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로 골목길 누비기

스트라스부르 - 프랑스

by 스토리텔러

골목길 이곳저곳 #1


사람을 겉모습만 보고 완전히 파악하는 건 참 어렵다. 특히나 그게 잘 꾸며진 모습이라면 더더욱 어렵다. 여행지도 마찬가지다. 대표적인 관광지 몇 군데만 둘러보는 것으로는 그 도시를 알 수 없다. 최대한 이쁘게 꾸며진 관광지들을 보고 가는 것은 한 존재에 깃든 화사한 측면만 보는 것과 같다.


물론, 그저 즐기기 위한 목적인 여행인데 굳이 그 도시를 속속들이 알아야 할 필요는 없다. 굳이?


다만 무언가를 깊이 알아가는 것은 매우 즐거운 일이며, 그 과정에서 감명을 받거나 깊은 생각을 할 계기를 얻게 된다. 오감이 즐거운 것도 좋지만, 가끔씩은 생각의 즐거움도 찾고 싶을 때가 있다. 그럴 때는 여행지의 골목을 이곳저곳 돌아본다.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닌, 그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는 날것의 공간들을 살펴본다.


SAM_1744.JPG 스트라스부르의 흔한 골목길


스트라스부르에서 자전거를 타고 골목길을 누비길 원했다. 정여울 작가님이 쓴 '나만 알고 싶은 유럽 TOP 10'에 소개된 스트라스부르에 매료됐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애초에 하루짜리 일정이었다. 그저 자전거 타고 도시를 달릴 의도로 여행지로 삼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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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를 달리다보면 운 좋게 쁘띠 프랑스와 마주할 수 있다


스트라스부르 골목을 달리는데 한 가지 관전 포인트가 있다. 스트라스부르는 독일과 프랑스 영토가 되길 수십 번도 넘게 반복한 곳이다. 그렇기에 독일의 건축 양식과 프랑스의 건축 양식이 뒤죽박죽 섞여 있는 곳이기도 하다. 건축 양식에 대한 사전 지식이 없어도 거리를 잘 살피며 달리다 보면 알게 모르게 보는 눈이 생긴다. 어느 양식이 어느 국가의 것인지는 몰라도 확연히 다른 두 양식들이 혼재해 있는 것을 파악할 수 있다. 그게 또 나름 재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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쁘띠 프랑스 안은 좁아서 천천히 걸어야만 했다


일부러 찾아갈 수도 있지만, 우연히 마주친 명소는 평소의 느낌이랑은 다르다. 유명한 관광지를 내가 직접 찾아가는 것보다 배가 되는 반가움, 그리고 뿌듯함을 느낄 수 있다. 이 역시 골목길 돌아다니기의 묘미 중 하나다.


길2.JPG 시간은 어느새 저녁이 되어간다


거리를 돌아다니다가 배고프면 그냥 보이는 식당에 들어가 식사하고, 다시 도시를 둘러보는 일정을 반복한다. 그러면 시간은 자연스레 땅거미 질 때까지 흘러갈 것이다. 그때부터는 조금 더 차분해진 도시의 모습을 감상하면 된다. 강가에서는 스트라스부르를 한 바퀴 도는 유람선을 발견할 수 있다. 시간이 된다면 유람선에 탑승해서 가이드 오디오를 들으며 도시를 쭉 둘러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오디오 가이드에 무려 한국말이 등록되어 있다.)


야경.JPG 크리스마스 마켓 준비가 한창이다


12월 중순쯤에 간다면 운 좋게 크리스마스 마켓도 즐길 수 있다. 내가 갔을 때는 11월 말이라 아직 준비 중이었지만, 이곳 스트라스부르에서 열리는 크리스마스 마켓은 꽤나 유명하다고 한다.


사실 가성비 측면에서 봤을 때 골목길을 무작정 돌아다니는 것은 매우 비효율적이다. 일분일초가 아쉬운 여행에서 목적지 없이 길을 떠나는 것은 자칫 시간 낭비처럼 보일 수도 있다. 실제로 많은 시간을 들인 것에 비해 엄청난 것을 보지는 못한다. 다만 그 분위기만으로도 여행을 다니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지게 하는 곳들이 있다. 스트라스부르는 그런 곳 중에 하나다. 긴 여정에 지치거나, 마음이 다른 큰 것을 받아들일 정도로 여유롭지 못한 상태라면, 한 번쯤은 스트라스부르의 골목을 누비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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