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산문_물방울 상갓집

by THe STory lab

죽음은 살아 있었다

마흔 고개를 막 넘은 즈음

고향 친구 부음을 알리는 메시지 알림이

푸른 새벽 로켓 배송처럼 와 있었다

상갓집에는 일곱 살 먹은 아들과

결혼식 하얀 드레스 속에서 환하게 웃던 신부가

검정 상복을 입고 겨우겨우 서 있는데

여자의 눈만은 부풀어 올라 있었고

상갓집에 모인 사람들은 곧 먹고 마시고 떠들기 바빴다

영정 사진 속 웃지도 울지도 않는

그가 김현철의 음악과 키아로스타미 영화를 좋아했음을,

아무도 그가 꿈꾸었던 세계를 떠올려내지 않기에

한참 얼굴을 바라보다 상갓집을 나왔다

택시를 타고 북쪽 집으로 올라오다

스르륵 잠이 들었다 깨어난 눈에 비친

차창 끝 물방울 하나

작은 물방울이 점차 뭉쳐 떨어지려고 하는 찰나

안간힘을 다해 창끝에 붙어있어

친구여 그러했다면 좋았을 터인데

우리가 함께 한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음에도

물방울 같은 작은 꿈을 함께 나누었고 그러면,

혹여나 죽음이 가랑비처럼 조금씩 우리를 잠식하고 있는 동안

한 번쯤 저 물방울처럼, 끝끝내 생활의 공식 대신

흘러간 노랫가사를 흥얼거릴 수는 없었을까

물방울은 떨어지고 비는 그치고 사위는 밝아 오는데

죽음을 앓고 있는 삶의 중력은 내 눈에서

하나 물방울로 매달려 있었다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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