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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름의 속도 Jun 12. 2017

IT업계의 여성들

여성-직장인이라면 공감할 수밖에 없는 이야기

원체 여기저기 돌아다니길 좋아하는데, 올해는 특히 여성들의 이야기를 들을 기회가 많았다. 2017년 나는 IT, 그것도 스타트업의 여성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생각이 많아졌던 대화 2가지를 정리해보았다. 올해가 가기 전에 더 많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으면 좋겠네.


#서울여성영화제

스페셜 토크 2 여성, 게임, 게이머


서울 국제 여성영화제에서는 올해 테크노 페미니즘: 여성, 과학 그리고 SF라는 섹션을 마련했다. 무려 관심 있는 두 주제가 맞물린 섹션이라 보지 않을 수가 없었다고 한다. 그중 <방해 말고 꺼져!: 게임과 여성(GTFO: Get the F&#% Out)> 상영 후에는 대담이 이어졌다. 대담에는 게임물 관리위원회 위원장 여명숙 님, 전국디바협회 대표 김지영 님, 옵치하는 여자들 운영자 이지은 님이 참가했고 게임하는 여성으로서 부딪히는 실질적인 불편함들, 그에 대한 관객들의 질문들, 그리고 정책 관점에서 어떤 것을 지원할 수 있는지 여명숙 님의 답변으로 이루어졌다. 여명숙 님의 게임물관리위원회(게임"물관리"위원회인줄 알았다며 농을 치셨다)가 원체 규제기관이라 아무래도 답변을 조심스레 한 부분이 많았다.(주의: 2017년 기준입니다. 이후의 여명숙님에 대해서는.... 할많하않 이 때의 경험이 그에게 어떻게 남아있는지 되려 물어보고 싶은 심정.)

게임물관리위원회는 이런 곳이라고 한다

여명숙 님은 이미 게임은 만들어진 상태에서, 그 게임의 성격이 이미 어떻게 잡혔든 간에 결과물을 이용하는 과정에서 불링이라든지, 성희롱이라든지 잘못 활용되는 부분에 주목했고, 더 떠들고 이슈화해 가시화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대담 중에는 이런 말씀들을 하셨다.

지은님(옵치하는 여자들 계정 운영자)이 채증 해서 제보를 해주시면, 저희가 포상금위원회가 있어요. 제보해주세요. 그렇게 공동의 전선을 펴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사회를 건강하게 바꾸는 데 애쓰고 당연히 정책에 반영하도록 하겠습니다.
게임을 즐긴다고 하면서 사실 게임이 아니라 배설의 해방구로 쓰고 있는 거잖아요. 현실 세계에서 못하는 걸 대리 만족하는. 근데 그걸 인격 살해라고 생각을 안 한다는 점. 그걸 시정하라고 기업 측에 요구할 수 있죠. 기업은 이용자 보호를 할 의무가 있거든요. 이용자 보호가 꼭 신용카드 결제금액 얼마 얼마 됐다고 주의를 주느냐 아니냐만이 아니고요. 여러분 꼭 민원실, 기업의 관외 민원실 폭파하세요.
그리고 법을 하나 만들어야죠. 우리의 안전망을 확보하는 장치이지 규제를 위한 규제는 아니지 않으냐. 그런 목소리를 계속 내주시는 거. 나서세요.
오늘 이슈는, 만약 어떤 개발자가, 여성이든 남성이든, 게임을 만들었어요. 얼마나 폭력적으로, 혹은 얼마나 생식기 중심으로 여성을 투과하는, 그런 게임으로 게임계를 어지럽히고 있는가. 그리고 게임 회사가 이걸 돈을 벌기 위한 방편으로 삼아서, 여성의 목소리를 무시하느냐 하는 부분. 지금 바꿀 수 있는 건 최대치로 해야 한다고 봐요. 저기서 "우린 못 들었다" 할 수 있거든요. 못 들었다고 하는 사람들에게는 들려주면 돼요.

정책에 반영하도록 하겠습니다라니!! 법을 만들어야 한다니!! 역시 힘을 가지신 분!!! 여기까지는 한 명의 팬으로 마냥 좋았다. 그렇지만 아무래도 지원하는 기관이 아니다 보니 '규제'쪽으로 다시 논점을 가지고 가더라. 조금씩 답답해졌다. 요지는 한결같이 많이 제보해주고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돈을 벌 수 있다는 이유로 청소년 보호와 현실 세계의 가치를 망치는 건 절대로 용납하면 안 되거든요. 당연히 이를 다루는 챕터가 법에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을 합니다.
"전문가들이 따로 있겠지", 아뇨 없습니다. 문제를 잘 발굴해서 대처를 하면 반쯤은 해결이 되는 거거든요. 문제를 갖고 있는 사람들이 나서야 해요. 국가는 여기에 돈을 태워야 하고요.

대담을 듣던 많은 사람들이 결과물이 되기 이전의 단계에도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었다. 대담 전에 상영된 영화 <방해 말고 꺼져!>에서도 콘텐츠 자체의 빻은 부분을 분명히 다루고 있었다. (물론 여명숙 님 하신 말씀 하나하나 다 맞는 말이지. 이슈화를 하려면 일단 목소리를 내야 되고... 그렇지만 게시판 폭파시켜봤자 신경도 안 쓰고 의사결정 과정에 1도 반영 안 되는 업계 내부 시스템은 어쩔 거냐고) 근질근질해서 질문을 하고 싶은데 어떻게 발언을 해야 하나 속으로 막 고민하던 차에 질문자가 콘텐츠 자체의 얘기를 가져왔다.(질문이라기보다는 코멘트) 이 코멘트에 덧붙여 여명숙 님은 본인 조직의 이야기를 해주셨다.

(저는) 1/9 표밖에 안돼요. 최종적으로는 거수를 해서 투표를 하는데 9명 중에 여자가 저 포함 2명이에요. 실제로는 게임도 아니고 도박물인 그런 것일 때. 다수결로 투표를 하면 우리 둘은 이건 심의를 내줄 수 없다고 하는데 나머지는 '아니 이게 왜 문제입니까 이미지는 이미지이고 우리 다 성인이고 비디오 안 보는 것도 아닌데' 해요. 그냥 살색이 많아서 문제가 아니라, 성적인 걸 과잉으로 노출하는 그런 거란 말이에요. 그게 목적인 게임인 거면 괜찮아. 근데 그게 목적인 것도 아니잖아요. 이미지를 띄워놓는데 내용은 영 딴판인 도박이고.

아무래도 영상물관리위원회는 규제기관이고, 주로 다루는 고민이 청소년/규제 쪽이니 그렇겠지 싶었고, 또 당신도 일하기 녹록지는 않겠다 싶었다. 그렇지만 나는 나 나름대로 IT업계의 여성 1로써 내가 뭘 할 수 있을지 뭘 하는데 어떤 자원을 얻을지에 포커스 해서 들을 수밖에 없었던 것... 아쉬울 수밖에 없었다. 대담 중간중간 IT업계에 계신 걸로 보이는 분들의 코멘트가 간간히 있었다. 공감 가서 남겨본다. 나는 어버버하는 사이에 생각을 정리해서 발언도 하시고 멋짐... 이런 여성들과 더불어 업계에 오래 살아남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게임업계의 인적 구성. 여성 대 남성 비율 보장을 해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코딩 캠프 같은 곳을 많이 운영해서 여성 인력을 배출을 해야 하지 않을지. 미래의 여성 개발자 인력을 배출해야 업계가 잘 돌아가지 않을까.
(어떻게 하면 콘텐츠를 제작할 때 성격에 정치적 올바름을 고려하여) 여성이 빠지지 않게(소외되지 않게) 할 수 있을까요. 국가 단위에서 게임 개발에 참고할 만한 체크리스트 같은 걸 만들면 어떨지.


#NDC2017

착하게 250만 여심 사로잡기


엄밀히 게임업계 사람은 아니지만, NDC에 놀러 가 보았다. 서비스 만들고 굴리는 거 다 거기서 거기 아니겠나 어디든 도움이 되겠지 싶었다. 여러 세션을 들었는데 그중 오늘 소개하고 싶은 세션은 5년 동안 회사를 운영했고, 지금은 수상한 메신저라는 스토리텔링 게임을 운영하고 있는 체리츠 이수진 대표의 세션. (취재기사는 여기서) 수상한 메신저는 tumblr의 2차 창작 관련된 순위에서 2016년에 4위를 기록했다고. (2017년에도 선전 중이다.)

여성 타깃 게임이 별로 없어서 한번 궤도에 오르면 유저들이 오래 한다는 말이 인상 깊었다. (여성영화제 <방해 말고 꺼져!>에서도 나왔던 내용으로, 돈을 백인-남성이 쥐고 있으니 백인-남성을 타게팅한 게임이 더 많아지고, 마케팅도 많이 하고, 당연히 통계적으로 백인-남성이 주요 타깃으로 결과가 나오고 또다시 그들을 위한 게임을 만들고...) 심지어 2년 전에 개발한 게임도 아직 꽤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고 하였다.

수상한 메신저는 꽃미남과 채팅, 전화를 할 수 있고 사이사이 스토리를 넣은 게임이다. 텍스트가 60만 단어로 비주얼노벨 평균 12만에 비해서도 엄청 비중이 높은 편인데 그 이유는 글, 그림, 영상 중 가성비가 가장 좋은 게 글이고 경쟁사에서의 모방을 차단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이기도 하다고... 여성 타게팅 게임의 소재를 찾는 부분이 흥미로웠다. 아직 여성을 위한 장르라는 게 잡혀있지 않은데!! 도대체 이분은 어떻게 저렇게 성공적으로 개척한 것이지....

연애에 비유를 해보자
사랑하면 대상이 뭘 좋아할지 소재가 보인다
그 소재를 가지고 만들어보자. 상상력을 가지고!

'공감'이 가는 소재를 찾으라니. 뻔한 얘기일까 싶었는데 과정이 너무 섬세해서 감동받았다. 서비스를 만들어나가는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힘든 일이다. 돈 되는 쪽에 붙어서 돈 팡팡 태워서 어떻게든 빨리 구현해내길 원하잖아 보통. 그런 맥락에서, 이런 장르의 게임이면 아이돌 등장시키면 성공할 거라고들 얘기했다고도 하셨다. 그런데 그러려면 게이머가 아닌 팬덤에 어필을 해야 한단다. 팬덤을 잘 모르기 때문에 이입이 되지 않고 공감할 수 없게 된다고. 핫하기만 한 소재로는 부족하며 공감할 줄 알아야 한다며 말을 이어가셨다. 여성의 삶을 여러 측면에서 바라보고 고민해보고 마침내 공감 가는 소재를 찾아 설계했다는 부분이 너무 마음에 들었다.(울컥할 정도로) 여성 대표님이 이었으니까 가능한 접근법이었던 거 같고 여성을 위한 게임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싶었다. 여성 대표들도 많아졌으면 좋겠고! 대표님 너무 멋있음...  멋있으니 인터뷰 기사도 보고 가자. 개발자 출신이시구나 역시 사람을 기술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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