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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hesun Nov 13. 2019

24. 출산

엄마가 되다.




너를 만나다.




밤에 잠을 자다 화장실을 다녀오는데 피가 비쳤다. 이슬이 보임과 동시에 가진통이 시작되었다. 통증의 세기가 평소 자궁 뭉침과 다르게 아파서 남편의 옆에 누워 자는 것이 불가능할 것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작은방에 이불 하나를 바닥에 두고 누웠다. 본능적으로 '오늘'이 아기와 만나는 날임을 깨달았다.


처음 진통은 10분 내외로 불규칙적이었지만 점차 규칙적으로 변하면서 10분으로 진통이 왔다. 잠깐 잠을 잘까 고민을 하고 있는 찰나에 반복되는 진통에 그저 빨리 진진통이 오기만을 기다렸다. 예정일이 넘어서까지 소식이 없던 아기는 엄마의 부탁을 들어주는 것인지 유도분만예정일 하루 전에 이슬이 비치고 진통이 시작되어 고맙다고 했다.




출산을 알리는 신호




1. 이슬: 일반적으로 진통 전에 보이는 소량의 출혈을 이슬이라고 한다. 이슬은 태아를 감싸고 있던 난막이 벗겨지며 출혈이 생기는데 이때 갈색이나 핑크빛의 혈액이 섞여 점액처럼 끈적거린다. 대부분 이슬을 보게 되면 빠르면 3~4시간, 늦게는 3~4일 이상이 지난 후에야 진통이 시작된다.


2. 양수: 출산에 임박하면 자궁 구가 완전히 열리면서 난막이 찢어지게 되는데 이때 양수가 흘러나오게 된다. 일반적으로 진통이 먼저 일어나고 파수되는데 일부 진통이 시작되기 전에 파수가 되는 경우가 있다. 조기 파수가 의심된다면 샤워는 하지 말고 위생 패드를 부착한 다음 병원에 내원해야 한다. 양막 파수가 되면 세균 감염으로 인해 태아가 위험할 수 있기 때문에 반드시 즉시 내원해야 한다.


3. 진통

-가진통: 생리통처럼 불규칙한 통증이며 일정 시간이 지나면 통증이 느껴지지 않는다. 또한 진통 강도가 세지 않으며 자세를 바꾸면 진통이 멈춰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진진통: 매우 규칙적이고 진통이 오면서 점차 간격이 짧아진다. 시간이 지날수록 진통의 세기가 강해지고 자세를 바꿔도 진통이 멈추지 않고 계속되며 심해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초산모의 경우 진통 주기가 5분, 경산모의 경우 진통 주기가 10분 내외로 측정이 된다면 병원에 내원하는 것이 좋고 통증이 불규칙적이더라도 산모가 진통을 견디기 힘들다면 병원에 내원하는 것이 좋다.




엄마가 되다.




밤 12시 30분부터 시작된 진통은 새벽 2시부터는 절로 '윽'소리가 나오고 눈물이 나왔다. 진통을 할 때는 이불을 부여잡고 끙끙거리며 울다가 진통이 잠시 멈췄을 때는 인터넷에 출산 관련 글을 검색하기를 반복했다. 새벽 4시가 되어서야 진통 주기가 겨우 5분 내외로 줄었다. 병원에 한 시간 뒤 도착한다고 연락을 하고 남편을 깨웠다. 옆에서 진통이 올 때마다 끙끙거리는 나를 보고 다급하게 운전하는 남편에게 걱정 말라고 이야기를 했다.


병원에 도착하기 전 진통이 오지 않는 틈틈이 간단하게 간식을 먹었다. 분만은 일반적으로 진통하는 시간이 가장 길고 아기가 세상 밖으로 나오는 시간은 매우 짧기 때문에 체력 싸움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진통은 점차 강하면서 빠르게 반복되기 때문에 체력이 떨어지면 결국 출산할 때 아기가 내려오기 힘들 수 있다.


분만실로 들어서 옷을 갈아입고 간호사가 자궁경부에 손을 넣어 얼마나 열려있나 확인했다. 3cm 정도 열린 것을 확인하고 태동검사를 하며 팔에 수액을 맞기 위해 주삿바늘을 꽂았다. 수술을 할 때는 언제나 응급상황을 대비하여야 하기에 가장 굵은 바늘인 18G를 이용한다. 수액을 연결하고 나면 회음부의 털을 면도하여 감염에 주의하고 엉덩이 아래로 패드를 하나 깔아 피와 분비물이 나와 주변에 묻는 것을 방지한다. 이후 관장을 하는데 5분 뒤에 화장실을 갈 것을 권유하는데 사실 2분도 참기가 힘들었다. 진통이 심해서 회음부 면도와 관장이 전혀 부끄럽지 않았고 오히려 빨리 끝나기만을 기다렸다.

 


계속되는 진통 속에서 간호사들이 크게 해 줄 수 있는 것은 없다. 자궁 경부가 열리는 것을 확인하고 완전히 열리기만을 기다리는데 나는 중간에 진통제를 맞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약 8시 30분이 넘어가면서 진통의 주기가 3분 내외로 짧아지면서 매우 아팠다. 마치 누군가 자궁을 아래로 무자비하게 잡아 뜯으며 허리를 짓누르는 기분이었다. 의사를 기다리느라 진통제를 주지 않는 것인가 고민하다가 통증이 너무 심해서 간호사를 다급하게 불렀다. 간호사는 자궁경부가 7cm 이상 열린 것을 확인하고 거의 열려서 진통제는 맞지 못할 것이라고 이야기를 했다. 분만 침대에 누워 양측 손잡이를 부여잡고 울면서 제발 다른 진통제를 달라고 했지만 이미 늦었다고 했다.


잠시 후 의사가 와서 자궁 경부가 완전히 열린 것을 확인하고 파수시키고 곧 아기를 만날 수 있을 거라는 이야기를 했다. 진통이 점차 짧아지면서 저절로 "살려주세요."라는 소리가 나올 정도로 통증이 심해졌다.


의사가 나가고 곧이어 간호사가 들어와 자궁경부는 거의 열렸지만 아기가 내려오지 않아 아기를 내리는 연습을 해야 한다고 했다. 나의 상체를 올리고 항문에 힘주는 연습을 시키며 아기가 내려올 있게 준비했다. 혹시나 대변을 볼 것 같은 느낌이 들면 그때 간호사를 불러달라며 다시 나가고 나는 힘주기 연습을 시작했다. 진통이 올 때 항문에 힘줘야 한다는데 사실 많이 힘들다. 아랫배와 허리는 아프고 자궁은 뭉치는데 그 와중에 항문에 힘주는 것이 어려운데 너무 아프니까 얼른 끝나기만을 바라며 힘 빠지는 중에도 절로 아기를 내리는 연습을 했다.


아기를 내리는 연습을 하는데 저절로 대변을 볼 것 같은 느낌이 드는데 난 그 와중에 남편에게 대변을 보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아 제발 나가 달라고 소리쳤다. 차라리 혼자 힘줄 테니 제발 나가라고 울면서 "나가 달라고"만 수없이 외쳤다.


남편은 내가 보이지 않게 뒤에서 나를 지켜보다 내가 간호사를 불러달라는 말에 재빨리 간호사를 불렀다. 간호사는 확인하고서 남편을 내보내고 재빠르게 분만을 준비했다. 회음부를 소독하고 한 명은 밑에서 질에 손을 넣고 벌리며 아기가 내려올 수 있게 준비를 했고 한 명은 다리를 잡아 양측 허벅지를 벌리고 한 명은 내 배 위로 올라와 팔로 아기가 내려갈 수 있도록 눌렀다. 힘주는 연습을 이번에는 간호사들과 함께하는데 내가 힘줄 때마다 간호사가 위에서 배를 눌렀다. 저절로 통증은 심하고 목소리는 올라가니까 간호사들도 목소리를 높여 "엄마 힘내세요. 아니면 아기가 힘들어요."를 반복했다.


사실 나는 제왕절개를 택하지 않은 것이 복부 절개를 하는 것이 무서워서였는데 너무 아프니까 제발 수술해달라고 했다. "괜찮으니까 지금이라도 수술을 해달라고 아니면 그냥 집에 보내주세요."만 수없이 외쳤다. 남편은 밖에서 내 고집을 바꾸지 못해 결국 자연 분만하게 된 것을 후회했다.


의사가 들어와 회음부를 절개하고 곧 아기가 세상 밖으로 나왔다. 신생아실 간호사들이 아기를 받아 확인을 하고 태반이 빠져나오고 후처치를 하는데 아기가 옆에서 우는 모습을 보니 저절로 마음이 아팠다. 이후 아기는 신생아실로 가고 후처치를 다 끝내고 나서야 남편이 분만실로 들어왔다. 남편은 눈물을 글썽거리며 고생했다고 내 손을 잡아줬다.



간호사가 들어와 수술 후 3시간 내에 물을 마셔서 화장실을 갈 것을 권유하며 자궁이 수축할 수 있도록 수액이 잘 들어가게 했다. 이후 식사가 들어왔는데 신기하게도 출산을 하고 나니 괜찮았다. 회음부 절개를 해서 앉을 때 아팠지만 배가 고파서 점심 식사를 다 먹고 나서 화장실을 다녀왔다. 분만하는 동안 수액이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소변을 보지 못하면 잔뇨량을 측정하고 신장기능을 의심해 배뇨관을 해야 한다. 


모든 처치가 다 끝나고 나서야 병실로 갔다. 자연분만의 경우 좌욕을 해야 하기 때문에 좌욕하는 것과 아기 면회뿐 아니라 수유하는 것에 대한 설명을 한다. 분만이 끝나자마자 모유가 나오는 것이 아니고 일반적으로 3~4일 뒤에 모유가 나오는데 그전에 가슴을 물리는 연습을 한다. 을 물리는 연습은 모유량을 늘리는데 도움이 된다.




병실로 올라와 곧 신생아실에서 수유하러 오라고 연락이 와서 아기를 만나러 갔다. 받아 든 아기는 너무나 작았고 숨을 쉬고 잠을 자는 모습조차 너무 신기했다. 그렇게 나는 꼬물거리는 아기를 보며 엄마가 된 것을 새삼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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