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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소라 Sep 17. 2020

Easy Learn, Hard Run

게임 개발의 관점에서 본 '쉬워 보임'의 중요성

작년에 신규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느꼈던 게임과 대중문화에 대해 생각하면서

생각해본 개념 'Easy Learn, Hard Run'에 대해 정리한 내용입니다.





게임은 대중문화입니다.


영화도 대중문화입니다.

음악도 마찬가지입니다.

힙합도 마찬가지입니다.


대중문화끼리는 통하는 게 있습니다.

잘 나가는 대중문화 상품끼리는 통하는 게 있습니다.

그 어떤 흐름이 일치합니다.


얼마 전(현시점 1년이 넘었네요;;) 넷플릭스에서 쇼미 더 머니 미국판 같은 프로그램을 본 적이 있습니다.

거기에 어떤 여자 프로듀서가 나옵니다.


힙합씬에서 핫한 여자라고 하는데 저는 처음 보았습니다.

손톱도 엄청 길고 옷도 요상하게 입습니다.

그냥 요상한 정도가 아니라 처음에는 미친 사람 같았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카디 비 라는 유명 래퍼더군요.

(카디 비 팬 분께는 죄송... 그런데 그때를 계기로 그녀의 노래를 찾아 듣게 되더군요ㅎㅎ)


힙합의 재미 중 하나는 언어유희인데 그런 부분을 잘 느낄 수 없어서 프로그램 자체의 재미는 많이 느낄 수 없었지만

아무튼 그게 중요한 것은 아니고 프로그램 초반에 어떤 흑인이 유창하게 랩을 하는 내용이 나옵니다.

그리고 프로듀서 카디 비가 심사평을 합니다.


"랩은 잘하는 거 같은데 요즘 친구들은 심플한 거 좋아해요. 저희는 스타를 찾아요."


이것이 제가 생각하는 현 대중문화의 가장 중요한 흐름입니다.



is the best?

심플한 것


근데요 심플이라고만 표현하면 애매합니다.

마냥 간단한 것?

간단하다고 재밌진 않아요. 간단한 거 만들기는 쉽습니다.

간단하면서 재밌으려면 무언가를 넣을 수밖에 없습니다. 심플에서 멀어지죠.


즉, 이 단계에서 심플한 것의 좀 더 정확한 의미는 '심플해 보이는 것'이 아닐까 하는 가정을 하고 다음 얘기를 진행해보려 합니다.


심플
심플의 속성 : 직관적, 상대적으로 단순(상대적이 중요),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심플하지 않고 재미까지 학습이 좀 필요하고 이해해야 확 더 재밌고 쾌감이 있는 그런 대중문화 콘텐츠는 대중적 인기에서 상대적으로 떨어질 겁니다. (알수록 들릴수록 더 재밌고 감동적인 클래식 음악 같은 것들 말이죠.)


그리고 작금의 상황은 이런 유저들, 팬들의 성향은 현재 더 가속화되고 있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예전에 저 개인적으로 밀레니얼 세대 분석에 대해 생각하면서 사용한 [쾌락의 가성비](차후 포스팅할 예정입니다)라는 키워드가 있었는데요.

이 쾌락의 가성비는 재미를 느끼기 위해 아주 사소한의 노력만 하고 싶은

요즘 세대의 경향을 표현하기 위해 만들어본 개념입니다.

이 성향이 좀 더 위아래 세대로 퍼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포스트 밀레니얼 세대는 더 심하겠죠?)


아무튼 이 가성비가 좋으려면 쉬워 보여야 합니다.

쉬워 보여야 합니다. 직관적이어야 합니다.

심플해 '보여야' 합니다.


일단 직관적이고 할 만해 보여서 유저의 파이를 키워놓으면

유저는 알아서 어려운 길로 스스로 진입합니다.

파이가 키워지면 그 파이가 게임을 흥하게 합니다.

유저가 유튜브에 컨텐츠를 올리고 

유저가 공략을 올립니다.

이 단계로 접어들면 개발사가 해야 할 것들은 좀 더 유저 반응에 집중해서

유저에게 필요한 것들과 편의를 밀어 넣는데 집중할 수 있습니다.

즉, 저 단계로 밀어 넣는 것이

대중적 인기를 가지고 싶은 게임의 목표라고 생각합니다.





플레이어의 마음가짐


요새 대부분의 게임이 재미없다는 유저의 댓글을 본 적이 있습니다.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편으론 사실 대부분의 게임은 꽤 재밌는데... 이런 생각도 많이 합니다.


생각보다 중요한 건 플레이어의 마음가짐입니다.

저는 개발 중인 게임을 처음 플레이할 때 냉정 모드(일반 유저 빙의)로 몇 번 플레이를 해보고

그 후에는 열린 모드(열린 마음으로 플레이)로 플레이해 봅니다.

대부분의 게임이 냉정 모드에서는 재미없고 상대적으로 열린 모드에서는 재미를 찾기가 수월해지죠.


유저가 열린 모드로 플레이할 수 있는 몇 가지 유도 방법 중 하나가 바로

Easy Learn 할 수 있는 직관성을 확보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직관적이어야 합니다. 유저의 작은 액션에서 재미가 와야 합니다. 의미가 있고 다음 액션으로 부드럽게 이어져야 합니다. 자연스러운 학습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구체적으로는 말하자면 더 적은 스크린 터치를 요구한다던지, A->B->C->D 너무나 자연스럽고 아름다운 게임 학습 흐름을 넣는다던지, 튜토리얼 장인이 만든 것 같은 아름다운 튜토리얼을 넣는다던지, 기존의 아름다운 게임 구조를 참신하게 압축한다던지, 혁신적인 플레이 방법을 고안한다던지 등등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화면의 다양한 UI, 다양한 컨텐츠가 들어가 있고 유저가 그것들을 학습하면서 플레이할 것을 기대하지는 것은 좋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유저의 과한 학습을 전제로 하는 게임을 피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면서도 깊이는 넣어야 합니다.

Hard Run을 말합니다. 쉽게 배웠는데 제대로 달리려 보니 깊이와 적당한 빡심이 있는 것이죠.


완성도는 게임의 충성도 높은 고객을 늘려주지만 직관성은 게임의 유저 파이 자체를 키워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적어도 현재의 흐름은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결론


개발하면서 이런 걱정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우리만 재밌는 게임을 내놓을 수도 있다는 걱정"

시스템이 복잡한 것도 모른 채, 적응한 우리(개발자)한테만 적응한 우리만 자연스러운 모른 채, 그런 게임을 그대로 출시할 수도 있는 걱정


대부분의 개발자가 고려하고 있는 easy to learn, hard to master

그리고 요새 들어 더 가속화되고 있는 쾌락의 가성비

이런 여러 가지 상황들을 생각해보며 정리한 내용입니다.


지금까지 Easy Learn, Hard Run 포스팅을 보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정리한 것을 보니 hard run에 대한 내용은 적네요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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