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점심 식사를 하는데 팀장님이 웃으시며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말씀하신다.
"최대리 본부장님이랑 술 한잔 해야 하는 거 아냐?"
그 말의 숨은 의미를 파악한 내가 씩 웃으며
"저 같은 말단 직원이랑 같이 술을 마셔주시겠어요."라고 대답하자 함께 식사를 하던 차장님과 과장님이 웃으신다.
안다.
본부장님과의 술 한잔이 단순한 술 한잔이 아니라는 것.
그 말의 숨은 의미는 곧 승진인사가 다가오고 있으니 미리 우리 회사의 실세인 인사권자에게 잘 보여두라는 얘기일 것이다.
잘 보여서 나쁠 건 없겠지만 알량한 자존심 때문에 그런 것인지 아님 그냥 이곳에 대한 기대가 더는 없기 때문이어서 그런 것인지 그말이 마음에 콕 박히면서도 행동으로는 쉽사리 옮겨지지 않는다.
우습게도 내가 들었던 오늘 이 조언을 얼마전 투대리 프로젝트를 함께 진행했던 김대리도 같은 지점 상사분께 들었다고 했다.
그 상사분은 김대리에게 이번에도 승진에서 누락되고 싶지않으면 미리 회사의 인사권자에게 납작 엎드리라고 했단다.
그말을 듣고 웃는 김대리를 향해 계속 엎드리라는것도 아니고 이번 한번만 엎드려서 너 좋은 방향으로 얻을걸 얻으라고 설득했다는 그말에 나와 김대리는 모두 헛웃음을 터트렸다.
언제부터 승진의 기준점이 평소의 업무실적과 성실도가 아닌 그 시기의 반짝 애씀이 되었는지..
그말을 듣고 있자니 괜시리 허탈해지면서도 가슴이 먹먹해졌다.
나와 김대리에게 그런 제안을 해주셨던 팀장님과 상사분의 마음도 물론 모르지는 않는다.
뻣뻣하게 아무런 리액션도 취하지 않으면 또 앞서서 그런 리액션을 취하는 사람들에게 밀릴것이 뻔하니 미리 애쓰라는 얘기를 왜 모르겠는가?
평소에는 으르릉거릴듯 적대시하다가도 그런 인사시기가 되면 다들 한번씩 굽히며 잘봐달라고 몸부림을 치는데 승진을 목전에 앞둔 내가 그저 묵묵히 보이지 않는곳에서 일만 하고 있으니 답답해보일만도 하셨을것이다.
그렇게 보면 나도 참 융통성이 없고 조직생활의 스킬이 없는것인데 나는 그런 융통성도 스킬도 부리고 싶지 않은게 솔직한 심정이다.
냬가 생각했던 승진의 기준이 잘못된것일까?
회사에서는 내가 맡은일을 책임감있게 처리하고 함께 일하는 사람들과 되도록 트러블없이 잘 지내면 되는게 아닌건가?
꼭 그렇게 술한잔 하자고 자리를 만들고 납작 엎드려 평소에는 안하던 아첨과 아부를 하며 내가 미치도록 회사에 아니 회사의 인사권자인 당신에게 충성할 생각이 있다는걸 보여줘야 하는것인가?
참 생각이 많아지는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