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임신 후기까지 크게 불편감은 없었다. 오래 걸으면 숨이 차거나 태동이 격렬한 것은 '그저 그런가 보다.'하고 지나갈 수 있을 정도여서 남편에게 농담처럼 임신 체질이라며 이야기했던 적도 있다.
나는 임신 후기에도 매일 2시간 이상 걷는 습관 때문인지 체중이 크게 증가하지 않았다. 신기하게도 임신 막달이 되면서 체중이 급격하게 증가했다. 임신 막달 전까지 약 3kg 증가했었는데 임신 막달에 총 10kg이 증가했다. 갑작스레 불러오는 복부로 인해 조금만 걸어도 발목과 허리 통증이 생겼다. 2시간 이상 산책을 하면서도 발목에 무리를 느끼게 돼서 산책을 중단한 경우도 많았다.
발목과 허리뿐 아니라 골반에도 통증이 생긴다. 출산일이 가까워오면 릴락신이라는 호르몬이 나오는데 관절의 인대를 느슨하게 만들어 통증을 심하게 만든다. 이뿐 아니라 막달이 되면서 배가 점차 불러오기 때문에 자연스레 허리를 뒤로 젖혀지면서 허리 통증이 심해진다.
체중이 급격하게 증가하면서 튼살이 생겼다. 임신선은 임신 후기부터 점차 진해졌는데 옆구리에 생긴 튼살은 점차 번지듯 복부 중앙에도 생겼다. 몸이 무거워지니까 다리가 엄청 붓기 시작했다. 다리 부종이 생기면서 밤에 마사지를 하지 않으면 아침에 근육 뭉침 때문에 매번 아파하며 잠에서 깨기를 반복했다.
임신을 하면서 화장실을 자주 갔었는데 임신 37주 이후부터는 정말 미친 듯이 화장실을 갔다. 화장실을 다녀와도 잔뇨감이 있는 느낌이 자주 들었고 물을 마시면 10분 간격으로 화장실을 갔다. 태아가 방광을 누르고 있어 화장실을 자주 가게 되는데 요실금 마냥 소변을 보는 경우도 있다.
아기의 태동이 감소한다. 아기도 점차 출산준비를 하면서 내려오는데 이때 공간이 좁아져 태동이 줄어든다. 태동이 주는 것이지 없어지는 것은 위험한 신호이니 잘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나는 태동이 크게 감소하지 않았는데 세기도 엄청 강해져서 아기가 배를 뚫고 나올 것 같아 무서웠다.
분비물의 양이 엄청 많아진다. 임신 중에도 분비물이 나왔지만 예정일에 다가갈수록 양수가 아닌가 할 정도로 분비물이 흘러나온다. 예정일에는 속옷을 하루에 몇 번이고 갈아입어야만 했다.
임신 40주
임신 39주 4일 차 병원에 내원해 초음파를 확인했다. 지난번에 이어 큰 이상이 없어 2주 뒤에 내원했는데 다행히 태아도 그동안 건강함을 알려주듯 초음파를 보는 내내 열심히 움직였다.
자궁경부의 길이는 지난번에 비해 얇아졌지만 여전히 아기는 골반에 위치하지 않고 위에서 놀고 있다고 했다. 자세를 잡은 지는 몇 주가 넘었지만 내려올 생각이 없이 열심히 놀기 바쁜 아기에게 얼른 내려오라고 이야기했는데 엄마의 말을 들어줄 생각이 없는 것 같다.
예정일이 다가오기 때문에 내진을 했다. 사실 내진을 하기 전 무서워서 검색을 많이 하고 내원했다. 내진을 하는 병원이 있고 하지 않는 병원이 있지만 가능하면 자연분만을 하고 싶었던 나는 의사에게 내진을 부탁했다. 내진은 출산하기 전 자궁 경부의 열림 정도뿐 아니라 태아가 어느 정도 내려왔는지도 확인이 가능하다.
내진을 하는 것은 생각보다 아프고 불편했다. 1cm 정도 열려있어 조금 더 자궁경부를 열려있게 하기 위해 힘을 가했기 때문에 2~3일간 불편하면서 내진혈이 있을 거라고 말했다.
의사는 아무래도 예정일은커녕 다음 주까지 소식이 없을 것 같다고 하며 유도분만을 딱 41주가 되는 날에 수술을 예약하고 그전에 출산 증상이 있으면 병원에 내원하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