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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ny Sep 17. 2018

여자 혼자 여행 다니면 위험하지 않나요?

위험할 수도 있다. 그러니 명심하기.

혼자, 더군다나 여자 혼자 여행을 간다고 하면 주위에서 하는 걱정이 나를 더 걱정하게 만든다. 하지만 그 걱정 때문에 여행을 망설인다면 이 엄청난 세상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놔 버리는 것이다.


세상에 100프로 안전한 곳은 없다. 그렇지만 세상은 또 생각보다 그렇게 무서운 곳도 아니다.

정부에서 정한 여행 금지국가를 여행한다던지 어디던간에 밤 늦게 만취해 혼자 어두운 곳을 돌아다니는 것 같이 스스로를 위험에 내모는 상황을 만드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스스로 경계한다면 불미스러운 상황을 충분히 방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스스로 위험한 상황을 눈치차리고 선을 긋는 것. 그 것이 안전한 여행을 할 수 있는 방법이다.


나에게는 이런 일이 있었다. 공교롭게도 두 경우 다 사람들이 나에게 조심하라고 당부했던 시칠리아에서 일어난 사건(뭐 큰 일이 난 것도 아니니 사건이라고 부르기도 민망하지만)이지만 시칠리아와는 별개의 문제임을 분명히 해두고 싶다.


1) 우리 집으로 와서 저녁 먹자

점심을 (늘 그렇듯이) 두둑히 먹고 친구 1명과 함께 Mondello로 향하는 버스를 타러 가는 길이었다. 그러던 중 어떤 이탈리안 남자가 다가와 누가 봐도 관광객으로 보이는 나에게 "혹시 슈퍼마켓이 어디 있는지 알아요?"라고 묻는다. 마침 거기가 집 근처라 내가 슈퍼마켓 위치를 알고 있었기에 약간의 이탈리아어를 섞어 저기 뒤로 가보라고 알려주고 안녕!을 하고 가던 길을 갔다. 그런데 그 남자가 뒤에서 나보고 "Parli italiano?(이탈리아어 할 줄 아니?)"라며 말을 이어갔다. 본인은 며칠 전에 피렌체에서 팔레르모로 단기로 일하러 왔다며 혹시 오늘 시간 있으면 맥주 먹으러 가지 않을래? 하고 물었다. 첫 인상이 그닥 나빠 보이지 않고 밖에서 셋이서 먹을거면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혹시 우리를 쉽게 볼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음 우리가 지금 Mondello에 가는데 갔다 와서 저녁에 시간 나면 연락할게"라고 번호를 교환하고 헤어졌다. 우리는 Mondello에서 시간을 보냈고 내가 2시간 정도 휴대폰 확인을 못한 사이 그에게 왓츠앱 문자가 와 있었다.

"너희 아직 Mondello니? 괜찮으면 내가 오늘 너네한테 신선한 생선 요리를 해 줄게. 우리 집에 큰 발코니가 있어서 편안하게 저녁 먹을 수 있을거야"

첫 만남에 집으로 부르는 게 이상하기도 했고 우리는 그 사이 Enoteca(와인 마시는 곳)에 가기로 결정했기에 나는

"초대는 고마운데 우리는 저녁에 Enoteca에 가기로 했어. 너도 오고 싶으면 와"

라고 답을 했다.

"이런. 나 사실 지금 이미 너네들한테 요리해 줄 생선을 사서 집에 가는 길이야. 그러니 우리 집에서 같이 저녁 먹고 맥주 마시자"

하는 답장을 보고 느낌이 왔다. 경계할 대상이라는 것을. 아니, 먹는다고 하지도 않았는데 생선은 왜 샀대? 그 이후에 오간 메세지에서도 그는 계속 본인 집 방문을 하라는 의사를 표했고, 나는 결국

"아니야. 우리는 배가 별로 안 고파서 Enoteca로 갈게"

의 마지막 문자를 보내고 나서 그를 왓츠앱에서 삭제했다.


물론 그가 정말 선의에서 그런 제안을 했을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가 여자 2명임을 감안하더라도 그 선의를 믿기에는 그의 행동에서 보여지는 리스크가 크기에 우리는 스스로 선을 긋고 경계를 했다.



2) Sunny, 나 여기서 누드로 수영해도 되니?

Capo Gallo 해변은 팔레르모에 1달간 있으면서 7번을 간 곳이다. 그 7번 중 어느 날 나는 혼자 Capo Gallo를 찾았고 그 날은 2km 떨어진 등대까지 걸어가보고 싶었다. 그렇게 바닷 바람을 쐬며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등대에 다다랐다. 등대 뒤 쪽은 누드비치 존이라 그 곳에 들어가고 싶진 않았기에 다시 돌아서 내려가기로 했다. 조금 걸으며 내려가는데 어떤 스쿠터 하나가 내 옆에 서더니 또 누가 봐도 외국인 관광객인 나한테 말을 건다.

"미안한데 여기 주위에 수영할 만한 해변이 어디 있는지 아니?"

Capo Gallo를 이미 몇 번 와 본 나였기에

"응. 여기 밑으로 내려가면 바닷물이 아주 깨끗한 rock beach가 있고 조금 더 내려가면 sand beach도 있어"

라고 대답했다. 그 말을 듣더니 그는 고맙다고 하며 내 앞으로 스쿠터를 타고 붕붕 내려갔다.

그러다 그 남자가 다른 스쿠터남과 얘기를 시작했고 그 사이에 나는 그를 따라잡았다. 나를 다시 보고 반가움의 웃음을 짓더니 물어본다.

"너는 어디로 가? 괜찮으면 나 너랑 같이 수영하러 가도 돼?"

"음. 난 아직 안 정했어. 이 밑으로 천천히 내려가 보려고. 여기 해변이 내 해변은 아니니 너가 내 옆에 온다해서 뭐라고 할 수는 없지"

라고 아직 날도 밝고 오늘은 혼자 왔으니 그가 나의 말동무가 될 수 있을 것 같아 조금 돌려 대답을 했다.

하지만 영어를 잘 이해를 못했는지

"그래, 알겠어"하더니 내 앞으로 스쿠터를 타고 사라져 가기에 그냥 가는가보다 하고 잡지는 않았다.


그런 후 나는 내가 좋아하는 자리에 자리를 펴고 바다로 들어갔다. 그 주위에는 간간히 지나가는 소수의 몇 명을 지나가고는 아무도 없었다. 그래서 내가 좋아하는 곳이기도 했다. 그러던 몇 분 후, 그 남자가 어디선가 갑자기 툭 튀어나왔다.

"너 여기 있었구나? 여기 수영하기 괜찮겠다. 나 너 짐 옆에 내 짐 좀 놓고 여기서 수영해도 돼?"라고 묻는다.

"그래. 너가 원하는 대로"라고 말하니 내 옆에 짐을 놓더니 바로 수영복 차림으로 바다에 들어왔다. 그렇게 이름은 뭔지, 시칠리아에는 얼마나 있는지 등의 small talk를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그가,

"Sunny, 나 여기서 누드로 수영해도 돼? 나는 그렇게 수영하는 걸 즐기거든.” 하고 물어왔다.

내가 기겁해서

"아니, 절대 안 돼. 너가 다른 곳에 있거나 내가 물 속에서 멀리 나갔을 경우에는 그건 너의 자유야. 근데 내가 물 속에 있을 때는 절대 안 돼"

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알겠어"라고 바로 말하기에 조금 이상하지만 그냥 나체로 수영하는 것 자체를 즐기는 사람인가보다 했다.


그리고 몇 분 후 나는 바다에서 나가 내 자리로 갔다.

그런데 갑자기 그가 바닷물에서 자기 수영복을 벗어 던져 돌 위에 툭 놓는 게 아닌가.

나는 바다를 향해 앉아 책을 읽고 있었고 그 모습을 찰나에 보게 된 나는 황급히 자세를 옆으로 틀어 시선을 돌렸다. 물론 거리도 멀었고 그가 물 속에 있어 보일 가능성은 없었지만 그래도 나는 당황했다. 다른 데로 가야되나 말아야되나를 수십번 망설이다가 주위에 사람들도 한 둘 지나다니기에 더 있기로 하고 최대한 신경을 안 쓰려고 했지만 쉽지는 않았다. 내 시선은 오직 뚫어져라 책에만.


그러다가 갑자기 그가 물 속에서 나를 불렀다.

"Sunny, 나 이제 옷 입고 나가려고 하는데 혹시 주위에 사람 있는지 좀 봐줄래?" 하기에

아 드디어 옷을 입는구나 하고 주위를 살펴주었다.

아무도 없음을 확인하고 "응 이제 괜찮아. 옷 입어"라고 전해주니 당연히 물 안에서 입을 줄 알았던 그가 내가 고개를 돌릴 새도 없이 수영복을 입으려고 물 속에서 벌떡 일어나는 게 아닌가.

하아... 못 볼 꼴을 봤다... 불쌍한 내 눈ㅠㅠ


그 때 불현듯 그를 조심해야 할 것 같아서 집으로 가려고 짐을 막 싸고 있었는데 그가 자리로 돌아오자 마자 자기가 먼저 가겠다고 하기에 어서 가셔유 친절히 먼저 보내주었다.

결국에는 (희생 당한 내 눈을 제외하고는) 다행히 아무 일도 없었고 그는 그저 자연과 아무런 허물 없이 어우러지고 싶어하는 마인드의 사람이라는 것이 밝혀지는 순간이었지만 혹시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할 수도 있었던 웃기고도 슬픈 에피소드였다.

히피 이탈리아남과의 에피소드를 만들어 준 Capo Gallo의 바다



이렇듯 어디든 (1)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2) 예, 아니오의 의사 표현을 명확하게 하고, (3) 스스로 경계할 타이밍을 알고 있다면 홀로 다니더라도 본인을 외부 위험으로부터 보호하면서 즐길 수 있는 여행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또 하나 팁이 있다면 나 같은 경우, 영 불안하다 싶은 곳에 갈 때에는 그 나라 경찰서 전화번호를 미리 찾아서 외워두었다. 지금까지 전화걸 일은 없어서 다행이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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