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대리 Nov 22. 2022

밥 좀 먹읍시다

"너도 어서 앉아서 먹어."


"애 그만 놔두고 얼른 먹어."


둘째아이를 낳고 가족 식사 자리에서 내가 주로 듣는 얘기였다.


식사가 차려지고 다들 자신의 자리를 잡고 앉아 식사를 시작하지만 15개월 혈기왕성하고 호기심 가득한 둘째아이를 키우고 있는 나는 쉽사리 내자리를 찾아 앉지 못한다.


아이는 호기심어린 눈길로 음식이 가득차려진 상위에 놓은 음식들에 불쑥불쑥 손을 얹기 일쑤였고 그게 아니더라도 위험한 발걸음으로 상 주변을 빠르게 걸어다니는것이 주특기였으니 나의 몸뚱아리가 바닥을 딛고 앉아있는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거기다 그 무섭다는 엄마껌딱지 기능까지 장착했으니 그 누구에게도 쉽게 가서 오래 앉겨있어주지 않았다.


난 늘 아이를 불안스레 무릎에 앉히고 한손으로는 나를 위한 숟가락질을 다른 한손으로는 아이를 위한 숟가락질을 부지런히 하는것만이 내가 식사를 할수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그날도 그랬다.


오랜만에 부모님의 결혼기념일을 맞아 외식을 하기로 했다.


아이들을 고려해 룸이 있는 일식집을 예약했고 오랜만에 푸짐하게 차려진 다양한 음식들에 나 또한 입에 침이 고였다.


그러나 아이가 그런 내 사정을 봐줄리는 없었다.

아이는 오히려 더 신이난듯 부지런히 몸을 움직였고 크고 작은 사고를 치려 손이 분주해졌다.


"얼른 너도 먹어. 애 냅두고."


맛있는 음식을 앞에두고 엉거주춤 앉아 있는 나를 보며 엄마가 소리쳤다. 그리고는 내가 좋아할만한 초밥을 내 앞으로 덜어주었다.


"먹을수 있어야 먹지."


나도모르게 피곤함과 배고픔이 섞인 볼멘소리가 흘러나왔다.



"으아앙."


나의 손을 잡고 방안을 빙그르르 돌던 아이가 내손을 놓친 사이 방안에 있던 의자에 이마를 부딪히며 울음이 터져나왔다.


"야! 애를 잘봐야지. 뭐하는거야."


아이의 울음소리에 오빠의 핀잔이 터져나왔고 나를 탓하는듯한 부모님의 시선이 꽂혔다.


"애 본 공은 없다 그러더니..

밥도 못먹고 애 보고 있었는데.."


"누가 밥먹지 말래?!  애 잠깐 딴짓하는 사이에 앉아서 먹음 되잖아. 니가 안먹고는 왜 애탓이야."





순간 눈물이 터져나왔다.


뭐라 표현할수없는 복잡한 감정이 뒤섞인 눈물이었다.

울며보채는 아이를 끌어안고는 우선 방을 빠져나왔다.


흘러내리는 눈물을 소매로 닦으며 가게 밖 복도에서 아이를 안고 달래며 왠지 모르는 서글픔이 느껴졌다.


'나도 밥좀 먹고싶은데..

밥좀 편히 앉아서 내가 먹고싶은만큼 내가 먹고싶은 속도로 먹고 싶은데..'



호기심 가득한 둘째녀석이다

최근 둘째 아이를 키우면서 내가 간절히 드는 생각이었다.


늘 아이를 보며 먹느라 집안에서도 집밖에서도 여유롭게 밥을 먹지 못했다.

아이의 입에 넣느라 아이가 흘린 밥과 반찬을 줍느라 배가 부른 아이의 손에 끌려다니느라 늘 나의 배고픔은 뒷전이었고 나를 위해 차려진 한끼라는건 사치처럼 느껴졌다.





"흠..  커피요.

따뜻한 커피거나 아님 얼음이 살아있는 아이스커피던가..  

이 사연의 주인공분에게 저는 커피를 보내드리고 싶네요."



몇년전

 사연에 맞는 음식을 추천해주는 밥블레스유라는 프로그램에서 육아에 바쁜 육아맘을 위한 추천메뉴로 김숙님은 커피를 추천하며 그 이유로 이렇게 얘기했다.


"육아하다보면 그렇데요.

늘 미지근한 커피만 먹게 된데요.

따뜻한 커피나 얼음이 살아있는 아이스커피를 마시려고 준비해뒀어도 아이를 보다보면 어느새 다 식고 얼음이 녹아버린 미지근한 커피만 남는데요..


그래서 육아로 고생하는 사연자분께 원하시는 온도의 커피를 드시면서 잠시 쉬어가시라고 커피쿠폰을 보내드리고 싶어요."



매거진의 이전글 그때 그여자가 바로 나였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