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는 가볍게

였는데 점점 무거워진다 

세상에는 참 글을 잘 쓰는 사람이 많다. 

어쩌면 저렇게 내 맘 같이 쓸 수가 있지, 라거나 아니 어떻게 저런 생각을 저렇게 쓰지, 라거나 

놀랄 때가 한두 번이 아니고, 그래서 쪼그라들 때도 한두 번이 아니다. 

나도 작가라는 이름으로 글을 쓰고 밥벌이를 하며 살았지만, (과거형인 이유는 디졸브 타임이라...근데 다음 씬이 붙질 않으니 이러다 페이드아웃으로 끝나버릴까 두렵다 ㅜㅜ) 사람들이 작가라는 호칭으로 나를 부르지만, 

내게 '작가'라는 이름은 김대리, 이부장, 박팀장..과 다르지 않다. 

그래서 주변 지인들에게 진짜 작가가 되고 싶다, 는 말을 자주 해왔다. 

오랫동안 그리고 지금도 내가 가짜 같다는 생각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마도 그건 '내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컸기 때문일 텐데, 생각해보면 '내 글'이라는 것의 정체도 모호하다. 

아무튼 이런 이유로 나는 계속해서 늘, 진짜 작가가 되고 싶었는데, 그 와중에 '브런치 작가'로 글을 발행할 수 있는 자격을 얻었고, 오늘로 열흘이 조금 넘었다. 

최근에는 뭘 해도 안 되고, 거절당하고, 까이고, 채이고...의 연속이었던지라 브런치 작가가 되셨습니다, 

하고 메일을 받았을 때, 제일 먼저 든 생각은 '아, 고맙다' 였다. 그래서 불타는 의욕으로 그동안 서랍에 쟁여놓았던 글들을 다듬어 매일 1브런치를 하겠다고 마음 먹었...으나 열흘이 넘어가자 서랍은 비어 가고, 가볍게 시작하자 했던 처음 마음은 무거워졌다. 매일 같이 글감이 샘솟을 줄 알았는데 쩜쩜쩜. 

세상 일이 마음먹은 대로 계획대로 잘 안 되는 걸 새삼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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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 쓰고 하루가 지나 다시 펼친 서랍. 

오늘은 하루종일 나를 검열했다. 내가 쓰는 글이 맞나, 이 방향이 맞나, 아닌 것 같은데. 

괜히 돈 생각에 한다고 했나, 괜히 민폐가 되는 건 아닌가, 내 몫의 역할을 못하고 있는 건 아닌가. 

밥값은 제대로 하고 있나..그렇게 시시각각 나는 또 쪼그라들어서 

아침에 나갈 때는 곧 터질 것처럼 부푼 풍선이었는데, 퇴근해 집에 오니 형체도 알 수 없이 쪼글쪼글해져 버렸다. 차라리 터져버릴 것이지. 바람 빠진 풍선에 대체 또 얼마의 뽐뿌질을 해야 탱탱해질 것인가. 

자꾸 눈치가 보이고 자꾸 목구멍으로 말을 삼키고 자꾸 고개를 떨구고 자꾸...희미해진다. 

브런치 작가로 시작할 때는 이런 푸념을 이런 찌질한 일기를 쓰려고 했던 건 아닌데. 

자가발전이 안 되는 날들. 그래서 자꾸 맥없이 꺼진다. 

어쨌거나 저쨌거나 상황이 어떠하든 하기로 마음을 먹었으니 

나는 1일 1브런치를 지켜보겠다.  

그 마음으로 일단 글을 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