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녀학교 day8

승급심사

by 여름의 속도
2015.5~2015.8 제주살이의 마지막을 불태웠던 해녀학교에서의 모든 기록입니다. 그날그날의 일을 그냥 두면 금세 잊힐까 페이스북에 가볍게 남겼었는데, 의외로 재미있게 읽어주신 분들이 꽤 있더라고요. 휘발되지 않도록 조금씩 손보면서 다시 옮겨옵니다.

8기 Alex의 친구가 다큐멘터리를 찍겠다며 학교에 왔다. 뒤풀이에 술을 마시고 싶어서 처음으로 버스를 타고 내린 버스정류장에서 그를 만났다. 저 멀리서 누가 내 오리발을 보고 아는 체를 하는 거다. 스웨덴 출신이라 그래서 한 달 정도 지냈던 스웨덴의 지방 얘기를 꺼냈다. 혹시 벡훼(Vaxjo) 아느냐고. 반가워하더니 스웨덴 놀러다닌 데 없녜. 그러게 좀 놀다 올걸 없네. 겨울이라 너무 추웠다고 여름엔 좋다며?라고 둘러댐.

오늘은 벌써 1학기 마지막 날이자 승급심사 날. 야매로 소라 10개를 채웠다. 상군에 남을 수 있게 되었음. 사람들 미친 듯이 소라를 주워왔고 1등이 뭐 43개? 그다음으로 서른여 개, 스물몇 개 난리남. 1시간 동안이었는데 너무 힘들게 들락날락했더니 잠수병처럼 머리 아프고 쥐 나고. 작년 세부에서 30m 딥 다이빙하고 잠수병 걸렸을 때처럼 머리가 찌르르. 이거... 아무래도 업으로는 못하겠다. 선택의 여지가 없던 이들이 짊어지고 뛰어드는 게 바다인 건가. 맞아, 해녀 삼촌들도 두통 때문에 약을 많이 먹는다고 했다.

끝나고 잡은 소라 중 몇 개를 회쳐먹으면서 뒤풀이. 해녀가 되기 힘든 여러 가지 사정을 사무장이 말해주었다. 수협에 가입하는 것도 어렵다고. 본인도 하고 싶은 데 못하고 있는 거라고. 일단 어업 종사자여야 자격이 주어진다는데 배부터 타야 되나-라고 했다. 또 회의록을 가져가야 해녀증을 주는데 회의록이란 게 해녀 모두 인정한다, 서명을 받아야 되는 거란다. 해주기로 해놓고도 맘을 바꾸기도 한다고. 해녀학교도 사실은 이런저런 사정을 알리고, 돌파구를 찾기 위해 노력하는 중일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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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올 땐 알고 보니 채식하는 언니 차를 얻어 타고 돌아왔다. 어느 집단이나 꼭 있는 얌체들과 그리고 개인의 성찰 기회... 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어느새 집에 집이었다. 학교 다니기는 역시 힘들다. 프로젝트와 팀웍의 문제인지 그냥 공동체의 문제인지는 잘 모르겠다. 사실 같은 말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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