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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대리 Feb 10. 2020

농땡이.. 좀 피워도 됩니까


화장실 갈 틈도 없이 폭풍같이 몰아치던 회사 내의 시간들이 어느덧 빠르게 지나작년 연말쯤부터 나에게는 조금씩 회사내의 여유시간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연말 연초가 우리 회사 내에서는 비교적 업무의 비수기(?)에 해당하는 시기탓도 있었고 작년에 입사한 후배가 어느 정도 업무에 익숙해진 덕분이기도 했다.


러나 가장 큰 이유는 올초 회사에서 뤄진 인사이동으로 인하여 팀내에서 새로운 업무분장이 이루어기 때문이었다.


비록 올초 승진의 기회는 특별한 고지도 없이 물거품처럼 사라져 버렸지만 이번 인사이동으로 인하여 이전 글에서 언급 나이 드신(?) 신입직원의 등장으로 실무직원의 수가 늘어난 덕분에 나는 사무실 문 앞을 지키는 창구업무 대신 다른 업무를 맡게 되었다.


물론 새롭게 맡은 업무가 이전 업무보다 상대적으로 가볍거나 쉬워서 나에게 시간적인 여유가 생긴 것은 아니다.


어쩜 기존에 맡았던 대출심사보다 더 숨 막히는 것이 떼인 돈을 받아내는 추심업무인데 무래도 신청에 의해서 이루어지는 대출심사보다는 업무의 일정들을 스스로 조절할 수 있었기에 내가 예전보다 더 여유로움을 느끼고 있는지도 모르겠다.(물론 내가 법적으로  놓치고 있는 조치들이 있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늘 여유로움과 함께 찾아온다)



그러 보니 이제까지  근무시간 내내 바쁘게 일을 해온 나에게는 지금 이렇게 생기는 여유가 좋으면서 한편으로는 불안할 정도로 낯설게 느껴질 때가 다.


괜스레 바쁘게 일하는 후배들에게 내가 상대적으로 느끼는 여유로움이 미안한 생각이 들때도 있 내가 지금 업무적으로 여유가 있다는 사실을 팀장님께 들킬까 싶어 괜스레 눈치가 보이기도 했다.


결국 쫄보인 나는 요즘 느끼는 이 여유를 제대로 즐기고 있지 못하고 있다.





물론 지금 내가 느끼는  여유로움은 그리 오래가지 않을 것이다.


곧 내 고유의 업무들도 성수기(?)를 맞이하게 될 것이고 만약 그렇지 않다 해도 나의 업무 비수기를 눈치챈 팀장님에 의해 나는 바쁜 팀원들의 일을 거들기라도 해야 하는 순간이 오게 될 것이다.

 

그런데 요즘 나는 틈틈이 농땡이를 치면서도 문득문득 떠오르는 생각이 하나 있었다.


'도대체 윗사람들은 어떻게 이렇게  시간동안 누려왔던  시간들을 아무렇지 않수가 있었지?!'


유독 우리 회사의 얘기일지는 모르겠지만 업무시간 내내 바쁘게 돌아가는 실무직원들과는 달리 팀 내에서 책임자라는 이름을 달고 있는 분들 중에는 업무시간 내내 도대체 뭘 하는 거지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분들이 여럿 계셨다.


나는 이렇게 십 년 만에 처음 느껴본 잠깐의  여유로움에도 주팀원들의 눈치가 보이고 이 시간 동안 뭘 해야 할지가 고민 되는데 어떻게 그분들은 그렇게 오랜 시간을 여유롭게 지내오면서 아무렇지도 않은 것인지가 순간 너무나도 궁금해졌다.


성벽처럼 높이 쌓여있는 파티션 뒤쪽에 숨어 그 누구의 눈치도 살필 필요가 없어서였을까?

아님 말 그대로 팀 총괄이라는 본인의 역할에 나름 충실하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었을까?





어린 시절 읽었던 어린 왕자라는 책에는 이런 대사가 나온다.

 

길들인다는 게 뭔데?
관계를 만든다는 거야.
네가 나를 길들인다면 우리는 서로 필요하게 되는 거야.

너는 나에게 이 세상에서 하나뿐인 존재가 되는 거고 너도 나에게 세상에서 유일한 존재가 되는 거야..

네가 너의 장미를 그렇게 소중하게 생각하는 건 그 꽃을 위해 네가 공들인 시간 때문 일거야.

하지만 넌 그것을 잊으면 안 돼. 넌 네가 길들인 것에 대해서는 언제까지나 책임이 있다는 것을..


어린 왕자에게 길들임의 의미를 알려준 여우처럼 들도 파티션 안의 성벽을 공고히 하기 위해 본인들만의 시스템을 만들고 그 시스템을 통해 직원들과 자신을 길들였는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그들은 알까?


그들이 그렇게 누린 여유 다른 누군가의 땀과 시간이라는 희생으로 만들어졌으며 언젠가 그 자유가 끝나는 순간 책임이 따르게 될지도 모른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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