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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대리 Sep 03. 2019

그저.. 업무일 뿐이다


오늘 아침부터 날씨가 흐린탓인지 아님 아침까지 피곤함에 쉽사리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지 못한탓인지 오늘 하루는 출근할 때부터 왠지 더 피곤하게 느껴졌다.


오랜 기간 해왔던 업무인 데다가 요새 따라 더 바쁠 것도 없는터라 회사생활이 그리 힘들 것도 없는데 연초부터 회복이 안 되는 마음 탓인지 계속해서 마음은 떠난 채 몸만 이곳을 지키고 있는 듯한 회사에서의 하루들이 계속되고 있다.




그런 탓이었을까?

오늘 나는 "기분 나쁘게 말하시네요."라는 얘기와

"아줌마 때문에 미쳐버릴 것 같으니까 그만해."라는 폭탄 같은 말들을 2 연타로 얻어맞고 말았다.


쏟아버린 말은 다시 주워담을수가 없다



물론 기분 좋을 수 없는 통화였다.

상대에게 돈 갚으라는 독촉의 말이 유쾌할리 없고 그로 인한  불이익들을 듣고 있는 것이 기분 좋을 리는 없겠지만 그래도 그동안 비교적 어느 정도의 선은 서로 유지되고 있는 듯한 느낌이었는데..


나의 성의 없는 말투 때문이었는지 아님 전화를 받는 사람 또한 여러 가지 일들로 핀트가 나가서였는지 나는 미친 듯이 소리 지르고 윽박지르는 사람들의 전화를 총알받이처럼 연이어 받고 나니 그동안 참고 있었던 이성의 끈이 모조리 끊어져 버렸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목청을 높여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아줌마 아줌마 그만하세요!!

왜 소리 지르시는 거예요!! "


그리고는 전화를 쾅 끊어버리는 그 사람처럼 나도 전화를 쾅하고 끊어버렸다.


그렇게 하고 나니 속이 시원한 게 아니라 도리어 눈물이 쏟아졌다.

이런 소리를 듣고 있다는 자체가 화가 나기도 했지만 듣고 있으면서도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흥분해버린 내가 창피해서 눈물이 쏟아졌다.


나의 큰소리에 놀란 차장님이 무슨 일이냐며 나를 위로하셨지만 나는 그런 위로가 스스로에게 더 부끄러워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그저 업무일 뿐이었다.


그 사람에게 개인적인 악감정이 있을 것도 흥분하여 소리칠 일도 아니었다.

그저 업무이니 이성적으로 정해진 기준대로만 처리하면 될 일이었다.


그런데도 그게 되지 않아 업무에 감정을 소비하고 마음을 쓰고 있다는 게 너무나도 속이 상했다.


그저 업무일 뿐이었다.


매일 아침 출근해서 퇴근할 때까지 내가 하기로 정해진 것.

내가 월급을 받을 수 있는 이유.

그저 업무일 뿐인데 직장인 십 년 차가 넘어가는 지금까지도 업무에 감정을 쏟다니 나는 아직도 하수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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