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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ny Oct 09. 2018

상처 받지 않고, 상처 주지 않는 관계

건강한 인간 관계를 위해서

자존감과 자기애가 낮았을 때 나는 약했다. 쉽게 휘둘렸고 마음의 상처도 많이 입었다. 

아주 전형적인 A형 성격이었달까(실제로 A형인건 안 비밀). 그리고 거기에서 나온 못된 복수심에서인지 동시에 남에게 의도치 않게 상처를 주기도 했다.

그 중 대표적이었던 것은 내 방식을 필요 이상으로 고집하는 것이었다. 상대방의 의견을 마음으로 듣지 않고 내 방식을 그에게 관철시킴으로써 상처 입은 나의 자존감을 되찾으려 했던 아주 건강하지 못한 행동이었다.



이런 인간관계를 조금 성숙하게 만든 생각은 바로 다음 두 가지였다.


(1) 너와 나는 다르다.

이 세상에 나와 같은 삶을 산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 우리의 생각은 국적, 유전적 요인, 태어난 도시, 사는 도시, 친구, 학교, 나이, 전공, 취미 등 무수한 다른 요소들로 이루어진 집합체이기에 절.대.로 내 생각이 모두의 생각과 같을 수 없다. 또 그 사람이 나라도 생각이라는 것은 언제든, 무슨 이유에서든 바뀔 수 있다. 모든 것은 바뀐다는 사실을 제외한 모든 것은 변한다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내가 맞고 너가 틀린 것이 아니라 너와 나는 다르구나

를 인정하는 것이 바로 내가 간과했던 건강한 관계를 위한 첫 걸음이었다. 



여행 중 만난 그 수많은 사람들의 다름을 인정하지 않고 하나 같이 내 의견을 주입하려고 했었다면 절대로 다각도로 유연하게 사고하는 방식을 배우지 못했을 것이다. 어떤 현상에 대해 나의 의견을 (필요하다면 가능한 논리적으로: 합당한 이유 없는 주장은 피해야 한다) 설명한 뒤에는 한 발짝 물러서서 상대방의 의견과 그 이유를 들어 보았다. "아, 이러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은 이런 식으로 생각할 수도 있겠구나" 혹은 "충분히 일리가 있는 말이구나. 그 동안 내가 잘 못 생각했군"을 깨닫고 나니 뾰족했던 내 생각의 가시들이 점점 부드럽게 무뎌져 갔다.


독일에서 너무나 친하게 지내는 친구 N과는 늘 다양한 주제로 대화를 하는데, 우리는 어느 때는 티끌 없이 비슷하다가도 어떤 때는 내 친구 맞나 싶을 정도로 극과 극의 생각을 가지고 있다. 그렇지만 우리는 늘 서로의 의견을 잘 들어주고 존중하는 동시에 잘 못 알고 있는 부분이 있다면 기꺼이 알려 시정해주기도 한다. 그 날도 어떤 사회 현상에 대한 성숙한 밥상머리 토론(?)을 마치고 그녀에게 넌지시 전했다.


"N, 너와 내가 이렇게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게 너무 흥미로워. 우리가 늘 똑같은 의견을 가지고 있으면 우리의 만남과 대화가 얼마나 따분할까. 너와 얘기를 나누면서 내가 믿고 있는 것들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다는게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 몰라"


그녀의 집 안에 걸려있는 이 엽서 안의 글귀는 그 안의 당나귀만큼이나 흥미롭다.

"당신이 생각하는 모든 것들을 믿지는 마세요" 


 

(2) 관계는 불씨처럼.

두 번째로 나의 인간 관계에 많은 기여를 한 생각은 바로 관계를 불씨처럼 생각하기였다.

불은 우리 삶에 꼭 필요한 존재이지만 너무 가까이 가버리면 우리가 타 버리고 너무 멀리 가 버리면 없는 것과 다름 없는 존재이다. 이 논리를 우리 주위의 어떤 관계에도 적용해 보면 된다. 


아무리 친한 사이라도 필요 이상으로 가까워지려고 한다면 둘 중 하나는 틀림 없이 부담스럽게 생각할 것이다. "왜 이 친구는 내가 연락하는 만큼 연락을 안 하지?"라는 생각이 들면 일단 본인이 너무 불씨와 가까이 있지는 않은가 생각해 보면 어떨까. 늘 그렇듯 중요한 건 균형.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는 것이 두 번째 생각의 핵심이다. 



그치만 내가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려고 노력하는 반면에 상대방에게서는 그런 여지가 조금도 보이지 않는다면 그 사람은 굳이 내 인생에서 불처럼 대하지 않아도 되는 존재일 수도 있다. 이런 경우 그렇게 멀어져 가게 놔 두는 것이 나의 소중함을 지켜주는 하나의 방법일 것이다. 


나에게도 그렇게 정리한 관계들이 꽤 있지만 아쉽지는 않다. 속만 태우는 영양가 없는 관계를 정리하고 나니 거기 허비될 시간에 건강한 관계를 맺을 가능성이 더 많아졌으니. 




시칠리아의 한 바다 곁에 앉아 제임스 도티의 책 <닥터 도티의 삶을 바꾸는 마술 가게: Into the Magic Shop>을 읽다가 심장을 울린 이 구절을 발견했다.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는 사람들은 대개 상처를 가장 많이 받은 사람들이란다


다름을 인정하고 불씨처럼 사람을 대하는 데도 정 피할 수 없는 사람일 경우, 나를 상처 받지 않게 하는 올바른 생각은 바로 이 것이 아닐까.



본인이 받은 깊은 상처를 잘못된 방법으로 극복하고 있는 딱한 사람이구나.
안타깝고 불쌍한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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