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하는 조직은 특유의 시너지가 있다. 어쩌면 조직에 대한 콩깍지가 벗겨지지 않았을 때에는 모두가 느끼는 그 기운. 큰 줄기의 로드맵이 엎어지지 않는다든지, 아젠다 중간중간 필요한 부분들을 각 팀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잘 챙겨줘서 일의 '아다리가 맞는'다든지 그런. 최근엔 이 기운이 거의 느껴지지 않았는데 드디어 조직에 대한 콩깍지가 벗겨져서 그런가 싶었다. 아니었다. 조직 자체의 변화 때문이었다. 한창 조직이 확장하고 변화가 많을 때는 잘하는 사람은 물론 이 단계의 조직에서는 더 이상 '잘한다'라고 평가받을 수 없는 사람들도 생겨난다. 사람이 변해서라기보단 조직 환경이 변해서이고, 그 단계에서는 전 단계에서의 장점이 더 이상 빛을 발하지 못한다거나 새로운 능력이 계발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 와중에 떨려나가지 않도록 시류를 잘 읽고 결과에 좀 더 많이 신경 써야겠다 싶어 졌다.결과가 쌓여 낙인이 되고 기회가 박탈되는 걸 너무 많이 봐왔다.
오늘의 퇴근 ★★★★
결론적으론 몇 주 동안 문득문득 고민했던 것- 이 모든 게 혹시 '내'가 못해서 일어난 일들인가?- 이 내 탓만이 아니란 걸 알게 되어 혼란스럽던 마음이 어느 정도 정리되었다. 이런 '기조'같은 건 나 혼자 알아차리기엔 어렵고, 상급자와 이런저런 얘기를 나눠야 얻을 수 있는 정보인데 아무래도 재택에서는 정보에 접근하기 어렵네. 그냥 과정 과정에서 가능한 한 체크하는 수밖에. 성장 위주의 테크 기업에서 살아남기 힘들다 힘들어. 그나마 고무적인 건 여기저기 발품 팔아야 했던 것들이 거의 마무리되었다는 것. 이렇게 급변하는 환경에서는 앞으로도 자꾸 더블 체크해야 할 일이 생기겠지만.
오늘의 위안
「플랫폼 자본주의」라는 책을 읽고 있다. 사회과학도서는 정말 오랜만.(어디 가서 전공이 뭐냐고 물으면 사회과학도라고 대답하면서도) 답답한 마음에 집어 들었는데 통시적으로 내가 몸담고 있는 곳이 어디인지, 어느 맥락에 있는지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어쩌면 나만 뒤쳐질지도 모른다는 불안은 동시대를 살아가는 모두가 떠안을 수밖에 없는 부담 아닌지.
디지털 경제는 헤게모니 모델이 되고 있는데, 이를테면 도시는 스마트하게 바뀌고 기업은 혁신을 거듭해야 하며, 노동자는 유연하게 변하고 정부는 군살을 덜어내고 지능적으로 일해야 한다. 이런 환경에서 열심히 일하는 사람은 변화를 이용해야 살아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