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대리 Sep 12. 2019

그건.. 분명 설렘이었다


오랜만에 하게 된 영화관 나들이었다.


특별히 보고 싶은 영화도 관심이 가는 영화도 없었지만 그래도 영화관이 주는 그 특유의 기분 좋은 설렘이 좋아 가끔 화관을 찾곤 했다.


그날 오후 영화관은 생각보다 한산했다.

동네에 위치한 탓이어서 그런 건지 아님 다들 좋은 날씨에 밖으로 나들이를 떠난 탓인 건지 예매율 1위라고 했던 영화 치고는 좌석이 꽤 여유로웠다.


한적한 영화관 좌석에 앉아 고소한 나초를 씹으며 나와 친구는 영화의 시작을 기다렸다.


드디어 극장 안의 조명이 꺼지고 사람들의 웅성거림이 잦아들었을 때 조용히 영화는 시작했다.





내가 그날 선택한 영화는 유열의 음악 앨범이라는 멜로 영화였다.


시간이 맞는 영화들이 더 있었지만 내가 그 영화를 선택한 이유는 심각하지 않은 영화여서였다.


언제부터인지 모르겠지만 영화를 선택하는 나의 기준이 점점 또렷지기 시작했다.


분위기가 우울한 영화도 그렇다고 보고 나오는 순간 입맛이 씁쓸한 심각 영화도 싫었다.

그저 보고 나면 그걸로 끝인 뒤끝 없는 영화가 좋았다.


그래서 나는 이 영화를 선택했다.


사실, 영화의 스토리는 단순했다.


우연히 만난 남녀 미수와 현우의 오랜 시간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하는 사랑이야기였다.


참으로 예쁜 선남선녀다 (출처 : 네이버무비)

다만 다른 영화와 조금 차별화된 점이 있다면 둘의 만남과 헤어짐이라는 사건들 속에 유열의 음악 앨범이라는 예전 라디오 프로가 배경처럼 자연스럽게 스며든다는 것이었다.


때로는 그들의 심정을 대변하는 배경음악을 깔아주기도 하고 직접 내놓고 얘기하기 힘든 둘의 사연을 라디오 사연으로 들려주둘의 사랑부각해주는 매개체 역할을 한다.


같이 본 친구는 영화를 보는 내내 오글거리는 상황에 헛웃음을 짓기도 하고 멜로 영화 치고는 긴 러닝타임에 지루해하기도 지만 나는 이상하게 가슴이 설레었다.


미수와 현우가 서로의 감정을 확인하고 키스를 나누는 장면에서 괜스레 입가 가득 미소가 머금어졌고 미수의 소중함을 깨닫고 그녀가 탄 자동차를 현우가 입술이 파래질 정도로 따라가는 장면에서 심장이 두근거렸다.


물론 나의 심장을 두근거리게 만드는데 남자 배우인 정해인의 비주얼이 가장 큰 몫을 차지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는 진실이었지만 수많은 꽃미남 배우들의 향연에도 이영화와 이 배우에 오랜만에 설렘을 느낀 것은 그것들에게만 존재하는 매력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누군가가 나를 이런 눈으로 바라봐준게 언젠가?(출처 : 네이버 무비)




생각해보 참으로 각박하고 메마른 요즘이었다.


누가 앞만 보고 달리라고 한 것도 아닌데 어느 순간  나도 모르 마음의 각을 세우는 일들이 늘어만 가고 있다.


어쩜 그렇기에 영화 속에서 뽀얀 얼굴을 드러내고 예쁘게 웃는 남자 주인공의 미소에 시선을 빼앗겼는지도 모르겠다.


솔직히 이영화가 아주 재미있다거나 감동적이었다고는 얘기하지 못할 것 같다.


다만 그저 참으로 눈이 부시는 영화였다고는 얘기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잠시 나의 머릿속을 매우고 있던 리얼 현실의 무게 대신 그동안 내가 잊고 있었던 그 무언가..


그래, 설렘.. 그게 남아있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늙은이도 젊은이도 아닌 애매한 니 나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