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위에 깨 먹는 소라의 맛
2015.5~2015.8 제주살이의 마지막을 불태웠던 해녀학교에서의 모든 기록입니다. 그날그날의 일을 그냥 두면 금세 잊힐까 페이스북에 가볍게 남겼었는데, 의외로 재미있게 읽어주신 분들이 꽤 있더라고요. 휘발되지 않도록 조금씩 손보면서 다시 옮겨옵니다.
덜컥 되어버린 부조장 노릇 시작. 아침 8시 반에 비양도행 항구로 나왔다. 다음 달 물질 답사 차. 가위바위보에서 졌냐며 심심한 위로들을 건네주신다. 시간은 좀 뺏기겠지만 재밌을 거라며. 학굔데 학창 시절이랑 진짜 다른 느낌이다. 그땐 선생님이 거의 다 결정하고, 학생들은 돕는 느낌 아니었나. 여긴 조장님들 목소리가 엄청 큼 뭐 하나 정하려면 난리남. 그러니까 본격 행사 기획인 것이다. 여기도 이런데 도대체 중년들만 모인 그룹은 어떻게 의견조정들을 하는 건가 싶다. 선점하면 끝인가. 의견조정 따윈 없는 건가. 나를 따르라?? 비양도는 사실 보말죽으로 유명한데 물질할 땐 밥을 먹어야 된다며. 오늘도 정식으로 다 통일해서 먹을 뻔했다-내 돈 내고 먹는 건데- 속도 부대끼는 겸 정식이면 안 먹으려 했더니 결국 반이상이 보말 죽먹기로 (물질 당일도 보말죽 먹기로ㅋㅋㅋㅋㅋㅋ) 그래 비양도는 보말죽이죠. 제가 처음부터 말했잖아요. 어쩌다 보니 여론몰이 성공. 비양도 한 바퀴를 돈 후 바다 시금치, 나무만 한 쑥 따는 걸 구경했다. 오늘도 모르는 먹을거리를 또 한 가지 알게 됐다.
대화중에 "그 뭐 카 대학 있잖아. 천재들만 가는데, 서울대보다 좋은 거...."란 얘기가 있었다. 농활이 생각났다. 내가 어리니 밴드에 재밌는 것좀 올리라는 주문에 본능적으로 대답해버렸다. 감수성이 다른 것 같다고. 그래도 농담으로 들으시고 웃어넘기셨으니 다행. 근데 진짜 달라도 너무 다르다. K-발라드를 폰으로 크게 틀어놓으시는가 하면 밴드는 "좋은 말" 뭐 그런 걸로 도배됨. 오늘은 카카오뮤직 1곡 결재하는 법을 알려드리기도 했다.
해산물 채취 문제 때문에 못 들어가는 바다가 있다고. 그래서 들어갈 수 있는 후보지가 두 갠데, 항에서 먼 반대쪽이 섬도 있고 풍광이 좋지... 만 일단 가까운 쪽으로 협상하겠다고 한다. 네 그렇다면 그런 거지요. 답사 끗.
학교에 다시 돌아와서 물질 시작. 소라는 금채 기라 먼 바다에서 잡아온 소라를 실습하는데 잔뜩 뿌려놨다고 한다. 흐리고, 좀 춥고, 시야가 지난주보단 안 좋았지만 납을 4킬로씩 차게 되어 훨씬 물질을 잘했다. 잘 내려가기 때문이다. 성게를 많이 봤고 -다음엔 얘네 쑤시게 꼬챙이를 구해와야겠다- 소라를 얻어먹었으며 채취한 소라를 바위에 깨 먹기도 하고(보노보노가 된 기분이었다) 문어다리를 보았다. 그는 문어가 확실합니다... 근데 숨었어. 원랜 채취물을 학교 밖으로 못 가지고 나가게 하는데 알음알음 세 마리까진 봐준다고 한다 주운 소라 버렸는데!!! 다음 시간엔 꼭 명심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