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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대리 Aug 22. 2019

늙은이도 젊은이도 아닌 애매한 니 나이


오랜만에 김대리를 만나러 김대리가 근무하는 지점 근처로 왔다.

내가 일하는 지점은 역세권이긴 하지만 아파트와 상가들로 둘러싸인 주거지역에 가깝다면 김대리가 일하는 곳은 상가들과 시장들이 주를 이루는 역 앞 상업지역에 가깝다.


그렇기에 김대리를 만나러 올 때면 지하철역에서 내려 길고 긴 미로 같은 지하상가들을 지나서 오는데 그곳이 학창 시절 나의 나와바리(?)였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여전히 길을 헤맬 때가 많다.


길을 헤매다 보면 그곳에서 파는 물건과 지나다니는 사람들이 눈에 들어오게 된다.

아무래도 지하상가 안에서 취급하는 상품들이 젊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는 의류나 잡화들이 많다 보니 늘 그곳은 중고등학생부터 대학생 정도의 어린 10대에서 20대 언저리의 사람들로 붐비는 경우가 많다.


그곳을 지나면서 계절과 트렌드를 알게 하는 화사한 옷들과 핫한 물건들을 스치면서 나는 이제 나와는 어울리지 않겠다는 씁쓸한 생각이 든다.





회사에서 업무적으로 사람들을 만나다 보면 나는 아직  아가씨라는 이름으로 불릴 때가 많다.


나의 이름도 연령도 모르는 사람들인 데다가 아무래도 나이가 드신 분들이 많다 보니 내 또래를 부르는 흔한 호칭이겠지만 나는 요즘  그 단어가 너무나도 낯설게 느껴질 때가 있다.


삼십 대 중반, 아이가 있는 기혼의 유부녀인 내가 이모, 아줌마라는 호칭이 아닌 아가씨라는 호칭으로 불린다는 건 어찌 보면 기분 좋은 일이겠지만 뭔가 애매한 기분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예전에는 길가던 누군가가 나를 아줌마라고 부르기만 해도 기분이 나빠 대답도 하지 않았던 나였는데 이제는 아가씨라는 호칭보다 아줌마라는 호칭에 고개를 돌리게 된다니 참으로 사람이란 자신의 처지를 스스로 만들어 간다는 씁쓸한 생각이 든다.



"나는 몇 살쯤 되어 보일까?!"


친구에게 이런 질문을 한 적이 있었다.

그 친구는 가끔 학생이냐는 말을 들을 만큼 어려 보이는 스타일이라 나는 가끔 사람들이 나를 몇 살쯤으로 짐작할지가 매우 궁금했다.


"너?!  그냥 늙어 보이지도 그렇다고 그렇게 어려 보이지도 않은 적당한 니 나이로 보여."


비록 어려 보인다는 말을 듣고 싶어 한 질문은 아니었지만 적당한 니 나이라니..

이건 웃어야 하는 것인가 울어야 하는 것인가..


어쩜 지금의 나는 정말 핫한 젊은이도 완전 꼰대 마인드를 장착한 늙은이도 아닌 애매한 시기를 지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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