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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름의 속도 Jan 24. 2018

(재업) 프로세스를 만드는 사람이 생겼다

0에서 1을 만드는

2019.08.30. 이 글은 발행했다 내려두곤 1년 7개월 만에 다시 쓰는 글이다. "내가 맞춰야지"라고 말은 하지만 회사 프로세스를 다잡고 싶어 하시는 분이 (오랜만에 다시) 들어왔다. 기시감이... 오시자마자 팀점에 주간회의에 한참 잊고 있던 것들이 생겼다. "일단 이거 처리하고. 저거 좀 되게 하고." 방식으로 몇 년 일하다 보니 감각이 많이 흐려졌다. 스타트업이 커진다고 해서 저절로 다음 단계의 process가 생기진 않는다. 아마도 외부의 능력자가 적절한 시기에 들어온다면 효과적으로 새울 수 있는 것이겠지. 그렇지만 익숙하던 것들이 비어있다고 해서 그게 꼭 나쁜 것은 아니다. 그래서 지금의 내 조직이 비효율적이냐? 언젠간 나도 여기보단 갖춰진 데에 있어봤지만 그게 훨씬 더 효율적이었냐면 흠. 조직은 그 규모에 맞는 프로세스를 스스로 갖춘다고 생각한다. 조직은 조직마다 다 고유하기 때문에 정답이 정해져 있는 것도 아니다. 하고 싶지만 물리적으로 너무 바빠서 아직인 지점도 있다. "문서가 없다는 건 안 한 거예요" 맞는 말이다. 한참 전에 (현) 리드가 인수인계를 받으면서 입버릇처럼 하던 말이 생각났다. "이상하지 않아서" 그대로 둔다고. 그래 현상엔 다 이유가 있는 법이지. 그 와중에 '한참 전에 되었어야 되는 거 아니냐'며 신나 있는 구성원도 있고 난리다 난리. 이게 다 조직이 커나가는 과정 아니겠습니까. 불평을 위한 불평만 아니면 뭐... 답을 찾아나가는 과정을 나도 보고 싶다.

Photo by Joshua Sortino on Unsplash

여기서부터는 1년 전 얘기. 1년 새 바뀐 부분은 빨간 줄로 수정하겠어요.


드디어 개발 세팅부터 전반적인 프로세스까지 판을 깔려는 분이 들어왔다. 얘기를 가만히 듣다 어렴풋하게 예전 회사가 생각났다. 떠날 땐 여기만큼 프로세스 엉망인 데가 어딨어! 싶었는데.. 나름 "개발"회사답게 개발망 분리되어있었고(이게 무슨 소리냐.. IT이나 IT가 아닌 회사도 많다...) 폭포수 모델이 기본이긴 했지만 이런저런 시도도 있었고(스프린트라든지 칸반이라든지) 전담 PM을 따로 둬보기도 했고(그게 신입이라 문제였지만). 내가 담당했던 제품도 히스토리도 오래된 데다 대기업에 파는 솔루션이라 logd 같은 데몬 따로따로 돌았고(MVC는 이번에 귓동냥으로 첨 들어 봤으나 알고 보면 접했던 개념...) 개발 문서로 구조 다 남겨져 있고. 권한 부여체계 잘 돼있었다. 권한 상속 같은 것도... 그 당시엔 개념잡기 어려웠지만 한번 알아두니 이후의 시스템 파악엔 도움이 많이 된 듯. 로그도 즉각 즉각 남고(이게 인증 때문인 줄은 지금 알았네. 우리 조직도 1년 새에 조금씩 갖춰가고 있다.) 그냥 이 모든 것들을 당연하게 생각했는데...
그런 거 없다. 하나도 없다. 왜 필요한지도 모른다. 할 수 있는 여력이 없다. 지금이 해야 될 시기인지도 잘 모르겠다. 오늘 다르고 아니 오전 다르고 오후 다른 그야말로 스타트업이라. 그런데, 드디어, 이걸 만들 사람이 들어왔다. 옆에서 관찰만 해도 많이 배울 것 같다. 그 시기에 내가 들어와 있어 과정을 볼 수 있는 것도 운인 듯. 정작 당사자는 "속도 중심의 프로세스에는 작은 조직 나름 이유가 있겠지."(헉. 이거 그때랑 지금이랑 같네.)라며 조심스러워하시긴 한데.. 좀 더 지켜봐야겠다.


아직 갈 길이 머니 속도가 중요하다는 데 어느 정도 동의하고 나도 많이 맞추는(포기하는) 편이지만 기획이 낄 틈이 없이 먼저 우다다 달려 나갔다가 히스토리 관리며 기능 관리 하나도 안되는걸 너무 많이 봐왔다. 이제는 조금씩 요 체계도 잡힐 수 있지 않을까 기대. 그렇지만 한 번에 바뀔 수 있는 건 없다. 기획이 번복되는 일도 1년이 지나면서 서서히 없어졌다. 한 번에 하나씩 신뢰를 구축해나가며 몇 개월에 거쳐 개선해야 되는 일이었던 것이다. 어쩔 땐 히스토리 파악보다 지금 파악할 수 있는 걸 바탕으로 새로 짜는 게 더 나을 때도 있다. 모든 것은 케바케. 새로 어딘가에 투입된다는 건 파악을 잘하면서도 다음 스텝으로 나갈 수 있도록 한 수놓아야 할 의무가 지워지는 일이다. 나중에 시니어로 어딘가 가게 된다면 둘 사이의 균형을 잘 맞춰야 할 것이다. 욕심부리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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