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시대를 보는 것처럼

피라 마을, 산토리니 - 그리스

by 스토리텔러

내가 작아지는 곳 #1


어릴 때 그리스 로마 신화를 정말 재밌게 읽었다. 제우스, 헤라클레스, 테세우스, 오디세우스 등 여러 영웅들의 이야기에 빠져들었고, 당시의 배경을 상상하며 행복한 나날을 보내기도 했다. 그랬기 때문에 실사화된 영화들인 트로이라는 영화를 보며 열광했던 기억도 있다. 그러나 그 어떤 미디어들도 피라 마을 앞바다에서 바라본 산토리니 섬만큼 신화시대를 느낄 수 있게 해주는 건 없었다.


미나스티리스.JPG 항구에서 바라본 피라 마을


이 앞에서 나는 메넬라우스가 되기도 했고, 오디세우스가 되기도 했다. 거대한 선단을 이끌고 섬으로 된 폴리스에 막 도착한 사람의 마음을 완전하게 공감할 수 있었다. (나는 보통 이런 경험들을 두고 절대로 '완전하게'라는 말을 쓰지 않는다.)


뱃길.JPG 화산섬으로 가는 길


피라 마을의 항구에서 화산섬으로 가는 배를 타면 언덕 위에 있는 피라 마을을 한눈에 담을 수 있다. 배가 점점 멀어져 가면 그 광경은 더욱 아름다워진다. 검은색 암벽 위에 있는 순백의 건물들이 작은 점이 되면서 대조를 이루는데, 마치 거대한 모형을 보는 듯한 착각마저 든다.


피라마을.JPG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미나스 티리스'를 보는 듯한 기분


신화라는 단어에서 오는 거대한 이미지가 있다. 이때 본 것들은 그 이미지에 정확히 부합되는 것들이었고, 그랬기에 내가 신화시대를 간접적으로나마 체험했다고 느끼는 것이다. 거대한 하늘, 거대한 바다, 거대한 암벽, 그리고 그 위에 있는 작은 마을들이 마치 신화시대를 살던 사람들의 상대적 '작음'을 나타내는 것 같았다. 거역할 수 없는 거대한 존재들이 중심 되는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 그 사람들의 감정이 내게 전해져 오는 듯했다. 그리고 그때, 나 자신이 세상 속에서 한없이 작은 존재라는 걸 다시금 깨달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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