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을 자극하는 본능형 · 지식을 전달하는 정보형
현재 ‘크리에이터 이코노미’, 즉 크리에이터 중심의 경제는 콘텐츠 외에도 다양한 영역으로 확장하고 있습니다. 2022년 기준 글로벌 시장의 크리에이터 이코노미 규모는 약 1,042억 달러로 추산되고 있죠.
특히 유튜브라는 거대 플랫폼은 이러한 크리에이터 이코노미 성장의 중심에 있습니다. 2022년 한국의 유튜브 앱 사용자 수는 무려 4183만 명, 월간 총 사용 시간은 13억 8000만 시간으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죠. 인구의 약 80%가 월 평균 32시간 동안 유튜브를 사용한다는 것인데, 이는 유튜브 콘텐츠에 대한 수요가 그만큼 크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우리는 유튜브를 중심으로 현재 크리에이터 이코노미가 정착하기까지의 과정을 파악함으로써 앞으로의 성장 방향성에 대한 인사이트를 얻어보고자 합니다.
이를 위해 유튜브 크리에이터들을 4개의 세대로 분류해 보았습니다. 세대를 구분하는 기준은 크리에이터가 미디어로서 수행하는 역할이 변화했던 시기를 기점으로 했습니다. 크리에이터가 아마추어 감성으로 시청자와 밀접하게 소통했던 1세대, 전문성 있는 정보 전달자로 성장했던 2세대, 기성 미디어의 영향력을 뛰어넘기 시작한 3세대, 그리고 하나의 고유한 콘텐츠 IP로서 자리 잡고 있는 4세대까지. 각각의 특징을 차근차근 살펴보겠습니다.
입짧은햇님, 양띵, 양팡, 대도서관, 회사원A
섬네일만 봐도 배부를 정도로 많은 양의 음식. 먹방 유튜버 '입짧은햇님'은 1시간 30분 내외로 진행되는 실시간 방송 동안 시청자들과 소통하며 이 음식들을 모두 먹습니다. 그리고 라이브 영상은 하이라이트 장면만 편집한 버전과 풀 버전으로 각각 업로드됩니다. 최근에는 하이라이트를 더 짧게 편집해 숏폼 콘텐츠로 활용하기도 하죠.
1세대 크리에이터들은 이처럼 사람들에게 ‘대리만족’을 제공합니다. 맛있는 음식을 양껏 먹거나, 해외의 여러 국가를 여행하거나, 핫플레이스에 방문해 쇼핑을 즐기기도 해요.
2010년대에는 스마트폰이 보급되며 미디어 소비 형태에 큰 변화를 불러왔습니다. 언제 어디서나 짧은 시간 안에 즐길 수 있는 콘텐츠가 인기를 끌었고, 유튜브가 국내 동영상 플랫폼 중 압도적인 점유율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많은 크리에이터들이 타 실시간 방송 플랫폼 혹은 SNS에서 활동하다가 유튜브로 이적해 오며 ‘아마추어 감성’의 크리에이터들이 인기를 얻었어요. 대다수가 구독자들과 실시간 채팅 등으로 밀접하게 소통하던 1인 크리에이터이다 보니 친근한 이미지가 어필 포인트였던 것이죠.
크리에이터 이코노미가 자리 잡기 전, 유료 후원이 가능한 아프리카TV와 유튜브를 병행하는 크리에이터가 많았습니다. 아프리카TV에서 실시간 방송을 진행한 후 방송 영상을 편집해서 유튜브에 업로드하는 방식으로요. 이를 통해 구독자들의 실시간 소통에 대한 니즈를 충족시키는 동시에 유료 후원을 통한 수익도 얻을 수 있었습니다.
해당 방식은 유튜브를 통한 수익 창출 구조가 명확해진 지금은 보기 드물어졌죠. 여러 플랫폼을 병행하여 운영하지 않아도 유튜브 내에서 실시간 스트리밍을 진행하고, 유료 후원 기능인 ‘슈퍼챗’을 받을 수 있으며, 채널 멤버십까지 운영할 수 있으니까요.
타 플랫폼과 병행하여 수입원을 다각화할 수도 있지만, 유튜브 내에서 채널을 분리하기도 합니다. 각 채널별로 다른 성격의 콘텐츠를 업로드해서 타깃을 확장할 수 있거든요. 뷰티 유튜버 '회사원A'는 유튜브 이전에 블로거로서 팬을 모았습니다. 이후 뷰티 콘텐츠를 업로드하는 ‘회사원A’ 채널을 시작으로 하여 일상적인 모습을 업로드하는 ‘회사원B’ 채널, 그리고 일본인을 타깃으로 한 ‘会社員J(회사원J)’ 채널을 함께 운영하고 있습니다. ‘회사원A’ 채널에서는 뷰티 카테고리에 관심이 있는 한국인을, ‘회사원J’ 채널에서는 K-뷰티에 관심이 있는 일본인을 타깃으로 하고, ‘회사원B’에서는 일상적인 모습으로 팬들과 밀접하게 소통하고 있죠.
한편, 인스타그램에서 '공구(공동 구매)'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인플루언서들도 1세대 크리에이터에 속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공구란 인플루언서가 도매가로 물품을 대량 구입하고, 이를 중간 판매자로서 판매하는 것을 의미하는데요. 특히 인플루언서가 직접 물건을 사용하는 모습을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노출함으로써 홍보 효과를 높이죠. 소통을 중심으로 하는 플랫폼 특성에 맞춰 팔로워에게 친밀하게 접근하여 신뢰감을 얻고, 이를 기반으로 매출 또한 높이는 것입니다.
슈카월드, 잇섭, 이사배, 김한용의 MOCAR
‘언박싱’, ‘하울’, ‘택배깡’. 모두 크리에이터들이 제품을 구매한 후 직접 포장을 뜯어 사용하는 과정을 영상으로 담은 콘텐츠입니다. 이러한 콘텐츠는 시청자가 함께 택배를 뜯어 보는 듯한 느낌을 줌으로써 생동감과 집중도를 높일 수 있고, 신뢰성도 확보할 수 있어요.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정보를 검색할 때 유튜브를 활용하고 있습니다. ‘2022 인터넷 이용자 조사’에 따르면 정보 검색 시 이용하는 채널에서 유튜브는 이용률 60.3%로 2위를 차지했습니다. 구글의 이용률은 49.5%로 3위를 차지했죠. 예를 들어 전자기기를 구매하려고 한다면, 구매 전에 구글 검색이 아니라 유튜브 검색을 통해 사용 후기나 장단점 등을 살펴본다는 것입니다.
2세대 크리에이터들은 이처럼 검색 엔진의 기능을 하게 된 유튜브에서 다양한 정보를 전달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양질의 정보를 담은 영상을 전문성 있게, 높은 퀄리티로 만드는 것이 경쟁력이 되었어요. 1인 단위로 이러한 니즈를 충족하기엔 부족함이 있으니 편집자 등을 고용한 팀 단위로 활동하거나, 기업을 설립하기도 했죠. 경제 유튜버 '슈카월드'가 유튜브 운영을 위한 ‘(주)슈카친구들’을 설립한 것처럼요.
이때 성장한 것이 MCN(Multi Channel Network)입니다. 쉽게 말하자면 연예기획사와 유사한 개념으로, 크리에이터들의 매니지먼트나 광고주 매칭 등을 담당하죠. 특히 많은 MCN들이 중점적으로 수행하는 역할은 콘텐츠 IP 강화입니다. MCN 기업 ‘샌드박스 네트워크’는 크리에이터 콘텐츠 IP를 활용한 굿즈를 출시하고 팝업 스토어도 운영했으며, 일상 유튜버의 이야기를 담은 음원을 발매하기도 했어요.
이처럼 크리에이터 중심의 경제 구조가 확대되는데 특히 큰 영향을 미친 것은 팬덤 문화입니다. 특정 크리에이터의 팬덤이 형성되면서 해당 팬덤을 중심으로 한 타깃팅이 가능해진 것입니다. 이는 크리에이터가 많은 브랜드들에게 매력적인 비즈니스 파트너가 될 수 있도록 기여하고 있죠.
예를 들어 뷰티 유튜버 '민스코'의 경우 1020 여성 팬의 비중이 높아요. 그래서 이들을 타깃으로 하는 브랜드라면 민스코와의 협업을 통해 명확한 타깃팅이 가능합니다. 실제로 민스코는 ‘삐아’, ‘페리페라’, ‘롬앤’ 등 1020 여성 타깃의 뷰티 브랜드와 협업해 유료 광고 콘텐츠를 제작하기도 했죠.
유료 광고 콘텐츠에서 나아가 제품을 공동 개발하기도 합니다. 2세대 크리에이터들은 특정 카테고리에 대한 전문성이 있고, 해당 카테고리에 관심이 있는 타깃에게 신뢰성도 높죠. 콘텐츠를 통해 직접 제품 기획 과정을 공개하거나 사용법을 소개함으로써 그 신뢰성은 배가 됩니다. ‘에스쁘아’는 민스코와 공동 개발한 아이브로우 제품인 ‘더브로우 밸런스 펜슬’을 출시했어요. 출시 전 프로모션으로 네이버 쇼핑 라이브를 진행했는데, 민스코가 직접 출연해 1시간 만에 3천 개를 판매하기도 했습니다.
이와 같은 1세대, 2세대 크리에이터들의 과제는 크리에이터 이코노미의 성장에 맞춰 지속적으로 콘텐츠를 진화시키는 것입니다. 초기 1세대 크리에이터의 경우 유튜브 운영을 시작한 지 약 10년이 된 것인데요. 그 동안 수없이 많은 크리에이터가 등장하며 콘텐츠의 형태는 계속해서 고도화되고 있죠. 시대의 흐름에 휩쓸리지 않고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고민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2세대 크리에이터의 경우,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크리에이터 시장에 진입하며 유튜브 콘텐츠로 접할 수 있는 정보의 폭과 깊이가 모두 확장되고 있죠. 그렇기 때문에 이전보다 더 차별화된 주제로, 객관적이고 전문성 있는 정보를 밀도 있게 담는 등의 노력이 필요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