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박한 알프스 사람처럼

송아지 스테이크, 인터라켄 - 스위스

by 스토리텔러

먹는 게 남는 거 #2


보기 좋은 게 먹기도 좋다는 말이 있다. 실제로 유명한 맛집들의 음식 사진을 보면, 그 자태만으로도 침샘을 자극하고는 한다. 평소에 맛집을 찾을 때도 사진이 시원찮으면 안 찾아가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맛집은 그저 맛있으면 그만이다. 아무리 하찮게 생겼어도, 그냥 평범한 식사 같아 보여도 맛있으면 그게 전부다.


인터라켄에서 유명한 요리 중 하나를 뽑자면 당연히 송아지 스테이크다. 실제로 히르센(Hirschen)이라는 레스토랑은 돌판 위에 송아지 고기를 얹어 구워주는 상당히 유명한 곳이다. 돌판에서 지글지글 타오르는 송아지 고기를 보면 누구나 먹고 싶어 할 것이다. 그러나 이번에 소개할 것은 송아지 스테이크 몇 조각을 그저 곁들였을 뿐인 리소토와 수프다.


스위스맥주.JPG 메인 디쉬 이전에 나오는 수프, 빵, 그리고 맥주


스테이크를 생각하면 '맛있다', '비싸다' 등의 수식어가 떠오른다. 누구나 매일 먹을만한 일반적인 음식은 아니다. 심지어 유명한 곳의 스테이크를 보면 정말 특별한 날에나 가겠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위에 소개한 히르센(Hirschen)에서 스테이크를 먹는다면 분명 여행지에서 특별한 기분을 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어쩌다 가끔씩은 여행지의 사람들처럼 소박하게 식사를 해보는 경험을 해보고 싶다. 항상 그런 건 아니지만 분명 그럴 때가 있다. 스위스 하면 또 목가적인 분위기로 뇌리에 기억되는 곳이기도 하다. 스위스가 배경인 여러 동화들을 보면 드넓은 초원과 산맥에서 소박하게 식사하는 가정들을 볼 수 있다. 일을 마치고 돌아와 작은 테이블에 둘러앉아 간단하게 끼니를 때우는 그들의 모습을 보면, 알게 모르게 동심 어린 로망이 솟아오른다.


송아지.JPG 송아지 스테이크 세 조각과 소박한 리소토


그 로망을 실천한 하루였다. 혼자서 한 식사이긴 했지만, 작은 테이블 위에 따뜻한 수프와 빵과 맥주가 올려졌다. 이 세 가지로 조금씩 배를 채우다 보니 온몸이 따스하게 데워졌다. 마치 추위에 지친 여행객을 위해 산중에 있는 객잔에서 주인장이 해주는 음식 같았다. 몸이 적당히 따뜻 해질 때쯤, 메인 요리인 송아지 스테이크와 리소토가 나온다. 부드러운 육질과 소스가 어우러져 식감을 자극했고, 푸짐한 밥은 배를 가득 채우기에 충분했다. 중세 시대 여행자가 되어 여관에서 맛난 끼니를 해결하는 착각을 들게 했다.


사실 지금에 와서는 유명한 맛집에서도 송아지 스테이크를 맛보고 싶다. 하지만 그랬다면 한국에서 유명한 레스토랑에 가서 음식을 먹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지 않았을까? 인터라켄의 길을 돌아다니다가 적당히 괜찮아 보이는 식당에 들어간다. 그리고는 적당히 괜찮아 보이는 메뉴를 고른다. 중세시대 소박한 알프스 사람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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