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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대리 May 16. 2020

나는 상식이 있는 인간인 걸까?

- 상식과 비상식, 선의와 악의의 모호한 경계


코로나 사태로 인해 몇 달간 과중한 업무가 이어지자 팀 내에는 피로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민원인들을 대하는 말투에 싸늘함이 돌기도 했고 연이어 울리는 전화벨에도 재빨리 손이 가지 않는 지경에 이르면서 가뜩이나 느껴지는 회사와 업무에 대한 회의감이 점점 더 커져 가고 있었다.


주말근무, 시간 외 근무가 무한 장려되고 있는 요즘,

주말근무까지는 안 하더라도 시간 외 근무가 늘어나고 사람들에게 시달리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몸과 마음의 피로도도 점점 쌓여만 갔다.


잠시  김대리와 반차를 내어 가까운 바닷가에서 조개구이를 먹고 오는 호기로움도 부려봤지만 그래도 괜스레 "휴가 좀 쓰겠습니다."라는 말이 쉽사리 나오지 않아 몇 달째 온몸으로 스트레스를 버티고 있는 요즘이었다.



김대리와 바다를 보며 마음을 다잡았는데..


그러다 보니 짧디 짧은 출근길마다 '오늘은 무슨 일이 있으려나, 회사 가기 싫다'라는 한숨 어린 탄식이 흘러나왔고 영혼 없이 기계적으로만 출근하려 애를 썼던 지난 노력들이 다 수포로 돌아가고 있었다.


그런 와중에 김대리 팀에 갑작스러운 병가를 낸 모 과장님의 소식이 들려왔다.


갑작스럽게 병원에 입원해서 출근이 어려울 것 같다고 했다던 그분은 업무가 과중해지는 시기에 병가를 내서 두 달이 지난 지금도 돌아오지 않고 있었다.


평소 같으면 아파서 병가를 냈다는 소식에 괜찮을까 라는 걱정이 들었을 텐데 이번 그분의 병가 소식은 그런 생각이 단 1도 들지 않았다.


물론 그런 생각이 들게 한 것은 평소 그분의 업무태도와 행실 때문이기도 했지만 요즘 같은 바쁜 시기에 갑작스럽게 병가를 내고 언제 돌아오겠다는 대답도 내놓지 않는 그분의 무책임함 때문이었다.


그분에게도 사정이 있었을 것이고 알지 못하는 지병이 있었을 수도 있는 일이었겠지만 아무리 미운 회사라도, 사이가 좋지 않은 팀원이라 해도 최소한의 배려와 예의는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상식과 비상식, 정상과 비정상.


요즘은 이런 단어들에 대해 자주 생각하게 된다.


김대리는 나에게 그놈의 책임감과 상식을 버리라고 충고하지만..

아무리 나에게 예의 없이 행동한 회사가 미워서라도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생각으로 나도 예의 없이 이기적으로 일해보자고 결심하면서도 사실 결정적인 순간에는 완전히 상식과 책임감을 버릴 수는 없는 것이 나의  현실이다.


최소한 나로 인해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고 싶지 않은 것.


그게 내가 생각하는 제일 기본적인 상식선인데 그 상식선만은 지키고 싶은 마음에 울컥울컥 밀려오는 답답함과 화병에도 나는 내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라도 최소한의 월급값을 하며 나에게만큼은 떳떳하고 싶고 이렇게 해야 정말 결정적인 순간 할 말을 할 수 있을 것 같아 최소한의 상식을 지키려 하는데 가끔 이렇게 비상식적인 행동과 반칙을 아무렇지 않게 하고 있는 것을 보면 화가 난다.

그리고 그런 비상식을 뒤에서는 욕할지언정 앞에서는 묵인하는 회사 시스템을 보며 꾸욱 참고 있던 반항심까지도 밀려온다.


이런 내가 비정상인 것인가?

아님 이런 상식은 나에게만 있는 것일까?


십 년이 넘게 사회생활을 하고 있는 요즘, 나는 점점 더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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