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번째 애잔 소리가 들릴 때

금각만, 이스탄불 - 터키

by 스토리텔러

내가 반한 노을 #4


이슬람 문화권에 여행 가본 사람들은 애잔(Ecan) 소리라는 것을 들어봤을 것이다. 애잔은 무슬림들의 기도 시간을 알리는 일종의 알람이다. 모스크에서 외치는 애잔 소리는 도시 전체에 울려 퍼진다. 지금이 기도해야 할 때라고 모든 국민에게 알려주기 위해서다.


애잔은 하루에 다섯 번 울린다. 해가 뜨기 전, 정오, 오후, 해가 진 뒤, 그리고 잠들기 전. 이렇게 다섯 번의 애잔 소리를 통해 시계가 없어도 지금이 대충 몇 시인지 알 수 있고 무슬림들은 그때 기도를 시작한다.


어딘가 모르게 경건하면서도, 구슬픔 음색을 지닌 애잔을 들으며 바라본 금각만의 노을은 말 그대로 '애잔'한 감상을 불러일으킨다.


SAM_0599.JPG 해가 지기 시작하는 금각만


금각만의 노을을 가장 감성적으로 바라보기 위해서는 페리를 타야 한다. 개인적으로는 에미뇌뉘(Eminönü)항에서 카라쿄이(Karaköy)항으로 가는 페리를 타는 걸 추천한다. 사실 금각만 위에 있기만 하다면 뭐든 상관없다. 다만 구시가지에서 출발한 뒤, 점점 멀어지는 모스크를 바라보는 것이 더 느낌 있을 뿐이다.


SAM_0604.JPG 페리 위에서 바라본 구시가지의 모스크들


시간만 잘 맞춘다면 네 번째 애잔 소리를 들으면서 해가 모스크에 걸치는 것을 볼 수 있다. 잠시 눈을 감고 상상해본다. 나이를 지긋이 드신 무슬림 어르신이 목놓아서 기도를 알린다. 그리고 그 위로 붉은 태양이 점점 내려앉으며 모스크의 첨탑에 걸린다. 그렇게 많던 갈매기들의 울음소리는 왜인지 더 이상 들리지 않는다. 경건하고 간절한 소리에 심취하여 노을을 보는 것이다.


저분들은 어떤 심정으로, 그들이 믿는 신에게 어떤 기도를 드릴까? 이슬람을 둘러싼 세계적인 논란과 주제들이 머릿속에 스쳐 지나갔다. 무신론자들도 이 순간에는 신이라는 존재에 대해 깊게 생각해볼 것이라고 감히 자부한다. 나 역시 그랬으니까.


모스크 석양3.JPG '이국적'이라는 단어를 담은 듯한 광경


이국적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이 장면은 이스탄불을 방문한 사람들의 뇌리에 각인될 수밖에 없다. 이스탄불의 주요 교통수단들을 이용 가능한 통합 교통 카드인 '카르트'의 그림이 바로 이 모습이니까.


P20150429_234858966_E45D1569-7B28-4DCF-9BE3-6E1C18A5341E.JPG 아직도 간직하고 있는 이스탄불 카르트


이 카르트 하나로 버스, 트램, 페리, 튜넬, 지하철을 모두 이용할 수 있다. 심지어 몇몇 특별한 곳에서는 곤돌라까지도 호환되는 만능의 카드다. 이스탄불에서 내 모든 이동을 책임져준 이 카드의 그림에 있는 장면을 실제로 봤으니, 그걸 잊을 수가 있을까?


어떤 의도로 이 모습이 카르트에 담기게 됐는지는 모른다. 다만 이 광경이 이스탄불을 대표할 자격은 충분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런 건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금각만의 노을은 현지인들과 관광객들 모두의 마음을 사로잡은 노을이라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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