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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름의 속도 May 25. 2017

딱히 정리된 문서는 없지만 잘해야 해

닥치는 대로 해보자 기획자1이여

경험 상 히스토리가 오래되면 어쩔 수 없이 헬이 되는 줄 알았더니 꼭 그런 게 아니었다. 바쁘고 정신없는 스타트업이 처음에 기획 없이 일단 개발을 진행해 버리면 그 부분이 난리남. 나의 첫 overnight 야근이 그 때문이었다. 나중에서야 이 조직의 예전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는데,  UXer라고 해야 되나. 회사 내부에 디자인이나 기획팀이 생긴 게 가장 최근의 일이라고. 그 말을 전해주던 동료는 이렇게 얘기했다. "영업이랑 개발만 있으면 일단 어떻게든 굴릴 순 있잖아요." 헉. 맞는 말...(보통 그러면 서비스의 flow가 아작나기는 하지만) 요 바로 직전에 몸담았던 스타트업이 생각났다. 출시도 안 했으면서 제품 기획자만 엄청 많고 출시에 임박해서 (매번 밀렸지만) 영업이 필요하다고, 뽑아야 된다고 여러 멤버들이 얘기해도 우린 영업 없이 간다고..(그러니까 출시를 못하지) 글쎼, 내가 아주 초창기 스타트업에서 잘 지내본 기억이 없어서 모르겠지만, 기획자는 어쩌면 초기에는 (인하우스로) 필요 없을 수도 있겠다. DB가 복잡해지고, 운영 이슈도 생기고, 기존 인원으로 이슈 핸들링이 불가능해지며 또 일단 출시하고 나면 못생기고 불편한 게 거슬리니까 점점 기획자의 필요성이 생기는 거지. (하지만 그때부터 기획자가 합류하면 할일이 오지게 많습니다. 대표선생님들...) 이쯤에서 또다시 제기되는 의문. 기획자는 무엇인가. 윤활유 같은 존재인가.

한편 스타트업이 조직원에게 잘 하라고 push 하는 이유는 오히려 조직에서 아는 게 별로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나는 늘 완벽하지 못하다는 콤플렉스에 시달렸던 사람이다. 그런데 맘을 고쳐먹어야만겠다. 뭔갈 더 배우고 잘 갖춰서 적용해야지! 가 아니라 그냥 잘개 쪼개서 할 수 있는 만큼만 해내면 된다. 체계적인 무엇인가를 배우기엔 스타트업은 적절치 못할 수 있다. 맞을지 안 맞을지 확신은 안서지만 세미나에도 가 보고 감명도 얻어보고 적용 못함에 좌절도 해 보고. 3년 차가 돼도 4년 차가 돼도 기획자가 뭔지 도무지 모르겠지만 뭘 명확히 알려고 그래 한참 뒤에 뒤돌아보면 길이 만들어져 있겠지.

되돌아가서 지금 조직에서 기획 없이 개발된 부분에는 정책 문서가 없다. 파편적으로 기획서에 흩어져있을 뿐. 다행이라면 제가 예전에 맡았던 제품이 20여 년 된 제품이라 히스토리가 매우 방대했다. 그때도 어떻게든 찾아내 기워서 진행해나가곤 했지..그나저나 정리도 하나도 안된 히스토리를 파고 또 개선할 기능이 이전 기능과 충돌하지 않게 고민하는 게 뭐 쉬운 줄 아나. 기죽지 말자. 이것만 해도 대단해... 앞으로 조직이 정리를 잘하도록 이끌어나갈 수 있다면야 두말할 나위 없겠지만. 일단은, 눈 앞에 보이는 빨랫감부터 치워보자.

난장판....

여담인데, 옛 동료들의 얘길 들어보니 어쩜 문서가 잘 정리된 회사는 세상에 없을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그 친구는 대기업에 갔는데도 그래. 

하나 더. 애증의 엑셀 파일 관리!!! 기존 툴도 제대로 활용하고 있지 못하면서(아니, 다시 말하면 그러니까) 엑셀 파일로 고객에도 개발자에도 통용될 수 있도록 일감을 관리하길 원하다니... 그냥 내가 아니까 진행할 일감만 잘 정리하고 커뮤니케이션만 잘 하면 되는 거 아닌가!!라고 짜증이 나려고 했는데 그래야 내가 없어도 일을 진행할 수 있으니까- 랬다 사수가. 아 그건 그러네. 난 여태껏 내 제품 기획자는 나 밖에 없었어서 그 부분은 생각을 한 번도 안 했던거네.... 하나 배우고 갑니다 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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