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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ny Sep 17. 2018

(외국)친구를 사귀려면 알아야 할 세가지 기본적인 룰

알고 보면 누구나 알고 있는 아주 기본적인 것들

순례길에서도 나는 열린 마음을 가지고 사람들을 만났다. 

순례자의 길을 걸은 지 4일째 되던 날 산을 타다 만난 체코 친구 V와 같이 알베르게에 들어섰는데, 그 곳에 먼저 와 있던 다른 순례자들이 나를 속속 알아보고 반갑게 인사하는 것을 보고 V가 신기해하며 물었다.

Sunny, 어떻게 사람들이 다 너를 알아? 다 너를 보고 인사하네?

생각해보니 틀린 말은 아니었다. 물론 포르투갈 순례길 위에는 한국인은 차치하고 아시안 수가 정말 적기 때문에 눈에 잘 띄이는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 사람들이 나를 기억했던 이유는 내가 다음 기본적인 것들을 지키려고 노력했기 때문이었다. 


1. 미소 지으며 인사하기

사람을 처음 만났을 때 가장 먼저 해야하는 건 통성명이나 하와유를 묻는 것이 아니라 살짝 미소를 지어주며 Hi!라고 밝게 인사하는 것이다. 정말 간단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미소와 인사는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간과하고 있는 부분인 것 같다. 살짝 띈 미소와 눈 인사 혹은 Hi로 시작하는 것만으로도 사람들은 대화를 시작하기도 전에 이미 따뜻한 에너지를 느끼게 된다.


체코 친구 V가 그 다음 날 같이 걸으면서 

"너는 어떻게 사람들이랑 그렇게 친해졌어? 나는 영어를 잘 못해서 말하는 게 두렵거든"

라고 하기에 나는 그녀에게 넌지시 

"V, 당장 지금부터 너가 길에서 만나는 사람들한테 Hello!라고 인사해보는 건 어때?"

라고 말해주었다. 그 전까지 땅만 보고 걷거나 다른 사람들을 무심하게 지나치던 그녀는 워낙 걸음이 빨라 나랑 얘기를 끝내고 나보다 훨씬 앞서 나갔는데, 뒤에서 보니 정말 그녀가 (처음 몇몇 사람은 지나치긴 했지만) 다른 순례자들한테 웃으면서 수줍지만 Hello!라고 인사를 하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며칠 후 나는 V가 다른 사람들과 너무나도 거리낌 없이 웃으며 대화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내가 만난 독일 순례자 친구 E는 "혹시 너 친구 V가 순례자의 길에서 사랑에 빠졌니? 며칠 전이랑 비교해보면 너무 다른 사람인 것 같아"라고 물을만큼 그녀는 아주 짧은 시간 안에 달라져 있었다.



2. 관심을 보여주고 칭찬하기

이건 여행을 떠나고 새로 만난 사람이건 오래 만난 사람이건을 떠나서 좋은 관계를 유지하려면 늘 명심하고 있어야 하는 룰이다. 그 아무도 나에게는 전혀 관심 없는데 자기 얘기만 늘어놓는 사람과의 만남을 하고 싶진 않을 것이다. 

우리는 모두 관심 받길 원하는 존재이다. 

상대방에게 관심을 표하고, 그들이 본인에 대해 말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고 또 잘 들어주자. 단, 오지랖을 떨 필요까진 없다.

나도 힘든데 남한테 관심을 갖으라고?라는 마음을 가지고 있으면 사람들은 본인에게도 관심을 주지 않는다.

 

"이 모임 되게 좋은 것 같아요. 여기를 어떻게 알고 나오시게 되셨어요?"

"요즈음에 보통 시간 나면 어떤 일을 하세요?"

"요새 별 일 없었어? 가족들도 다 건강하시고?"

"저번에 만났을 때 얘기했던 그 일 어떻게 되었어?"

처럼 너무 개인적이지 않은 질문들부터 시작해 보면 좋을 것 같다.


혹은 어떤 주제에 대한 그들의 생각이나 의견을 물어보는 질문도 괜찮다.

"너 이 음악 좋아하는구나! 그럼 이런 장르는 어떻게 생각해?"


또 칭찬할 일이 있으면 아끼지 말고 칭찬해주자. 칭찬을 해서 잃을 게 하나 없는데 (나도 그랬고) 우리는 칭찬에 매우 인색한 것 같다.

칭찬은 아끼면 정말 똥이 된다.

나 같은 경우 누가 내 옷이나 귀걸이가 잘 어울린다고 칭찬을 해 주면 갑자기 없었던 애정이 생기기도 하고 다음에 그 옷을 입을 때 왠지 기분이 좋다. 


"지금 입고 계신 티셔츠 되게 예쁘고 잘 어울려요. 어디서 사셨어요?"

"머리 색깔이 너무 잘 어울려요. 저도 요새 머리를 새로 하고 싶은데 그 색깔도 괜찮을 것 같네요!"

라고 말해주는 것이 얼마나 생각보다 많은 기쁨을 주는 일인지는 그 반대로 생각해 보면 느낄 수 있다.


어느 날 요가 수련을 마치고 같이 트레이닝을 받던 J에게 다가가 진심에서 우러난 말을 전해줬던 것이 기억이 난다.

J, 어쩌면 너는 말을 이토록 사랑스럽게 하니. 너에게 참 배울 점이 많아. 너무 고마워!




3. 이름 기억하기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김춘수 <꽃> 중



명명 행위를 통해 특별한 의미와 가치(꽃)를 부여하게 된다는 내용의 김춘수 시인의 <꽃>. 이렇듯 누군가를 불러준다는 것은 그들의 존재와 가치를 인정해주는 것이다.  


우붓에서 어느 날. 요가원에 가는 중에 예약할 것이 있어 여행사를 찾고 있었다. 여행사가 없어 헤매다가 주위에 발리니즈 한 분이 보이길래  "혹시 이 주위에 여행사가 있나요?"라고 물으며 그와 얘기를 시작했다. 그는 내 이름과 어디서 왔고 우붓에서 뭐하는지에 대해 관심을 보이며 물었고 우리는 5분 남짓여 짧은 대화를 하고 헤어졌다. 


그 다음날, 같은 길을 통해 요가원으로 가는데 어제 만난 그 발리니즈 분이 나에게 

"Good morning, Sunny!(이 글에는 가명을 썼지만 내 한국 이름을 정확히 기억하고 계셨다)"

라고 먼저 인사를 하셔서 나는 솔직히 놀랐다. 생소한 한국 이름을 기억해 줬다는 사실에 너무 감사했고, 한편으로 나는 그의 이름을 기억하지 못한다는 사실이 너무나 죄송했다. 그 날 바로 

"정말 죄송한데 제가 성함을 잊어버렸어요. 다시 한 번만 알려주실래요?" 

물어보고 그 다음날부터 우리는 서로의 이름을 불러주며 따뜻한 인사를 했다. 


그 이후로 이름을 기억하는 것에 대한 특별함을 느꼈다. 이름을 불러준다는 것은 그만큼 마음도 가까워졌다는 것. 그 때부터 사람들과 대화할 때 그들의 이름을 불러주려는 노력을 많이 했다.


시칠리아에서 만난 친구 R은 어느날 나에게 이렇게 얘기했다.

너가 내 이름을 자주 불러줘서 그런가, 나는 너랑 되게 오래된 친구 같아




Tip!  외국인 친구일 경우 이름이 생소할 수 있으므로 나 같은 경우 처음 들었을 때 머리 속에 스펠링으로 기억을 해 놓고 마음 속으로 몇 번 되새긴다. 그래도 정 기억이 안 난다면 정중하게 다시 한 번 물어본다. 이름도 모르는 상태로 몇 번 만나는 것보다는 낫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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