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삶을 덕으로 삼는다는
이덕실 할머니
오늘도 바퀴 달린 숟가락을
밀었다 멈추고 멈췄다 밀며
도시 속 쓰레기 밥통들을 훑어 내린다
쉰내 나는 잡동사니들이 안쳐진 밥통에서
바닥이 보일 때까지 밥을 푼다
폐지가 되어버린 밥알들이 바람결을 따라 흔들린다
손 때 묻은 교과서, 소설책, 시집들을 모아가면
할머니보다 무거운 밥들을 1kg에 백 원 쳐 준다
횡단보도 중앙선에서
빵빵 지나가는 차들이 내지르는 울림에
전혀 아랑곳 않는 고집
우리는 이 단단한 숟가락 덕분에
시린 밥을 마음 놓고 내다 버릴 수 있는지도 모른다
밥 대신 법을 이야기하는 세상 속
이덕실 할머니의 저 녹슨 숟가락
(2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