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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의 쓰레기통
무엇이 좋은 선택인 거지?!
by
최대리
Jul 26. 2019
어젯밤은 쉽게 잠에 들 수 없는 밤이었다.
유난스러운 남편과 딸아이의 잠버릇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요 며칠 남편과 나눴던 얘기들이 신경이 쓰여서 쉽게 잠이 오질 않았다.
지난 주말 나와 남편은 딸아이를 데리고 이사 가고 싶은 동네로 집을 보러 다녀왔다.
아이가 커갈수록 이사에 대한 생각이 간절해지던 우리는 몇 군데 아파트 분양을 넣어보았지만 턱없이 낮은 청약가점에 번번이 물을 먹어야 했다.
결국 그냥 그 주변 신축 아파트라도 한번 둘러보자며 호기롭게 길을 나섰는데 지은 지 20년이 넘은 구축 아파트인 우리 집과는 달리 지어진지 얼마 되지 않은 신식 아파트들은 우리의 마음을 휘어잡을 듯이 반짝거렸다.
새집을 보는순간 우리의 눈도 반짝거렸다
- 우와 엘리베이터 넓다
- 우와 아파트 내에 수영장이랑 헬스장도 있데
남편과 나는 최대한 담담한 표정을 지으며 그 주변 아파트들을 구경했지만 마음속으로 일렁이는 구매욕구는 참기 힘들었다.
다른 데보다
좋은 조건으로 해주겠다는 부동산 중개 인분의 설명을 듣고 돌아온 우리는 각자 오랫동안 생각에 잠겼다.
- 그쪽으로 이사 가면 좋겠지?
거기 요즘 개발이 진행 중인 곳이라 앞으로 발전도 많이 될 것 같고 신도시라 영원이가 학교 다니기도 좋을 것 같은데
오랜 침묵을 깬 남편이 무겁게 입을 열었다.
- 좋지. 나도 혹하더라.
그런데 대출을 많이 받아야 하니까 그렇지.
기간을 두고 못 갚을 정도는 아니지만 그래도 갚는 동안 우리 생활이 많이 팍팍 해질 테니까..
대략적인 원금과 이자상환액을 계산해놓은 나는 남편에게 그 내역을 보여주며 얘기했다.
- 생각보다 크긴 하네.
대출상환에 들어가는 돈이 크다는 건 그만큼 우리가 저금하고 쓸 수 있는 돈이 얼마 남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했다.
결혼을 하기 위해 마이너스 통장을 개설했을 때도 지금 사는 집을 사기 위해 대출을 받았을 때도 나는 쉽게 잠을 이루지 못했었다.
대출심사업무를 맡고 있는 나에게 대출이라는 것이 얼마나 크고 무서운 것인지를 이미 나는 알고 있었다.
첨으로 받아보는 큰 액수의 대출금에 밤새 나는 머릿속으로 몇 번이나 매달 나가는 원리금 상환금액을 계산하고 또 계산했었다.
그런 경각심 때문인지 이제까지는 그럭저럭 대출금들을 계획대로 잘
상환할 수
있었고 그 누군가의 말처럼 더 열심히 살게 하는 원동력이 되기도 하였다.
그런데 또다시 생겨날지도 모르는 대출금에 내가 다시 잠에 들지
못했던 건
그동안의 남편과 나의 생활이 생각나서였다.
지나치게 쪼들리거나 불편한 생활을 한건 아니었다.
남들이 그렇듯 적당히 쓰고 적당히 저축하며 그렇게 비슷하게 살아왔다고 생각해왔다.
그렇지만 마트로 장을 보러 갈 때 남편도 나도 젤 저렴한 상품에 손이 먼저 갔었다.
더 맛있어 보이고 더 좋아 보이는 제품들은 많았지만 우리는
누가 먼저라도
할 것 없이 가성비가 가장 좋은 상품을 선별하여 장바구니에 담았다.
그건 아이에 대한 소비에도 적용되는 일이었다.
아이 옷의 대부분은 한 살 터울의 조카에게서 물려받았고 그 옷도 부족하면 맘 카페를 통해 중고거래를 하거나 드림을 받았다.
그런 우리가 아이에게 너무 인색하다고
생각될 즈음에
양가 부모님께서 아이의 옷을 선물해주시기도 하셨다.
그러고 보면 우리는 적당히 쓰며 산다고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무언가를 사기 전 수없이 망설였고 수없이 주저했다.
가지고 싶은 것보다 필요한 것에 먼저 손이 갔고 가장 먹고 싶지만 가격이 비싼 것 대신 가격이 저렴한 그다음으로 먹고 싶은 음식을 찾아 먹었다.
좋은 집 더 나은 환경에서 살고
싶은 건
여전히 우리의 바람이지만 대출금을 갚는
몇 년이라는
시간 동안 어쩜 우리는 그 순간순간 더 많은 것들을 참고 지내야 할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렇게 보면 미래를 위한 준비가 더 나은 것인지 현재의 즐거움과 행복을 즐기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인 것인지에 대한 확신이 쉽사리 들지 않았다.
아마도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오랜 기간 동안 생각해야 하는 내 인생의 화두 같은 것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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