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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름의 속도 May 03. 2019

안 해본 걸 해볼 줄 알게 될 때

그다음이 찔끔 주어진다

커리어 대부분 웹 위주로 작업해왔다고 생각했는데 새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의외로 모바일 웹 경험이 별로 없다는 걸 깨달았다. 워낙 복잡한 서비스를 다루다 보니 주로 로직을 짠다거나 들어올/보여줄 데이터를 생각하면서 '이 거대한 걸 어떻게 굴러가게 만들지?'를 고민했는데 기획자의 반대편 역량으로는 '왜 그렇게 보여주고 그게 사람을 행동하게 만들 수 있느냐' 통칭 UX력이 있는 것이다. 어떻게(how) 이전의 왜(why). '왜 그렇게 보여줘야 해'에 '원래 그러니까'라고 대답하면 하수인 것이다. 반드시 이 부분을 보강해야 다음으로 넘어가겠구나 싶어 졌다. 생각해보면 잘 만들어진 모바일 웹이라는 게 충분히 합의되기도 전에 버티컬 앱의 시대로 훌쩍 와버렸고 뒤로/삭제 같은 흔히 보이는 공통 요소들은 앱이나 모바일 웹이나 경계가 없어져버렸다. 그러면 차라리 잘 만들어진 앱이 무엇인지 고민하는 게 더 빠른 거 아닌가(실제로 B2C 서비스는 앱 사용자로 전환시키려고 무던히도 애를 쓰고 있고) 웹 특유의 필요한 요소야 무수한 세월을 지내며 나름의 규칙이 다져져 왔지만 웹의 잘 만들어진 모바일 사용성이라는 건 대체 무엇일까 싶어 졌다. 이미 웹이라는 게 전통적인 영역 또는 너무 복잡한 구조에서만 쓰이게 되어버렸는데 말이다. 거대한 서비스는 다 대응하기보다는 모바일 접근성이 꼭 필요한 몇 가지 기능만 떼서 대응을 하는 게 맞는 건 아닐까 싶고. PC에서 주로 관리할 기능이라면 지금껏 그래 왔듯이 PC에 더 집중하는 게 맞지 않나 싶기도 하고. 아마 내가 B2C 서비스를 주로 다루는 사람이었다면 일찌감치 간파했었을 영역이겠지. 일단 좀 부딪혀봐야 알 거 같다. 아무리 점점 의사결정 영역의 비중이 더 커지고 있다지만 기본은 기획력이니까. 그 비중이 10% 이하로 떨어지게 되는 날이 오더라도 트렌드를 놓쳐서는 안 되니까. 앞으로 나아갈수록 '응 그거 다 해봤어 다 알아' 태도를 경계해야지. 트렌드는 매일 바뀌니까. 토이 프로젝트를 하게 된다면 반드시 꼭 프런트/모바일 웹을 고민할 수 있는 안 복잡한 B2C 서비스를 해봐야겠다. 그 나름의 어려운 영역이 있겠지?

Photo by Oliur on Unsplash

안 해본 걸 해보기 위해서는 그동안 일해보지 않았던 사람들과 일해봐야 된다. 이런 고민을 시작하게 된 계기도 새로운 나의 리드 덕. 한편 팀 충원 중 리드가 오랜만에 긴장할 만한 사람들을 만났다고 신나서 얘기해주는데 와-싶었다. '저 사람이면 내 위로 와도 좋겠다'라고 말하는데 그 연차에 그런 마음을 가지는 것도 대단하고, 만났다는 그 사람도 굉장하고. 안 해본 (잘하는) 사람들과 일해보는 기회는 사실 충분히 잘 성장하고 있는 조직이 아니라면 힘든 일이다. 다행히도 지금 나의 조직은 순항 중이며 앞으로도 당분간은 그럴 기회가 많아 보인다. 물들어올 때 발판 삼아 다음으로 나아가야지. 이것저것 배우고 흡수하며 나만의 에지를 세우자. 꼭 빈틈없이 날 선, 잘하는, 사람이 될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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