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뜨자마자 바다가

아무디 만, 산토리니 - 그리스

by 스토리텔러

뼛속까지 시원한 바다 #1


뼛속까지 시리다는 말이 있다. 보통 도를 지나친 추위가 엄습할 때 쓰는 말이다. 뼛속까지 시원할 수도 있다. 보통 말도 안 될 정도로 시원한 바다를 볼 때 쓴다. 여행을 다니면서 저절로 탄생한, 어떻게 보면 나만의 여행적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산토리니의 아무디 만에 있다면 하루 종일 이 기분을 만끽할 수 있다.


붉은절벽.JPG 색감조차 시원한 아무디 만


아무디 만의 붉은 절벽에서 푸른 바다를 바라보면, 그 대조 때문에 가슴이 뻥 뚫린다. 살면서 바다, 그것도 이렇게 아름다운 바다와 근접한 장소에서 아침을 맞이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숙소를 찾아가는데 애로사항이 조금 있기는 하지만 충분히 그 값을 한다.


내방3.JPG 숙소 현관


현관 앞에 있는 탁자에 앉아 시원한 주스를 마시면서 가볍게 책을 읽을 수도 있다. 한국에 있는 사랑하는 이와 통화를 하거나, 그저 사색에 잠길 수도 있다. 굳이 뭘 하지 않아도 좋다. 침대에서 눈을 뜬 뒤 거실의 창문만 열면...


항구.JPG 바다로 여는 아침


푸름으로 가득한 바다의 전경이 아침을 열어준다. 눈뜨자마자 보이는 것이 이렇게 밝고 멋진 바다라면 그 하루는 조금 남다른 하루가 되지 않을까. 새벽부터 바다로 나가 고기를 잡고 돌아오는 어선들을 보며 부지런하게 살자는 마음을 다잡을 수도 있고, 파도에 아른거리는 은빛 햇살을 멍하니 바라보며 그 몽롱함에 취할 수도 있다. 어찌 됐든 생명력이 넘치는 하루를 시작하게 해 준다.


노을.JPG 바다로 닫는 저녁


이미 땅거미가 진 뒤에는, 바다 너머로 보이는 주홍빛 하늘을 보이며 쓸쓸함에 잠길 수도 있다. 현장의 아름다움을 조금이나마 사진으로 표현할 수 있지만, 절대로 담아내지 못하는 것이 또 하나 있다. 바로 잔잔히 들려오는 파도 소리다. 주기적으로, 적당히 듣기 좋게 몰아치는 작은 파도소리가 asmr처럼 귓가를 맴돈다. 그 소리를 자장가 삼아 잠든다면 분명 기분 좋은 꿈나라에 갈 수 있을 거라고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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