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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대리 Oct 26. 2021

괜찮다는 말 한마디

- 괜찮다는 말의 그림자


무더위가 기세를 떨치던 8월 나는 둘째아이를 출산했다.

우스갯소리로 여름출산이 나의 생체리듬에는 적합한것인지 첫째아이에 이어 둘째아이도 여름의 한가운데인 8월에 출산을 하게 되었다.


한여름 가뜩이나 체구도 작은  내가 남산같이 부른 배를 내밀며 다니다보면 사람들의 적지않은 시선들이 느껴지곤 했다.


가만히 있어도 땀이 줄줄 쏟아지는데 저 남산같은 배를 하고 돌아다니니 보는 사람도 안타까운 시선을 감출수 없는것이 인지상정이었을테니..

그런 감정을 제대로숨기지 못하는 몇몇 연배 있으신 아주머니들은 나에게 감탄사와 함께 힘들겠다는 탄식어린 탄성이 매번 입에서 흘러나오곤 했다.


"아이쿠 한여름에 몸이 그렇게 무거우니
어째, 힘들겠네."



그런 얘기가 들려올때면 나는 최대한 괜찮다는듯한 미소를 지어보이곤 했다.

비록 옷 속은 땀으로 흠뻑젖을지언정 말이다.




요즘 내가 나와 성격이 많이 닮아 소심한 편인 딸아이에게 제일 많이 하는 말이 있다.


그건 바로 괜찮다라는 말이다.


첫째는 겁이 워낙 많은데다가 본인이 잘하지 못하면 급격하게 위축되는 경향이 있는데 그럴때마다 늘 풀이 잔뜩죽은 말투로 나에게 얘기하곤 한다.


"엄마 나는 친구들보다 영어를 못해."
"엄마 이거 틀렸는데 어떻게 해요?"
"엄마 이거 이렇게 해도 되요? "


아이는 무언가를 확인하려는듯 끊임없이 나에게 묻고 확인하곤 하는데 그럴때마다 나는 이렇게 대답하곤 한다.


"못해도 괜찮아. 다 잘할순없어."
"틀려도 괜찮아. 다시 하면 되지."
"그렇게 해도 괜찮아.
@@이가 하고싶은대로 하면 되는거야."





그렇지만 막상 나는 안 괜찮을때가 많다.



두아이의 육아가 벅차게 힘들때도 많고

사람들의 날카로운 말들이 가슴속에 깊이 박혀 몇날 며칠을 가슴앓이 할 때도 많다.


그리고 회사내에서 납득할수도 없는 이유로 계속 승진이 누락되고 있는 요즘의 현실이 답답할정도로 억울하고 속상할때도 많다.



그렇게 괜찮은척 하는게 나이가 들수록 버거워지고 있다.


여섯살 딸아이에게는 괜찮다는 말로 세상의 모든 고단함을 위로해주고 싶으면서도 막상 제일 소중한 내 자신에게는 그 괜찮다는 위로의 말조차도 값비싸게 굴때가 많은게 나의 현실이니까..


어쩜 아이에게 하고 있는 괜찮다는 말이 내가 제일 듣고 싶어하는 말이자 내가 나에게 하고 싶은 말인지도 모르겠다.


그냥 그까짓 승진 못해도 괜찮고 남들보다 뒤쳐져도 괜찮고 잘난 친구들보다 못나도 괜찮고 인생 좀 늦게 가도 괜찮다는 말.


그 말이 나는 요즘 미치도록 듣고 싶은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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