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의 마무리가 아름답다면

니스 - 프랑스

by 스토리텔러

내가 반한 노을 #3


어떤 일이든지 마무리는 매주 중요하다. 과정이 매끄럽지 못하더라도 마무리가 깔끔하면 좋은 기억으로 남는 반면에, 과정이 아무리 좋더라도 마무리가 깔끔하지 못하다면 나쁜 기억으로 남는다. 그래서 우리는 마무리를 좋게 하는 것에 많은 심혈을 기울이는 것 같다.


바쁘고 정신 없는 하루를 보내더라도, 기분 나쁜 일들만 가득한 하루를 보내더라도, 그 하루를 아름답게 마무리한다면 좋은 하루가 되지 않을까. 기분 좋게 잠에 들며 새로운 기분으로 하루를 시작할 수 있지 않을까.


니스의 노을은 니스 사람들에게 하루를 아름답게 마무리하게 해주는 존재였다. 길을 걸으며 보는 그들의 표정이 유난히 밝은 이유는 그때문이었을지도.


SAM_2244.JPG 노을이 내려앉자 많은 사람들이 해변가로 몰려든다


해안가에 위치한 도시기 때문에 바다가 보이는 곳이라면 어디서든 노을이 보인다. 그래도 가장 예쁜 명당을 찾자면 아마도 전쟁 기념비(Rauba-Capeù Memorial) 인근이 아닐까 싶다. 니스 하면 대표적으로 떠올리는 사진들을 보면 만 형태로 되어있는 바다가 제일 자주 보일 것이다. 바로 그 시작점을 알리는 지점이 전쟁 기념비다.


노을.JPG 가족, 친구, 연인들이 니스 앞바다에 나와있다


유명한 관광지기 때문에 관광객들도 많겠지만, 때는 비수기였기 때문에 니스 주민들이 많았던 것 같다. 그걸 어떻게 아냐고? 많은 여행지를 돌다보면 이 사람이 관광객인지 현지인인지 판단하는 눈이 생긴다. 100% 들어맞는 건 아니지만 어느정도 짐작 가능하다.


SAM_2247.JPG 지중해 하늘을 붉게 물들인 노을


니스는 생각보다 좁은 도시다. 그렇기에 도심의 중심부에서 해안가까지 오는데 채 10분도 걸리지 않는다. 이들에게 지중해 노을을 보는 것은 집 앞에 있는 식당에 나가는 것보다도 쉬운 일이다. 만약 내가 여기 주민이었으면 365일 내내 이 노을을 보며 하루를 마무리할 것 같다.


학업에 지친 학생들, 일에 치여 심신이 메마른 직장인들, 사소한 일로 다툰 연인들이 이곳에 와서 마음이 치유되는 상상을 해본다. 만약 내가 살아오며 겪은 안 좋은 일들이 있던 날에 이 노을로 하루를 마무리했다면, 그 다음날을 조금은 더 밝게 살 수 있지 않았을까 하고 생각해본다. 부질없지만 이곳에 사는 사람들이 부러워진다.


SAM_2259.JPG 추운 날씨임에도 돗자리를 깔고 노을을 감상하는 사람들


그러다 문득 내 주변에는 이런 공간이 없었나라고 생각한다. 아니었다. 내가 찾지 않았을 뿐이다.


물론 바로 눈앞에 니스의 해안가가 있는 것과 아닌 것은 큰 차이가 있다. 아무리 가는 길에 동일한 노력이 필요해도, 그 목적지가 눈앞에 보이는 것과 안 보이는 것은 천지 차이다. 그런 부분에서 이곳의 사람들은 축복 받았다고 할 수 있겠다.


다만 나에게도 눈을 뜨고 이런 곳들을 찾아봐야겠다는 동기부여는 됐다. 분명 존재할 것이다. 아름답지 못한 일들은 있어도, 아름답지 못한 자연은 없다. 찾아나서야 비로소 보일 뿐이다.


SAM_2252.JPG 완연하게 붉어진 니스의 노을


니스의 노을은 나로 하여금 내 주변에 있는 소중한 공간들을 찾아나서게 하는 계기가 됐다. 집앞에 있는 양재천도, 차 타고 10분만 가면 나오는 한강 공원도, 니스의 해변만큼이나 충분히 아름다웠다. 이제는 조금은 억지스러워도 그런 곳들을 전보다 자주 찾는다. 내 하루를 아름답게 마무리하기 위해. 그로 인해 다가올 내일을 더 밝게 살아갈 수 있게.


수천 km 떨어진 아름다운 해변가의 노을을 보며, 일상에서 보지 못했던 소중한 곳들을 떠올린다. 노을 지는 니스의 해변은 그런 곳이었다.

이전 02화희망을 담은 호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