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상가에서 게임 기획자까지

꿈을 이룬 몽상가 #Game Start

by 스토리텔러

들어가며


서른한 살.

갓 졸업한 4년제 대학생.

게임 기획자 경력 3년차.

게임 대기업 공개채용 신입 기획자.


지금의 나를 수식하는 여러 가지 현실적인 신분들이다. 나를 알던 사람들은 저 수식어들 중 마지막 줄을 듣고는 축하해준다.


드디어 꿈을 이뤘구나!


어릴 때부터 하고 싶었던 일을 하게 됐으니 꿈을 이룬 게 맞다. 하지만 내 꿈이 게임 기획자였던 건 아니다. 그저 하고 싶었던 일이 게임 기획자가 하는 일과 유사할 뿐이다. 게임 기획자라는 직업은 단순히 내 꿈을 이뤄주는 수단에 불과하다. 도대체 어떤 일을 하고 싶었길래 이런 말을 하는 걸까?


지금부터 꼬마 시절부터 재밌는 것을 하고 싶었던 아이가 어떻게 게임 기획자의 길을 선택하게 됐는지를 써 내려가 보려고 한다.



꼬마는 이야기꾼이었다


90년대에 태어난 사람들이라면 그때 그 시절 명절 고속도로가 어땠는지 생생히 기억할 것이다.


26dc52352acb30.jpg?w=780&h=30000&gif=true 더 가까운 도시들도 10시간은 기본이었다


이때는 스마트폰은 물론, 긴 시간을 지루하지 않게 보낼만한 장비들이 없었다. 상당히 긴 시간을 잠들다 깨고 다시 잠드는 과정을 반복해야만 했다. (앞좌석에서 운전에 힘쓰시는 부모님들을 제외하고는...)


삼 형제의 장남은 이 긴 시간의 지루함을 견딜 수 없었다. 근본도 모르겠는 이상한 설정의 이야기를 지어내더니, 두 명의 동생들에게 역할을 부여하며 이야기를 만들어나가기 시작했다. 지금 와서 보면 RPG 게임을 보드게임 형식으로 플레이하는 TRPG의 형태였다. 물론 당시에는 그런 게 있는 줄도 몰랐다. 어떻게 보면 태생부터 게임 기획자가 될 자질을 가지고 있던 걸까? 아무튼 내 미려한 노력 덕분인지, 우리 형제들은 명절 민족 대이동마다 나름 쏠쏠한 재미를 느끼며 긴 시간을 버틸 수 있었다.


이런 내 모습은 부모님 두 분 모두께 꽤 인상적으로 남아있었던 것 같다. 현재 다니게 된 회사에 최종으로 합격했을 때, 아버지가 문득 이런 말씀을 하셨다.


"너 어릴 때부터 막 설날에 동생들한테 역할 주고 이야기하던 게 생각난다. 네 갈 길 잘~ 찾아간 것 같다."


어머니 역시 이를 듣더니 맞장구치셨다. 벌써 20년이 넘은 옛날이야기인데 아직도 기억하고 계시다는 것에 놀랐고, 그만큼 남들이 보기에도 내가 적성에 맞는 일을 찾았다는 확신이 들었다. 사실 내가 살아온 과정을 돌이켜보면 삶 구석구석 이 일을 할만한 여러 복선들이 놓여있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항상 '재밌는 이야기'들이 포진하고 있다. 앞으로 이 이야기들에 내가 어떤 식으로 빠져들게 됐고, 그 모든 과정들이 내 꿈을 이루는데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돌아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