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나 나나 정신없긴 매한가지
주니어 때 이사님이 읽으라고 던져줬던 책이다. 대부분의 추천받았던 책은 그 당시 독후감도 다 썼음에도 기억이 잘 안 나지만(...) 얘는 가끔 생각이 난다. 당시 기술지원팀, 기술영업팀, 개발팀을 모두 상대해야 했었는데 커뮤니케이션에 꽤 도움을 주었다.
"전한다"는 것은 과제를 수행하면서 진행되었던 나의 모든 사고 흐름을 정리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이 필요한 정보, 어떤 반응을 내야 할지 납득할 수 있도록 전달하는 것이다. 많이 실수하는 부분이, 내가 고민하였다고 해서, 혹은 우리 부서에서 중요하다고 해서 전달받는 사람도 이를 다 궁금해할 것이고 중요한 정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아니다. 각자의 위치(부서, 직위)와 상황에 따라 전달받고자 하는 내용의 짜임은 다르다. 잘 전하기 위해서는 항상 과제를 확인하고, 기대하는 반응을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커리어 생활은 무수한 과제의 연속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과제 달성을 위해서는 커뮤니케이션이 필수다. 연차가 쌓이면서 커뮤니케이션은 진화해야지 되려 퇴보해서는 안 된다. 흔히들 대표(또는 그에 준하는 매니저)가 말을 흘려듣는다고 느끼는 건 그 사람들이 신경 쓸 게 너무 많아서 이 얘기하면서 다른 자리에서 논의되고 있는 이슈까지 엮어 이야기해서인 것이지 그 사람들이 무관심해서가 아니다. 뭐, 진짜로 무능력한 사람도 있겠지만 운 좋게도 나의 경우는 아니었다. 나는 단지 이 실무에 특화해서 이야기하고 있지만 받아들이는 저 사람은 비즈니스 전반을 다 보고 있는 것. "이거 왜 이래?"는 꼭 내가 정리한 게 아니라 최근에 본인이 했던 다른 프로젝트를 생각하며 하는 말일 수도 있다. 혹은 아 이런 거 누가 얼마 전에 이런 실수했었는데-에 대한 우려로 강하게 말한 것 일수도. 이때 내가 할 수 있는 전략은 내가 맡은 과제의 범위 내에서 최대한 다각도로 생각해본 후 필요한 의도만 꽉 담아서 간략히 논의한 다이다. 정확히 이야기하지 않으면 평가절하당한다. 설사하고 있는 이야기가 큰 방향에서는 대표(매니저)와 내가 같다고 하더라도 그 순간 '아 쟤 쫌'. 그게 쌓이면 평판이 되는 것이다.
그러니까 듣는 사람에게 필요한 정보를 추리고 전하는 순서나 강약을 잘 조절해서 말해야 한다. 뒤늦게 억울해해 봤자 늦었다. 상대방이 계속 못 알아듣는다면 나한테 문제가 있는 것이다. 그래, 상대방이 문제일 수도 있겠지 그래도 점점 나아지게끔 유도해야 할 것 아닌가. 매니저의 "이거 왜 이래"는 좀 더 방향성에 가까운 얘기일 수 있다. 이때 당신이 방향성에 도움이 되는 이야기를 한다면 그리고 그게 쌓이면 당신의 자리가 권한이 한층 높아져 있겠지. 팀장은 시켜서 하는 게 아니라 이미 그 역할을 하고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이라는 말이 자꾸 생각난다.
회사 생활하면서 매사에 억울해하지 말고 문법을 읽읍시다. 올해는 아이디어나 일정 선제 제시도 더 잘해보고, 같은 과제라도 좀 더 다른 방향으로 고민해보면서 지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