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어도 마음이 편하지 않은 이유

- 아무래도 쉼에 익숙하지 않은 열심히 병에 걸린듯 하다

by 최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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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농담처럼 내뱉은 말이 있었다.

죽어서 묘비명에 한줄의 기록을 남길 수 있다면 무슨 말을 남길까?

난 아마도 열심히 산 최대리 평온을 찾다로 적고싶다 생각했었다.


열심히, 최선을 다해라는 수식어를 인생의 모토처럼 여겨왔던 탓인지 몸이 아파 쉬어야 하는 지금과 같은 시간에도 난 여전히 아무것도 하지 않고 쉬는 순간순간들이 뭔가 불편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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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를 그만두면..

아니 거기까지는 못가더라도 휴직을 하게된다면..

내 인생의 숙원인 수영도 배우고 밀렸던 공부도 하고 애들이랑 좋은 시간도 보내야지라고 생각했었다.


비록 수술과 함께 시작된 휴직이라 당장 이 모든 계획을 추진하는데는 무리가 있었다.


괜찮다 아무렇지 않다 해도 내 몸과 마음에 새겨진 암의 흔적들이 남아있을테니 그것부터 완전히 원래대로 돌려놓는 작업이 필요할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티비를 보며 여유롭게 누워있기도 하고 멍을 때려보기도 하고 해보고 싶었던 게임도 중간중간 하며 정말 원없이 쉼의 축복을 누리고 있다.


너무나도 간절히 바라던 쉼이 아닌가


늘 입버릇처럼 누워만 있고 싶다.

누워서 내가 좋아하는 티비프로그램을 보며 웃고 싶다.

라는 소원을 이루었는데 나는 왜인지 모르게 그렇게한지 일주일남짓이 된 지금 무언가 불편하다.


이렇게 하루를 공허하게 보내도 되는걸까 싶고

다들 바쁘게 살고있는데 나만 편하게 지내도 되나싶고

매일 아침 바삐 출근하는 나의 파트너 남편에게도 괜스레 미안한 마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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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리 빨리 움직여. 왜렇게 게을러."


어린시절 밍기적 밍기적 거리며 하기싫은 일을 미루거나 주말내내 쇼파와 한몸이 되어 하루를 보내는 나를 보며 부모님은 이렇게 타박하곤 하셨다.


늘 바쁘게 사시는게 익숙하셨던 부모님 입장에서는 아무것도 하지않은채 멍을 때리고 있는 나의 주말이 게으름으로 보이셨을거고 나의 최애인 쇼파와 한몸되기가 젊은 시절의 나와 어울리지 않게 느껴지셨을거다.


그렇기때문이었을까

나는 뭔가 늘 해야한다는 강박이 있었다.

회사를 다니면서도 주말이면 친구를 만나거나 아님 책을 읽거나 새로운 공부를 시작하거나 뭔가를 해야만 그날하루 인생을 낭비한것같은 죄책감에 시달리지 않았다.


계획대로 되지 않았거나 계획한만큼 해내지 못했거나 열심히 사는 사람들의 삶을 따라가지 못했을때 난 불안함에 휩싸였고 때로는 내맘대로 되지 않는 일들에도 쉽게 초조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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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쉬어도 된다.

좀 천천히 가도 된다.

무언가를 이루지 않아도 된다.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아도 된다.

잠깐 멈춰있어도 된다.


오늘 하루 까페에 앉아 스스로에게 중얼거려본다.


열심히라는 자극이 나에게 삶의 원동력이 되기도 했지만 때론 나의 삶에 빌런이 되기도 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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