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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대리 Mar 01. 2022

확진자로(?) 둔갑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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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 바쁘게 일하고 있는 평일 오후 시간

큰아이 유치원 전화번호가 내 휴대폰 액정가득 뜬다


"안녕하세요 선생님

무슨일이세요?"


몇일전 봄방학을 하고 이미 아이는 집에서 가정보육을 하고 있었기에 예상치못한 담임선생님의 전화가 낯설게 느껴졌다.


"안녕하세요 영원이 어머님

다른게 아니라 월요일날 등원한 친구중에 확진판결을 받은 친구가 생겨서요..

영원이는 혹시 괜찮은가요?"


코로나 환자가 이미 10만명을 넘고 있는 요즘

누가 걸려도 이상하지 않은 현실이지만 그래도 달갑지 않은 얘기인것도 사실이었다.


이미 주말동안 유치원 같은반에 있던 다른아이가 확진이었기에 한차례 아이의 코를 자가키트로 쑤셨던 상황이었고 아이에게는 아무런 증상이 나오지 않아 다행이라 안심했었는데 마지막으로 등원한 날까지 확진자가 발생하다니..

순간 집에 있는 아이의 상태가 걱정되어 선생님과의 전화를 끊자마자 바로 집에 함께 계시는 친정엄마에게 전화를 드렸다.


"유치원 같은반에 또 확진자가 나왔다네요

혹시 하실수있으시면 집에 있는 자가키트로 영원이 검사좀 해주세요

영원이 어디 아픈데 없죠?"


나의 얘기에 엄마는 아이의 코를 직접 쑤셔야하는 검사가 자신이 없하셨고 나는 몇시간후면 퇴근이니 내가 가서 하겠다며 전화를 끊고는 정신없이 밀린일을 처리하고 있었는데..


잠시후 내 휴대전화에 찍힌 부재중 전화 여러통과 함께 메세지가 와있었다.


- 어쩌니 영원이가 열이 난다.

키트로 검사를 해봤는데 두줄이 나와..  어쩌니..


엄마의 메세지를 확인하자마자 눈앞이 컴컴해졌다.

아기때부터 열에 약한 아이라 열경련까지 했었었는데

코로나 증상인 열이 나고 있다니..


연락을 받은 남편이 본인이 얼른 집으로 가서 아이를 데리고 검사받을수 있는곳을 알아보겠다 했지만 내가 일이 손에 잡힐리가 없었다.


결국 팀장님께 보고 후 나도 서둘러 집으로 향했다.


아이는 아직 열이 심하지는 않은지 컨디션이 많이 나빠보이지는 않았지만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인데다 아직 돌도 안된 둘째에게도 전염되었을지 모르는 불안함이 엄습했다.


남편과 나는 신속하게 아이를 차에 태우고 PCR검사를 받기위해 가까운 드라이브스루 검사소를 찾았지만 이미 줄이 가득했고 다섯시가 좀 안된시간이었지만 검사종료라는 얘기와 함께 다른곳을 찾아야했다.


고민끝에 비교적 사람이 적은 편이라는 다른 지역 보건소로 향했고 그곳에서 한참을 기다린끝에 아이의 검사를 마치고 돌아올수있었다.

아이는 이미 자신에게 무슨 일이 있다는것을 직감이라도 한듯 울기시작했고 우리는 아이를 달래며 별일 없기를 바라고 또 바랬다.





검사결과는 생각보다 빨랐다.


아침 일찍 남편의 휴대전화로 아이의 확진문자가 날아들었고 나는 회사팀장님께 아이의 확진소식과 함께  나는 PCR검사를 받아야 한다는 장문의 문자를 남겼다.


팀장님은 휴가처리를 할테니 걱정말고 다녀오라며 답하셨고 나는 그 답을 믿고 남편과 PCR검사를 받았다.

결과는 다행히 둘다 음성이었고 그 결과 또한 팀장님께 보고후 결과를 받은 날 조금 늦게 회사로 향했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상황이 벌어져 있었다.

사무실입구에는 팀내 확진자가 나와서 업무처리가 좀 늦어질수있음을 내방객들에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있었고

나를 반기는 팀원들의 질문은 내가 괜찮냐는것이였다.


아이가 확진이었을뿐 나는 음성이라는 내 대답에 팀원들은 내가 확진인줄 알았다며 PCR검사를 받느라 결근을 한 어제 팀장님께서 사무실에 들어오자마자 내가 확진이라며 자가키트검사를 해야한다며 팀원들을 닥달했다고 했다.


팀원들은 팀장님의 닥달에 서둘러 자가키트로 검사를 한 후 지시대로 안내문을 붙였는데 내가 다음날 아침 멀쩡하게 등장하니 꽤나 놀란 눈치였다.


"뭐?! 어쩐지 인사총무부 직원이 어제 내가 확진인줄 알았다고 얘기하길래 뭔가 싶었는데..

난 분명히 팀장님께 애가 확진이라 얘기했는데..

팀장님도 그렇게 이해하신것 같았고..  근데 내가 확진?!"


웃음이 터지기도 했지만 그렇게 얘기를 전한 팀장님의 의도(?)가 뭘까 싶은 생각이 들어 괜히 입끝이 씁쓸해졌다.


그냥 내 얘기를 잘못 이해하셨다고 하기에는 나와 나누었던 대화들이 전혀 그렇지 않으셨기에 과거 그의 스타일(?)을 알고 있었던 나로서는 순수하게 오해하셨구나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하필이면 바쁜일이 시작될 시기였고 내방객들의 방문이 많아질 시기였기에 업무처리가 늦어질수있는 핑계아닌 핑계로 나를 선택하신것인가 하는 생각과 함께 출근전까지 가졌던 미안함과 감사함의 마음이 살짝 물음표가 되는 느낌이었다.


내가 잘못 느낀걸수도 있다.

그분의 의도는 그런게 아닌걸수도 있고 진짜 내 얘기를 오해한걸수도 있다.


근데 확진자로 둔갑한 이 상황이 솔직히 유쾌하지만은 않은것이 나의 솔직한 기분이었다.

바쁜데 자리를 비우는게 미안해서 얼마남지 않은 책임감으로 큰아이와의 자가격리보호를 남편에게 맡겨두고 힘들게 나온건데..

이럴줄알았으면 그냥 계속 확진자로 둔갑한채로 아이나 돌보고있을걸 하는 삐뚫어진 생각이 솟아났던것이 나의 솔직한 심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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