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_슬하

by THe STory lab


할머니는 달 안에 아버지를 배었다

아기가 할머니 아랫배에 자리 잡았을 때

달의 안쪽과 바깥쪽이 하나가 되어 부풀어 올랐다

갓 스무 살에 아버지를 달 안에 품고

할머니는 열 달 동안 달 우물에 물을 채우며

아버지 태명을 불렀다.

개똥아, 쇠똥아, 아가야, 우리 아가야

달의 바닷길이 열리기 시작했을 때

아버지는 세상과 최초의 교신을 하려 했다

몇 번의 진통이 은하수처럼 흐르는 사이

할머니는 짱구머리 구두쇠인 작은 아버지와

서울 사는 큰 고모,

웃을 때 덧니가 보이는 둘째 고모를

달에서 지구로 흘려보냈다

여자 나이 쉰여덟,

달 껍질이 바삭바삭 거칠어졌다

고고한 천문학자는

달을 우주로 돌려보내야 한다고 말했다

할머니는 있는 힘껏 달을

지구 밖으로 밀어냈다

달은 이제 아들, 딸이라는 지구

둘레를 돌게 되었다

할머니는 굳게 다짐했다

다시 태어나도 태양을 가슴에 안고

살아가는 장군 같은 사내가 되기보다는

서늘한 고요의 바다에

새끼들을 품고 낳고 기르는 어머니가 되기로

월식이 되어 지구 그림자가 달을 파고들 때

달은 지구의 지구에까지 제 젖꼭지를 물려주었다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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