
그래서 다시 말했습니다.
"아버지께 너무 많은 은혜를 받았으면서도
그동안 연락도 자주 못 드리고 불효한 것 같아서요.
오늘은 아버지와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고 싶어요."
그러자 아버지는 잠시 침묵하시더니 조용히 한마디 하셨습니다.
"너, 술 마셨냐?"
그 말을 듣고 아들은 속으로 쓴웃음을 지었습니다.
아버지는 우리에게 가장 큰 은행이었고,
우리는 한 번도 그 은행에 감사 인사를 한 적이 없습니다.
어머니는 늘 우리를 품어주시고,
아버지는 묵묵히 우리를 지켜보십니다.
하지만 두 분 다 우리를 위해 살아오신 소중한 분들입니다.
매년 명절이 되면 많은 사람들이 부모님을 떠올립니다.
그러나 명절뿐만 아니라,
그분들이 살아계실 때 따뜻한 말 한마디라도 더 건넨다면
그것이야말로 부모님에게 드리는 가장 큰 효도가 아닐까요?
효도는 돈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살아 계실 때 따뜻한 말 한마디로 시작됩니다.
매년 맞이하는는 명절,
"엄마, 아버지"라고 부를 수 있을 때 한마디라도 더 따뜻하게 불러보세요.
그 작은 말 한마디가,
누군가에게는 평생 잊지 못할 선물이 될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