융프라우, 인터라켄 - 스위스
사람이 손톱만큼, 아니 거대한 건물들이 하나의 점처럼 보이는 곳에 가본 적이 있는가? 비행기에서 땅을 내려다보면 내가 살던 곳이 손바닥만 해지는 것을 볼 수 있다. 하지만 그것들이 조금 더 작아질 때쯤에는 이미 비행기가 구름 위로 올라가서 더 이상 아무것도 볼 수 없게 된다. 반면에 융프라우에서는 인터라켄을 너머, 근처에 있는 모든 공간들이 아주 작은 장난감들처럼 보이는 것을 볼 수 있다.
세상을 내려다본다는 것은 생각보다 경건한 경험이다. 보통 경건함이란 무언가를 올려다볼 때 일어나는 감정이다. 나보다 고차원의 어떤 존재를 올려다볼 때 우리는 보통 경건함을 느끼고는 한다. 하지만 여기서 세상을 내려다보면 알 수 없는 경외감이 솟아난다. 저 작은 인간들의 세상과 그 옆으로 무한하게 펼쳐진 설산들을 보고 있자니 나 자신이 참 초라하고 작게 여겨진다. 그럼으로써 이 거대한 자연 앞에 경건해진다.
K2, 버티컬 리미트라는 고산을 등반하는 내용의 영화들이 문득 떠오른다. 화면 너머로도 그 극한의 환경들이 생생하게 다가왔지만, 막상 이런 곳에 와보니 그 열악함을 더욱 실감할 수 있었다. 살을 에는 듯한 추위와 어지럼증이 벌써부터 온몸을 괴롭게 만들었다. 이런 환경에서 극도의 집중력과 의지력으로 더 높은 곳을 향해 올라가는 등반가들이 새삼 존경스러워진다.
사람들은 이상하게 자기 자신이 작아지는 걸 깨달으면서 쾌락을 느끼는 것 같다. 이렇게 광활한 관광지들에 대한 감상을 보면(나 역시 그렇지만), 대자연이 주는 거대함에서 자기 자신이 작아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고 한다. 그리고 이런 곳들이 인기가 많은 건 분명히 사람들이 이를 즐긴다는 뜻이다. 왜일까? 왜 우리는 거대함 앞에서 나 자신의 작음을 느끼는 것을 좋아할까. 가끔 여기서 공포를 느끼는 사람도 있긴 하지만 대다수는 시각적으로든 감각적으로든 쾌감을 느낀다. 어쩌면 우리의 본능 안에 이와 관련된 것이 내재되어 있기에 그런 거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